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라는 착각

by 신성규

인간은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오랜 관찰과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그 믿음은 대부분 착각이다. 인간의 행동과 선택은 표면상 논리적이고 계산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 본능, 편견, 습관, 그리고 사회적 압력과 비교가 얽혀 있다. 인간이 스스로 옳다고 믿는 순간, 그 믿음은 더 큰 실수와 오류를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과 행동을 ‘이성적 판단’으로 포장한다. 심지어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일 때조차, 그것을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하려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고, 자신의 오류를 덮으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가장 큰 바보가 된다. 스스로의 합리성을 믿는 순간, 인간은 자기 판단의 한계와 오류를 보지 못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간의 바보스러움이 사회적 행동 속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충동, 질투, 경쟁심, 자아 방어—이 모든 것이 패턴 속에서 드러난다. 인간은 자신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하지만, 그 행동의 결과는 의외로 비합리적이고 자기파괴적일 때가 많다.


이러한 관찰은 씁쓸하지만 동시에 명료하다. 인간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믿는 한, 자신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단순한 패턴 속에 갇혀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그 착각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큰 혼란과 실망을 낳는다. 우리는 인간의 말을 믿지만, 그 말 뒤에 숨은 진짜 동기와 감정을 읽지 못하면, 쉽게 상처받는다.


결국 인간을 이해하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합리적 자아’를 믿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행동과 선택 속에서 본성을 드러내고, 패턴을 통해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제 그 합리적 착각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며, 인간과의 관계에서 기대를 조절하고 거리를 유지한다.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믿음과 기대가 아니라, 관찰과 거리 두기에서 시작된다.


이 깨달음 속에서 나는 인간을 혐오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 본성의 한계이며,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실임을 이해한다.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믿는 바보들 속에서, 나는 자신의 기준과 판단을 지키고, 관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법을 배운다. 인간의 바보스러움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관찰할 수 있는 나 자신만큼은 지킬 수 있다.


결국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착각은, 관찰과 이해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이 스스로를 믿는 만큼, 나는 그 패턴과 본성을 읽고, 초연한 시선으로 관계를 바라볼 수 있다. 합리적 자아라는 착각 속에서 인간은 바보지만, 그 바보스러움을 이해하는 나 자신은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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