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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Jun 09. 2024

하얼빈 국제공항이 24시간이 아니라고요?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동북아시아 여행기

다른 사무직에 비해서는 공항에서 일하는 장점이 평일에 시간이 자유로운 점과 연차나 휴무사용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그래서 3월에는 라오스, 4,5월에는 베트남, 6월에는 중국 하얼빈을 갔다 왔다.


중국은 어느 무려 6년 만에 가서 매우 설렜었다. 다시 성소피아 성당을 보러 가고 꿔바로우의 본고장에 가서 량피랑 꿔바로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니!


동시에 중국어를 공항에서 사용은 하지만 직접 현지에서 가서 제대로 대화해 보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한편으로는 떨리기도 했다.


엄마는 6년 전 남쪽으로 여행을 했었지만, 동생은 중국여행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빠가 시간이 안되어서 엄마와 동생과 함께 3박 4일로 갔다 오기로 했다.


엄마는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동생과 함께 공항으로 왔고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출국장으로 향했다.


줄이 길거라 예상했는데 동생이 줄 서는 사람 아무도 없고 사람도 너무 없다고 얘기해서 올라가 봤더니 정말 없었다. 나 같은 경우는 남방항공을 타고 갔는데 남방항공은 1시간 20분에 체크인 카운터가 닫는다고 하니 최소 2시간 전에 오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기내수화물은 8kg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개인비자로 받았냐고 물어보고 가기 전에는 얼마 되지 않는 캐리어를 다 수화물로 부치고 공항 맛집 샌드위치를 포장해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출국장으로 들어가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라운지는 이용 못하고 바로 121번 게이트로 향했다. 중국의 아시아나라고 불리는 남방항공도 우리나라 저가항공사처럼 열차를 타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생각보다 사람이 있었다. 탔더니 몇 개 자리가 비어있긴 했으나 그래도 나는 막 한두 줄이 비어져서 갈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몇 명 보이긴 했지만 거의 중국인, 그리고 러시아인들 몇 명 정도가 다였다.

내가 블로그나 유튜브에 봤을 때, 남방항공을 타고 하얼빈을 가는 항공편에서 기내 안이 매우 시끄럽다고 해서 나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진리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 떠드는 것 같아서 내 목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몇 분을 갔다가 기내식이 나왔다. 기내식이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어떤 후기는 파스타를 줬는데 너무 맛없다는 평이 있었어서 기대를 안 했다. 근데 크루아상도 맛있었고 고기볶음면도 꽤 괜찮았다. 정말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그리고 엄마는 안 드셔서 내가 엄마 것의 반절정도를 먹었다.

또한, 음료수가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봤는데 맥주를 들고 다니는 승무원들을 보고 내가 물어봤다.


"啤酒是免费吗?(맥주 무료야?)"

"对,是的(응, 맞아!)"


바로 하나 달라고 했더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슈에화 춘셩 맥주를 줬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춘셩맥주의 맛! 역시 순했다. 한 캔을 다 줘서 좋았다.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나의 한-중 통역은 시작되었다. 기내에서는 물론 승무원들이 간단한 영어는 하겠지만 내가 중국어를 하기 때문에 그냥 내가 동생이랑 엄마한테 물어보고 음료수를 달라고 하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그랬다.


그리고 중국 같은 경우는 들어갈 때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먼저 받기 위해서 승무원한테 물어봤다.


"请问一下,你们有没有入境卡?(좀 물을게, 혹시 입국신고서 있어?)"

"有,但是只有4张。需要几张呢?(있어, 대신 4장이 다야, 몇 장이 필요한데?)“

”3张就可以,谢谢!(3장이면 충분해, 고마워!)“


그렇게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려고 했다가 기내가 어두워서 일단 입국신고서 작성을 멈추고 좀 쉬었다.

어느덧 착륙을 하고 갑자기 방송을 하는데 抽查(일종의 임의 추출검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중국 여행 오기 전부터 블로그를 봤는데 임의로 몇 명을 뽑아서 코로나 검사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 코로사 검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기에는 코로나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고 예를 들어 '21줄 C자리에 앉아있는 000 씨'라고 하면서 캐리어를 다 들고 나오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지만 아직도 이점은 의문이 가득하다.


그리고 통로다리를 따로 만들지 않고 바로 내렸는데 엄청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일기예보를 봤는데 이미 우리가 도착하는 날에는 비가 90% 정도 온다고 예상했는데 정말 비가 오고 있었고 우리가 내렸을 때쯤은 비가 조금 오거나 아예 안 오고 있었다. 그러나 땅바닥은 젖어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승무원들과 인사를 하고 계단으로 내려가 직원들이 안내해 주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공항 들어가는 입구문까지는 2분-3분 그렇게 크게 걸리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걸어가는 거리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버스를 탔는데 7년 전에 학교에서 다른 동기도 없이 나 혼자서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하얼빈에 도착해서 이 버스를 타고 도착 입구문까지 간 게 생생히 기억났다.


그러나 들어오자마자 7년 전의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뭔가 바뀐 것 같았다. 일단 공항 자체는 그대로인데 뭔가 안에 구조가 바뀐 것 같았다. 들어오자마자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려고 했더니 공항직원분이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레이오버시에 작성하는 카드라고 했다. 승무원이 준 카드는 아니라고 한다. 그냥 나중에 중국 오면 공항에 다 입국신고서 있을 테니 미리 받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작성을 하는데 직원분이 나이가 조금 있으셨던 분이었는데 매우 친절했다. 외국인들한테 하나씩 작성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물론 영어는 안 돼서 중국어로만 대화를 했다. 그리고 다들 작성하는데 벌써부터 진이 빠졌다. 비자도 힘들게 해 가지고 왔는데 또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라니...


작성하면서 다른 한국인과 공항직원분이랑 얘기하는데 한국분이 약간 단어 몇 가지를 잘 못 말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입국신고서를 다 작성완료하고 심사대로 갔다.


이제 우리 셋만 남았다. 나는 중국에 연고가 없다고 작성을 했더니 호텔번호를 적으라고 한다. 그렇게 작성하다가 내가 중국이름이 있으면 적으라고 했는데 나는 워낙 내 이름, 즉 한자이름으로 중국에서 많이 불렸으니 적었다가 이게 중국이름이냐고 물어봤다.


맞다고 하고 했더니 근데 이게 중국에서 쓰이냐고 물어봤다. 중국에서 이렇게 불렸다. 이게 한국에서도 불리냐고 했던가? 정확히 기억 안 났는데 결국 안 지우고 그냥 써도 된다고 해서 심사대로 갔다.


그랬더니 심사관이 전에 중국에서 유학을 했었냐, 중국어 할 줄 아냐, 그리고 중국이름 이건 중국에서 쓰였냐, 한국에서 한자로 쓰면 이 한자 이름이다 이랬더니 그럼 법률상으로 이 이름을 쓰냐는 것이다.


중국에서 입국신고서 쓴다면 그냥 중국어 이름은 적지말자. 내가 워낙 내 그대로의 이름, 즉 한자이름을 중국에서도 많이 불리다 보니 적었는데 그냥 안 적어도 된다. 그리고 동생이랑 엄마는 며칠 머물 거라던지 어느 호텔에 묵을 건지 등등 질문이 많을 줄 알았는데 한 개의 질문도 받지 않고 잘 심사를 마쳤다.


내가 걸린 심사대 직원분은 전에 심사할 때부터 꼼꼼하게 보는 것 같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중국어를 하다 보니까 질문도 많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심사를 마치고 나왔다. 그리고 다들 디디추싱(중국의 카카오택시)으로 무조건 택시 잡아서 가라고 신신당부했던 블로그와 영상을 보고 디디추싱을 켰다. 밖으로 나가보니 호객하는 택시기사들도 2명이 다였고 당연히 나는 쉽게 잡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쉽게 잡히지 않았고 갑자기 어떤 택시기사분이 나한테 와서 말을 걸었다. 근데 나는 딱 봐도 호객행위 하는 걸로 보여서 모른척했더니 번역기를 돌려서 음성으로 들려주더라.. 누군가가 마중 나오냐고 물었다. 그래서 맞다고 했는데 갑자기 공항직원분한테 물어보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 공항직원한테 물어보니까 지금 우리가 타고 온 항공편이 마지막 항공편이라 더 이상 운영을 안 한다고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밖으로 일단 나왔다.


그랬는데 공항 밖이 황량 그 자체였다. 비는 오고 어둡고 택시도 3대 정도 있고 어떤 한국인은 아는 사람이 데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그냥 여기 있는 택시 잡자고 했다. 택시 확인하는 중에 갑자기 어느 한 여자분이 엄마랑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한국어를 하더니 조선족이라면서 디디추싱의 택시가 아닌 그냥 택시 타는 건 괜찮기는 하나 대신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왜냐면 사기를 치기 때문에 잘 보고 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공항 내 직원분도 나한테 어차피 이제 문 닫아서 디디가 잘 잡힐지도 모르겠고 그냥 택시 타는 걸 추천하기도 했었다. 어차피 많이 있지도 않고 이미 다 많이 가버렸기 때문이다.


디디추싱을 잡으라고 했던 때는 성수기 때는 그렇게 잡더라도 이렇게 비수기에 심지어 마지막 비행기 때는 잡을 필요 없이 그냥 타는 걸 추천한다. 디디추싱이 잘 잡힐지는 나도 미지수이다. 물론 나는 다음날 확인해 본 결과 쯔푸바오를 허용하지 않아서 앱을 아무리 실행해 봐도 잘 안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24시간이 아닌 마지막비행이면 칼같이 퇴근하고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만약 못 잡거든 그냥 100위안~120위안 사이정도로 좀 더 낸다고 생각하고 타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얼마 안 한다. 물론 200위안 이상으로 달라고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보이는 택시기사한테 물어봤다. 시내까지 갈 거고 얼마냐고 물어봤는데 나한테 미터기를 켠다고 했다. 그래도 100위안 정도 나오냐고 물어봤고 그 정도 나온다고 하고 일단 탔다. 어차피 디디추싱으로 잡으려고 했을 때 96위안이 나왔었다. 근데 문제는 차 트렁크 뒤에 배기통인지 여하튼 차내 연결된 어떤 통이 부피를 차지하고 있어서 2개밖에 캐리어를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좀 작고 가벼운 캐리어를 동생이 안고 탔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그러면서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택시기사분이 한국인이냐고 물어봤고 그렇게 해서 택시기사분과 나의 대화가 끊기지 않고 40분째 진행되었다. 택시기사분은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2025년 동계 아시아게임이 하얼빈에서 열린다고 얘기했고 6월 중순부터 실내 빙등제가 개최된다고 얘기해 줬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짧게 있다가 가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이렇게 온 게 어디냐며 빙등제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것뿐만 아니라 최근 푸틴이 방문한 하얼빈공업대에 박물관이 있으니 방문해 보라고 했고 다른 장소들도 많이 추천해 주셨다. 그리고 중간에 7년 전과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는데 택시기사님은 오히려 달라진 게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오래 살아서 그러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말 지루하지 않게 40분 동안 수다를 떨다가 왔고 돈은 96위안이 왔는데 그 이상으로 조금 더 주고 왔다. 문제는 쯔푸바오는 되지 않으니 다행히 400위안 정도 현금으로 환전한 돈으로 줬다. 그래서 무조건 300위안 이상으로는 현금 환전을 추천한다. 여하튼 지루하지 않게 재밌고 안전하게 도착해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근데 택시기사분이 웨이신(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톡)을 얘기하길래 이걸로 지불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고 만약 택시가 필요하거나 공항 갈 일이 있으면 언제든 웨이신으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너무나도 좋은 택시기사분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우리의 호텔.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블로그로 후기를 남긴 사람이 없었기에 사실 반신반의 하면서 갔다. 일단 도착했을 때 친절한 직원분이 우리를 맞이해 줬고 체크인 시 필요한 여권을 먼저 줬다. 다 확인한 후 우리에게 소정의 선물도 주고 설명도 해주면서 체크인 또한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예상 밖으로 정말 너무 좋았다. 사실 여기는 트립닷컴에서 5점 만점에 4.9점으로 평가가 되어있는데 4.9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퀄리티가 좋았다. 체크인해 준 직원분도 친절했고 심지어 과일까지 있었다.


엄마가 사과를 한입 베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며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문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잘 닫았다고 생각하는데 잘 안 닫혀서 전화를 했더니 직원분이 올라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보니까 하우스키핑 직원분이셨고 나한테 문을 세게 닫아야 한다고 했다. 제대로 문을 안 닫은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6년 전 상해에서 여행했을 때와 다르게 직원분들의 서비스가 너무 좋아서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상해에서는 다들 표정이 안 좋은 걸 떠나서 그냥 대충대충 하고 심지어 말도 안 통하고 서비스가 그야말로 안 좋았다. 물론, 당시 나는 중국에 온 지 5개월째밖에 안되었고 나의 중국어 실력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고군분투 그 자체였다. 물론 이제는 여행으로 그것도 일도 아니고 공부도 아닌 놀러 온 거에다가 6,7년 전의 중국어실력과는 향상된 실력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무리 내가 중국어 실력이 엄청 좋진 않았더라도 느껴진 게 있었다. 내가 6년 전에 묵었던 상해 호텔은 중국어 실력 여부를 떠나 서비스가 별로였다. 여기 하얼빈 호텔은 이미 4성급 호텔이며 내가 혹여나 중국어를 못했을지라도 직원들의 태도는 분명 지금 태도와 같았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말이 통해서 더 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준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쭉 방을 구경하고 문도 어떻게 닫혔는지 알았고 슬리퍼도 하나가 부족해서 전화했더니 또 여분의 칫솔이랑 다른 세면도구까지 합쳐서 갖다주었다.

그야말로 정말 환상의 서비스였다. 6,7년 전의 하얼빈에서의 나는 고군분투하고 어떻게든 중국인 사이에서 중국어 하겠다고 동아리를 가입하고 또 기숙사 방상태가 엉망이었어서 매번 리셉션 내려가서 확인하거나 건의할 때 리셉션 직원들의 불만스러운 표정, 학교 행정 직원분들의 느린 일처리 방식 등등 당시에는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이해도 안 되었고 무엇보다 서비스가 너무 안 좋았어서 실망을 많이 했는데 7년 뒤에 이렇게 바뀌었다니...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88 올림픽을 겪고 발전을 하고 10년 뒤에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몇 년의 시간을 걸쳐서 중국도 내가 지냈었던 그 7년 전의 첫 방문의 기억과 현재 7년 뒤 다시 하얼빈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변했고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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