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인웨이 Mar 11. 2024

흔들리는 혁신의 아이콘

[3월 3주차]#애플 #중국 #인공지능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올해 초 애플의 위기론을 다룬 뉴스레터를 보내드렸는데요.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막대한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주요 아이폰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시대적 화두인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크게 뒤쳐진 모습입니다.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죠. 이번 레터에서는 애플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정리했습니다.


EU, 애플에 2.7조 과징금 때리다

에픽게임즈 차단한 애플, DMA '조사 1호'?

우려가 현실로… 중국 아이폰 판매 '급감'

너무 빨리 식은 비전프로 돌풍

전기차 접고 AI 집중?… AI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

올해 들어 시총 444조 증발



모바일 시대의 선구자 애플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2024년 들어 그동안 거론됐던 리스크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는데요. 암울한 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2009년 출범한 팀 쿡 CEO 체제에서 가장 힘겨운 시기에 직면했죠.


EU, 애플에 2.7조 과징금 때리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애플에 18억4000만유로(약 2조655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2019년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애플을 고발한 사건에 대한 결론인데요. EU 집행위원회는 스포티파이 등 음악 스트리밍 앱이 사용자들에게 외부결제를 알리지 못하도록 막은 애플의 행위를 불법으로 판단했는데요. 이런 행위가 10년간 지속되면서 사용자들이 더 비싼 스트리밍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꼬집었죠. 인앱결제를 강제하기 위한 애플의 행태로 스트리밍 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판단입니다.


EU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애플에 과징금을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징금 규모는 애플의 전 세계 매출의 0.5%에 해당하는데요. 적절하게 설명되기 어려운 비금전적 피해를 반영해 과징금을 산정했습니다. 외부결제 정보를 찾기 위한 번거로운 검색 과정, 스트리밍 구독 포기 등 사용자에게 끼친 비금전적 피해를 반영했죠.


애플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가 EU 회원국인 스웨덴에 본사를 둔 스포티파이라면서 EU가 사용자가 어떤 피해를 얼마나 입었는지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징금에 반영한 비금전적 피해는 EU의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거죠. 이번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가면서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에픽게임즈 차단한 애플, DMA '조사 1호'?


애플은 이달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EU의 디지털시장법(DMA)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에도 처했습니다. 애플이 게임사 에픽게임즈 유럽 자회사의 개발자 계정을 차단했기 때문인데요. 에픽게임즈는 유럽에서 자체 스토어 출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개발자 계정 차단으로 iOS 기기를 통한 유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탈애플'의 선봉장인 에픽게임즈에 대한 애플의 앙갚음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의 계약 위반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이죠.


EU는 애플에 추가 설명을 요구하며, 이번 사안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애플이 에픽게임즈를 차단한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못할 경우 DMA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EU가 애플을 DMA의 주요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로 지정했기 때문이죠. 게이트키퍼는 자사 플랫폼에서 경쟁 서비스 운용을 막아선 안 됩니다. 이를 어기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2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죠. 반복적이거나 조직적 위반 행위로 드러날 경우 EU가 해당 사업 부문의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도 있습니다.

우려가 현실로… 중국 아이폰 판매 '급감'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 급감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첫 6주 동안 중국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습니다. 올 초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첫주 중국 아이폰 판매량 감소폭이 30%에 달했다고 추산했는데, 중국에서 아이폰 부진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겁니다. 애플은 이례적인 가격 할인까지 단행했으나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년 새 19%에서 15.7%까지 떨어졌습니다. 순위는 2위에서 4위로 밀려났죠. 비보가 점유율 1위(17.6%)를 지킨 가운데 판매량 64% 급증한 화웨이(16.5%)가 2위에 올랐습니다. 화웨이의 약진은 3년 만에 출시한 신제품 '메이트60' 시리즈로 애국 소비 열풍을 일으킨 덕분이죠.


중국에서 아이폰의 부진은 1분기(애플 기준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키웁니다. 이달 중 수요 회복에 성공하더라도 가격 할인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피하기 어렵죠.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중국 매출(홍콩, 대만 포함)은 208억달러로 집계됐는데요. 1년 전에 비해 13% 감소한 수치입니다. 시장 전망치(235억달러)를 크게 밑돈 실망스러운 성적표였죠. 1분기 역시 큰 폭의 중국 매출 감소가 예상됩니다.


지난해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아이폰의 암울한 현실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각국에 포진한 아이폰 관련 기업들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죠. 중국 아이폰 판매량 급감 소식이 알려진 이달 6일 LG이노텍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LG이노텍은 아이폰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주요 부품사죠.



너무 빨리 식은 비전프로 돌풍


애플이 지난달 초 선보인 야심작 '비전 프로'의 돌풍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처음으로 내놓은 가상현실(VR) 기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3500달러(약 46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사전 판매량 20만대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팀 쿡 CEO의 야심작답다는 호평이 이어졌죠. 애플은 비전 프로를 앞세워 공간컴퓨팅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뜨거웠던 분위기는 금새 식었습니다. 사전 판매 흥행에 무색하게 이슈에서 빠르게 멀어졌고, 두통과 멀미를 느끼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반품 요청이 잇따랐죠. 초기 구매자 중 상당수가 애플의 충성 고객층이었는데도 허니문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사실 두통과 멀미 등 사용성 문제는 기존 VR 기기에서도 발생한 문제인데요. 제품 완성도만큼은 타협하지 않았던 애플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빠르게 깨져버렸습니다.


올해 비전 프로 생산량은 최대 80만대로 추정됩니다. 전부 팔린다면 매출 28억달러를 기록하죠. 지난해 4분기 매출 1196달러와 비교하면 2% 수준에 불과합니다. 실적 측면에서 비전 프로를 평가할 시점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실적 기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점은 분명합니다. 비전 프로가 이제 막 첫발을 뗀 시점에서 비전 프로 프로젝트를 이끈 댄 리치오 수석부사장의 은퇴 임박설은 우려의 시선을 키웁니다.



전기차 접고 AI 집중?… AI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


최근 애플은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는 타이탄 프로젝트를 완전히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타이탄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은 2000명 정도로 대부분 인공지능(AI) 분야로 이동하는데요. 하드웨어 관련 직원 상당수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애플이 자율차 개발에 착수한 시점은 2014년입니다. 지난 10년간 투입한 자금은 100억달러(13조2000억원)로 추정됩니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쏟아부었는데 제대로 된 시제품조차 내놓지 못하고 포기한 겁니다.


애플이 완벽하게 실패했는데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전기차 사업 포기를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해석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애플이 AI 경쟁에서 얼마나 뒤쳐졌는지 알 수 있는 웃픈 현실입니다.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공개한 건 2022년 11월30일로 벌써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챗GPT는 AI 대중화를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했고,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AI 경쟁력 강화에 앞다퉈 나섰습니다. 말 그대로 AI 열풍이 불어닥쳤고 각종 AI 서비스가 출시됐습니다.


그런데 애플은 AI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 게 없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선 2011년 선보인 AI 비서 '시리'에 머물러 있다는 혹평마저 나오죠. 물론 애플도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아이폰 주요 기능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대응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AI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으로 나선 경쟁사들에 비해선 매우 소극적입니다. 매그니피센트7(미국 주요 테크 기업 7곳) 중 AI 최약체라는 평가도 나오죠.


지난달 28일 열린 애플 주주총회에선 AI 의구심이 담긴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팀 쿡 CEO는 AI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면서 "올 하반기 놀랄 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해명했습니다. 과연 팀 쿡 CEO는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올해 들어 시총 444조 증발


올 들어 12% 떨어진 주가는 애플의 암울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2조9729억달러였던 시가총액은 2조6364억달러로 3365억달러가 증발했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444조원으로 네이버 시총(31조원)의 14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죠. 같은 기간 AI, 반도체 훈풍을 탄 엔비디아는 77% 급등하며 나스닥 시총 3위(2조1882억달러)에 올랐습니다. 지금 추세면 엔비디아가 조만간 애플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현된다면 올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총 1위 자리를 빼앗긴 애플의 두 번째 굴욕이 되겠죠.


애플의 위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촉발됐습니다. 급변하는 ICT 시장에서 현재 위치(아이폰)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앞날(AI)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번지고 있는 거죠.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 없다는 비즈니스 진리에서 애플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애플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혁신을 보여줘야 합니다. 더이상 애플 내에서만 혁신을 찾을 필요는 없겠죠. 빅딜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애플이 610억달러(81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어떻게 쓸지 궁금하네요.


[148호] 딥페이크 가짜뉴스 주의보

[147호] 과방위가 손놓은 ICT 현안들

[146호] 과기부가 2024년에 할일들

[145호] 제4통신사를 향한 싸늘한 시선

[144호] 미국 반발에 직면한 플랫폼법

매거진의 이전글 딥페이크 가짜뉴스 주의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