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을까. 그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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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야, 너의 다정함은 참 구체적이다.
늘 내 심해를 파고든다.
차갑지도 않은지,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지.
빛이 들어본 적 없는 곳에
밝고 따스한 네가 닿고 나면,
마음이 그렇게나 좋았다.
좋아할 수밖에
보고 싶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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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피하던 것, 안 하던 것들을 올해에는 많이 해볼 거라고 했을 때, 왜 그런 다짐을 하게 되었냐고 너는 물었다. 너의 그런 구체적인 다정함이 좋더라. 나의 궤적을 따르며 곳곳에 사랑을, 꽃을 심어주는 것 같다. 정말이지, 네가 있어서 외로울 틈이 없다. 아름답지 못하거나, 의미 없는 순간이 없어.
어디 한번 맘껏 해보라는 듯, 너는 며칠 뒤에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가자고 했다. 가본 곳에서만 놀고, 먹어본 것만 먹는 나 때문에 이번이 우리의 긴 시간 속에 첫 연극이었다. 첫 대학로 약속이었다.
다짐 때문이었을까, 가자고 한 사람이 너라서 그랬을까, 평소와 달리 이번에 '그래!'가 쉽게 나오더라.
아, 지금 생각해 보니 너의 다정함 때문이었나 보다.
번개 약속 괜찮을까? 화요일보다 목요일이 약속 잡기 편하다고 했는데, 화요일이어도 괜찮을까? 너무 멀진 않으려나? 물어보지 뭐!
나를 잘 아는 네가 여러 겹의 고민을 뚫고 건네었을 말이란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좋아서 덥석 맞잡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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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잔뜩 부산을 떨고서 가는 거였음에도 피곤하지 않고 설레고 신났던 건, 좋은 하루가 될 거여서 그랬던 것 같다.
처음으로 연극을 보다가 눈물을 흘렸고, 처음으로 좋아하는 연극배우가 생겼고, 처음 본 사람과 겉은 뚝딱댔지만 속은 즐겁게 말을 나눴고, 처음 가본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먹었고, 처음 가본 카페에서 편하게 대화를 했다.
네가 곁에 있어서, '처음'이 주는 긴장감을 잘 다룰 수 있었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너는 나의 낌새에 구체적인 감상과 그 지점, 평을 물었다. 늘 그랬듯 자연스럽고, 다정했다. 그게 또 좋았다.
살면서 도와달라고 말해본 적이 거의 없다. 혼자 파들대며 버틴 기억은 많다. 연극에서 진국이가 '나 좀 도와줘!!!'라며 절규할 때 눈물이 펑펑 났다. 저렇게 외치고 싶은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었다. 그 서러움과 한이 눈물에 녹아져 나왔다. 카타르시스였다.
너는 가만히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다. 무겁게 혹은 과하게 들리진 않을까 마음이 쓰였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에 너무나도 말하고 싶었다. 너의 경청과 몇 음절 되지 않는 담백한 리액션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돌아서서 '괜히 말했나' 하고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고맙고, 기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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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같은 하루였다. 좋아하게 된 배우의 다른 연극을, 그녀의 스케줄을 확인하며 '다음'을 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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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어쩜 이럴까' 한다.
나도 너에게 좋은 친구이고 싶다.
존재 자체가 행복이자, 기쁨이 되면 좋겠다.
영원한 건 없다는데, 우리는 영원하면 좋겠다.
욕심이지만, 욕심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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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아주 구체적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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