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21 알아서 안 하는 캐나다의 인종차별
태국은 몰라서 하는 인종차별이라면 캐나다는 알아서 안 하는 인종차별이다. 캐나다에 처음 와서 은행계좌를 만들러 갔었는데, 도와주시는 상담원분이 상당히 친절했다. 업무가 처리되는 동안 간단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나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질문을 상담원에게 했었다.
캐나다 인종차별 심한 가요?
인종차별이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캐나다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하니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다. 상담원분은 몇 초 생각을 정리한 뒤 나에게 "캐나다, 특히 토론토는 이민자로 이뤄진 곳이라서 여러 가지 문화가 잘 어울러 살아요. 인종차별이 없을 순 없겠지만 그게 굳이 동양인이나 흑인에게만 생기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백인인데 포르투갈 타운에 가면 제가 다른 사람이 되고 코리아타운에 가면 제가 다른 사람이겠죠? 모두들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사는 곳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라고 말해줬다. 이미 태국에서 인종차별로 한번 데어봤고, 영화, 뉴스, 미디어에서는 서양문화에서 동양인이 인종차별당하는 경우는 수없이 봤기에 크게 걱정했던 내 마음이 조금은 달래 지는 듯싶었다.
실제로 상담원분의 말이 맞았다. 다운타운 시내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정말 다양한 인종이 어울렀고, 도시 곳곳에는 그리스 타운, 리틀 이탈리,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등등 동네별로 가지각색의 문화가 숨 쉬고 있었다.
내 친구 마이크가 말한 바로는 인종차별을 하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모두 손가락질을 하며 "못 배워먹은 놈"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 이유도 바로 학교에서 다들 인종차별에 대해 엄격히 배우기 때문에 못 배우고 멍청해서 인종차별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마이크네 학교는 교육과정에 젓가락 사용법도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면 본인만 손해인걸 알기 때문에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예외도 있다. 밤에 길거리를 지나가다 술 취한 무리에게 "F*king Chinese"라고 들은 적도 있고 연말 파티에 갔다가 동양인 비하적인 제스처를 본 적도 있다. 이 사람들은 맨 정신으로도 이럴까? 사실 속으로는 차별하던 모습이 술김에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그렇다. 캐나다에 6년간 살며 일부러 찾아봐도 찾기 힘든 인종차별적인 모습들이 코로나를 빌미로 이곳저곳에서 속속히 보이기 시작했다.
어찌 됐건 캐나다 토론토에 인종차별은 겉으로 보기 힘들다고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 이 글의 부제목을 "알아서 안 하는 인종차별"이라 한 이유는, 모두가 속 마음은 다를지라도 하면 안 되는 걸 알기에 인종차별을 안 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속 마음과 의견이 다른 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우리 모두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인종차별 자라고 생각한다. 정작 나도 태국 국제학교 시절에 캐나다에서 오신 여자 선생님이 백인이 아니어서 친구들끼리 캐나다 사람인데 어떻게 백인이 아니냐고 술렁술렁했던 "몰라서 하는 인종차별"의 경험이 있고, 지금 캐나다에 살면서 눈살 찡그려지지만 입 밖으로 언급 안 하는 "알아서 안 하는 인종차별"의 경험도 있다. 인종차별이 과연 완전히 없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