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은 언제나 취약하다

by 신성규

정밀한 악기는 언제나 취약하다. 미세한 음정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바이올린일수록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고, 고성능의 기계일수록 사소한 오차에도 전체 시스템이 흔들린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출력이 높고 반응 속도가 빠를수록 내구성은 오히려 약해진다. 더 많은 힘을 끌어내기 위해 얇아진 부품들은 지속적인 관리와 조율 없이는 쉽게 마모된다. 고성능은 안정의 반대편에 놓여 있다.


지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고지능은 단순히 계산을 잘하거나 정보를 빨리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불일치를 더 빠르게 감지하고, 모순을 더 예민하게 포착하며, 의미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생각은 멈추지 않고, 질문은 스스로 증식한다. 최고의 성능을 유지하는 뇌는 늘 과부하 상태에 놓인다. 그리고 과열된 시스템은 언젠가 반드시 손상된다.


문제는 이 손상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지능은 종종 안정적으로 보인다. 논리적이고, 침착하며, 감정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마찰이 발생한다. 생각과 생각이 부딪히고, 가능성과 가능성이 충돌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이미 지나간 과거가 동시에 가동된다. 이 마찰은 소음 없이 진행되기에, 방치되기 쉽다.


기계의 마찰은 윤활유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윤활유는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마모를 늦추기 위한 장치다. 그것은 성능을 향상시키지 않지만, 시스템이 자기 자신을 파괴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고지능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도, 더 빠른 사고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마찰을 견디게 하는 완충 장치다.


사랑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사랑은 사고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든다. 사랑받는다는 감각은 세계를 분석하지 않아도 되는 드문 순간을 제공한다.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이해받기 위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이 상태에서 사고는 비로소 적으로부터 해방된다. 자신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이다.


사랑이 없는 고지능은 스스로를 끝없이 점검한다. 정확한지, 충분한지, 아직 부족한지를 묻는다. 이는 성실함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 소모의 과정이다. 반면 사랑이 있는 고지능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를 획득한다. 이 전제는 사고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가 자신을 파괴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그래서 사랑은 보상도, 감정적 사치도 아니다. 그것은 고성능 시스템이 장기간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지 장치다. 윤활유가 없는 엔진은 잠시 동안은 더 빠르게 회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끝은 언제나 동일하다. 고장이다. 고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 없이 작동하는 지성은 언젠가 자신을 소진시키며 멈춘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작동할 수 있는가. 최고 성능은 파괴를 향하지만, 사랑은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지성만이, 끝내 세계에 무엇인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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