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4월 하프마라톤 대회 참가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번 3월에 21km를 6분 39초 페이스로 2시간 19분의 기록으로 뛰어보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들이 앞서고 있다.
그래서 오늘 4월 6일(토)은 하프 거리를 뛰어 보기로 했다. 몸이 피곤하면 내일 쉬고 4월 6일 수요일 선거날 또 뛸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반바지를 입었다. 날씨가 10도를 넘어가니 레깅스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모자도 벗고 헤어 밴드만 하고 200ml 작은 생수 한 병과 포도맛 젤 하나를 챙겨 집을 나섰다.
혹시나 모를 부상에 대비하여 몸 여기저기 충분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한낮의 태양이 미세먼지를 뚫고 나를 내리쬐는 것 같았다. 과연 오늘 다 뛸 수 있을까? 걱정과 고민과 답답함을 안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최대한 천천히 6분 30초에서 7분 사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뛰기로 했다.
나에게 딱 맞은 페이스는 6분 30초이다. 신체적으로 무리만 없으면 가장 편안히 뛸 수 있는 페이스다. 그렇게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하천 주변도 살펴보고 하늘도 보면서 풍경을 느끼며 달렸다. 종종 하천변에서 쑥을 캐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오신 분들도 있었다. 가끔 대형견을 데리고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움찔하기도 한다.
6km를 지나 도로변으로 나와 자전거길과 인도가 같이 있는 곳을 달리고 있는데 멀리서 자전거 한 대가 오고 있었다. 뛰는 사람보다는 자전거가 비켜가기 쉬우니 나는 그대로 달리고 있었는데 멀리서 아저씨가 자전거 전용 도로라며 손짓을 하며 외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비켜 달렸다. 참나, 이런, 마음을 삭히고 계속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9km를 지나면서 살짝 갈등하기 시작했다. 오늘 10km만 뛰고 내일 다시 할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자신이 없었지만 하천길을 따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13km 지점에서 돌아오려면 5km를 더 뛰어야 해서 그럼 18km가 된다. 아 오늘 생각보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욕심이 생겼다. 조금 더 1km만 더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달렸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아 좀만 더 가서 15km에서 돌아오면 출발점까지 6km를 가며 하프코스 완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아갈 생각은 접어두고 15km 지점까지 달렸다. 가져온 생수로 목을 축이고 젤도 먹으며 돌아오기 시작했다.
달리는 길 중간중간에 강아지들도 있고 큰 개들도 있어 종종 나를 보고 짓곤 한다, 그래서 멀리 건너편에서 달리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옆을 지나 나를 추월해 가는 자전거를 느끼면 흠칫 놀라기도 한다.
18km 정도 지나서부터는 거의 무아지경이 되었다. 머리는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몸은 만신창이가 된 듯 지쳐있었고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움직였다. 3km, 2km, 1km 남은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러닝앱에 남을 거리를 수시로 살펴보면서 마지막까지 정신줄을 잡고 뛰었다. 그렇게 출발지점까지 다 와서 나의 하프 러닝 연습이 완결되었다.
4월 6일 토요일 21km를 6분 55초 페이스로 2시간 25분의 기록으로 들어왔다. 하프제한 시간이 2시간 30분이니 이 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면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몇 주간의 걱정들을 다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앞으로 조금씩 더 연습해서 근력을 키워나가면 완주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너무 힘든 하프의 고통이다. 내가 10km를 초반에 달리고 들어왔을 때와 비슷했다. 이제는 10km가 일상이 되었듯이 앞으로는 하프 마라톤이 나의 일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