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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Feb 13. 2021

잊은 게 아닌 잠시 묻어두었을 뿐

<초속 5센티미터> ⭐⭐

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다. 스토리 부문이 아쉽기도 하지만, 신카이 감독이 만드는 작화 퀄리티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너의 이름은>(2016)을 보고 앞으로 이런 아름답고 놀랄 만한 영화들이 무수히 나온다는 미래에 흥분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양한 영화들을 보고 내 생각을 적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어 영화 글을 적어야겠다고 다짐한 방아쇠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수많은 명작들을 뒤로하고 <너의 이름은>으로 영화 글을 적어야 하겠다고 다짐한 나 자신이 지금 생각해보면 서툴고 웃긴 계기다. <초속 5센티미터>는 <너의 이름은>이 떠오르는 영화이자, 그 시절의 내가 품었던 마음을 느끼게 해 준 영화다. 그리고 첫사랑도.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2016), <초속 5센티미터>(2007)

<초속 5센티미터> 네이버 스틸컷

작화

 신카이 마코토 감독하면 빠지지 않는 키워드다.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작화는 실제 사물과 매우 흡사한 퀄리티를 꾸민 작화로 유명하다. <초속 5센티미터> 역시 도시와 자연 풍경과 책, 옷 등과 같은 사물이 실제 공간과 사물을 연상케 하는 작화를 보여준다. 이 영화 과연 2007년 작품인가 감탄을 자아내는 퀄리티. 

 그러나 인물의 작화는 사물을 표현한 작화보다 떨어진 퀄리티를 보여주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주변 작화에 더 큰 매료가 되기 때문이다. 


황혼

 잠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 <너의 이름은>(2016)과 이 영화 장면을 비교해보고 싶다. 두 영화 공통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해가 지는 노을 풍경 즉, 황혼 시간대다. 황혼 시간대에 두 남녀가 같이 있는 장면을 통해 더 낭만적이고, 주황빛이 돋아나니 따뜻한 색감을 보여준다. 다만 이 황혼의 연출 목적이 두 영화가 다르다. <초속 5센티미터> 2부 '코스모 노트' 중 타카키와 카나에가 만난 황혼 장면은 타카키를 향한 카나에의 짝사랑이 노을빛을 통해 더 애틋하게 담기지만,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타키와 미츠하가 만나는 황혼 장면은 보고 싶었던 두 남녀의 만남이 노을빛을 통해 더 절실하고 소중한 시간처럼 다가온다. 

 여담으로, 또 하나 찾은 두 영화의 비교점은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상승과 하강이다. <초속 5센티미터>는 가고시마 지역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장면과 우주선이 상승하며 나타난 거대하고 하얀 연기가 등장한다. 이 장면이 <너의 이름은>에서 하늘에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하강하는 운석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첫사랑     

 <초속 5센티미터>는 잊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감정을 보여준다. 타카키가 첫사랑 아키라와의 만남을 잊지 못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그 중간에 카나에가 타카키를 좋아하는 짝사랑 장면도 보여주지만 타카키가 추구하는 감정은 아키라와의 첫사랑이다. 그리고 그는 성인이 돼서도 다른 여자와의 만남은 고작 1센티미터밖에 다가오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아키라를 그리워한다. <초속 5센티미터>는 첫사랑에 대한 설렘과 감정을 전해주고, 첫사랑이 지닌 미련 또한 전한다. 잊기 싫어 묻어 두었던 첫사랑의 흔적을 영화가 잠시 꺼내어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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