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본질

by 신성규

사랑은 종종 부드럽고 따스한 이미지로만 이야기된다. 그러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울레이가 보여준 행위예술 〈Rest Energy〉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들은 활과 화살 하나만을 두고, 한 사람은 시위를 당기고, 다른 한 사람은 화살촉을 심장 앞에 둔 채 정면으로 서 있었다. 단 몇 초의 흔들림만으로도 생명은 무너질 수 있는, 극도의 긴장이 지속되는 순간이었다.


이 퍼포먼스가 사랑을 상징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랑은 언제나 서로를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상대에게 우리 삶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내어준다. 신뢰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심장을 열어주고, 상대가 쥔 화살의 끝을 견뎌내는 것이다. 사랑은 안전이 아니라 위험을 전제로 성립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관계는 결코 진실한 헌신이라 말할 수 없다.


동시에 이 장면은 사랑의 역설을 드러낸다. 화살촉이 겨누는 긴장은 두 사람을 갈라놓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단단히 묶어둔다. 시위를 당기는 힘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심장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균형, 그 불안 속에서만 비로소 사랑은 살아 있다. 결국 사랑은 고요한 평화가 아니라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 그리고 그 불안 위에 세워진 신뢰의 공존이다.


아브라모비치의 예술은 이렇게 우리에게 질문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상대를 죽일 수도 있는 화살을 끝내 쏘지 않는 선택, 그리고 그 앞에서 눈을 감지 않고 마주 서는 용기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4화지성 없는 시대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