아버지 기일
손꼽아 헤던 날들이 세월에 점점 드물어진다.
그와중에 꼭꼭 꼽아지는 날이 있다.
바로 아버지의 기일.
막둥이손 붙들고 막둥이가 내려간다.
더러는 큰아이 손을 더러는 의지가지 부손을
세월을 붙들듯 꼭꼭 붙들고
설레는 마음안고 애리는 심장 쓸고
서둘러 나서봐도 평생 막둥이라고
이번에도 꼴지다.
오빠들 셋은 일찍이도 당도했다.
바지런한 손이 마당한가운데 불을 지폈다.
그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장작불에
두런두런 세상사와 달려온 여독이 스믈스믈
녹아내린다.
부모란 이런것인가?
살아생전엔 집안 가득 온기를 넣으시고
가셔서는 그온기 온동네에 부으시고
그러고선 부모는 고향이 되었다.
부모님 숨결이
아침 까치 찾아든 키높은 감나무에
신작로 노상에, 구불구불 묘지로에
빛바랜 묘지위 죽어가는 잔디
카락 카락에 맺혀오른다.
온동네 구석 구석 자락 자락.
이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
힘을 내어 다시 내 집으로 나의 삶으로..
이 행복이 한동안 내영에 힘이 되어주리라
.
.
.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그럼 그렇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똥을 밟았다.
하필 여기에 저하잘것 없는 개똥 꾸러미가
하필 내 발밑에 하필 내신발에...
이누므 개똥.. 또...또...
어릴적 부터..아휴~ 지금이... 흐헝~
어느때라고...
신발 사이사이 꾸덕히 박힌 개똥을
속수무책 바라보던 때가 있었드랬다.
아부지 아부지 목청껏 불러대던가 , 혹은 얼굴에
오만 인상 다짊어지고 펄쩍 펄쩍 날뛰던가
그러면 내손 아닌 남의 손이 해결해주던 때가 있었드랬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개똥쯤 제법 의연히 걷어낼줄안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한발짝만 비끼면 풀섶이니
발에 먼지털듯 쓱쓱 문지르면 그뿐이다.
쉰내?
그 또한 눈한번 질끈감고 큰숨한번 내쉬면 그뿐이다.
기분? 개똥밟은 기분이지,뭐~
그렇다고 반갑게 찾은 고향, 발을 끊으리
개똥 싸지른 개를 쳐내리,
탓하려면 똥을 어찌 하지 못한 견동반자를 탓하련마는
것도 그만 둘일이다.
고향은 그런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어릴적 모든 추억이 굴러다니는 곳.
내고향은 항시 개똥이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숨결속에 늘 개똥도 함께엿던 것이다'
개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이렇게 생각하면 그뿐인 것이다.
다만 이 개똥을 평생 밟고 살아왔을
내 아버지 엄마가 짠~ 하게 밀려온다.
해스름녁,
나는, 개똥밟은 신을 신고 행복한 추억속에 개똥추억도 함께 싣고 구불 구불 아버지의 산소를 지나
내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