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만드는 사람, 맛을 찾는 사람

복음이라는 허기, 그 깊은 맛에 대하여...

by 신수현

허기의 전염


깊은 밤, 모니터 너머로 누군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씹고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화면 속 식도는 투명하게 비치고, 타인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음식의 무게를 나는 무력하게 바라본다. 이건 마치 이상한 전염병 같다. 내 위장은 텅 비었는데, 남의 포만감을 수혈받아 겨우 잠든다.


나는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재료 앞에 서면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먼저 솟아난다. 그런 내가 요식업 컨설턴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사람들 앞에 섰을 때, 깨달았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건 레시피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허기’였다는 것을...


발표는 삐걱거렸다. 차가운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요리를 잘 못해도 사람들은 창업한다. 그건 오만이 아니라 생존의 절규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백한 공포가 서툰 칼질을 부추기고, 텅 빈 불판 앞에 서게 한다. 하지만 그 절규는 대개 짧은 유통기한을 가진다. 유지한다는 건 단순히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매일 아침 처음처럼 재료의 살결을 어루만지고, 손님이 남긴 잔반의 형상을 응시하는 고통스러운 인내다.



설거지의 철학


나는 요리를 사랑한다. 재료를 씻고 썰어 불 위에 올리는 행위는 무질서한 것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신성한 노동이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뒤 풍경은 늘 눅눅하다. 기름기가 번지는 접시들, 음식물 잔해, 젖은 행주에서 풍기는 비린내. 설거지는 요리의 화려함 뒤에 숨은 침묵의 시간이다. 번거로워 요리를 망설이지만, 누군가와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감각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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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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