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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마라톤

러닝은 건강한 치료약 -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 머리를 맑게 해준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날은 나의 투표와 러닝의 시간으로 하루를 보냈다.

한주의 이틀을 근무하고 수요일 선거날 나도 모르게 평상시처럼 이른 아침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했다. 선거를 해야겠다는 마음과 2주 후 하프 마라톤 대회 준비를 위해 훈련의 시간으로 오늘 하루가 의미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오후가 되면 사람들이 많아 기다려야 하기에 오전에 투표소를 방문했다. 아파트 단지 옆 초등학교라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렀다.

물론 지난주 집에 도착한 투표 홍보물을 잘 살펴보았고 혹시라도 잘 못 찍을 수 있기에 투표날 아침에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나갔다.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 가자마자 확인하고 투표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주권을 행사하고 뿌듯한 맘으로 돌아왔다.

식사를 하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어느덧 러닝을 위해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피곤함에 잠을 자고 싶었지만 오늘이 아니면 안 되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더운 날씨를 고려해서 반바지를 입었고, 새로 산 러닝백에 생수도 넣고 bacc도 한 컵 털어 먹고 젤도 챙겼다. 더운 날씨로 땀에 모자가 젖어 나중에는 짐이 되어 오늘은 헤어밴드만 하고 나갔다.

영상 1도 지만 바람이 좀 불었다. 가볍게 몸을 풀고 오늘은 하프를 달리겠다는 맘을 굳게 먹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급하지 않게 나의 페이스를 고려해서 천천히 달렸다. 초반에 무리하면 중후반에 지쳐 힘들 것 같아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해야 했다.

지난번 뛰었던 코스를 상기하며 달리기를 이어갔다.

JTBC고양하프마라톤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공원길에도 하천 주변에도 달리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1년 전 내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일산호수공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1분도 못 달리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백마역 공원길을 조용히 달렸었는데 1년이 지나 보니 어느덧 이곳 공원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달리기 하는 사람들을 쉽게 자주 볼 수 있었다. 1년 전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이젠 러너분들의 조용한 코스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하프 거리를 달려야 하기에 길게 보고 급하지 않게 예전과 같이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8km를 지나 하천길을 따라 계속 달리기를 이어갔다.

이젠 을 지나 여름이 오려는 마른 나뭇가지들과 푸르른 잎들이 뒤엉켜 있었다. 한겨울 메말라 있던 하천은 어느덧 가득가득 물을 머금고 있었고 가끔 곳곳에 한강 밀물에 떠밀려온 덩치 큰 붕어 녀석들이 서로 뒤엉켜 놀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하천 주변에서 여전히 맴돌아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낚시하는 분들께 조용히 이야기해 주고 싶었지만 녀석들의 물장구 소리가 귓가에 남아있어 나 몰래 비밀을 간직하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도 한번 그랬지만 최근 봄이 되어 또 한 번 멀리서 뱀을 보고 놀란적이 있어 달리기를 할 때 멀리 보는 것보다 앞을 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또 녀석들이 꿈틀대고 나타날까 봐 긴장을 놀 수가 없었다.

완연한 봄기운에 흩날리는 벚꽃이 앞을 막았다. 내 걸음걸음에 꽃잎을 밟고 가야 하기에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했다. 며칠 전만 해도 흐드러지게 피던 벚꽃이 힘없이 바람에 날려 꽃잎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모습에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나는 머리가 맑아진다. 잡생각이 없어지고 본능적이게 되고 내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지금 당장 내가 가야 할 길 그리고 내가 가고 있는 여기만이 나의 몸과 마음과 머리를 가득 채울 뿐이다. 이게 러닝의 매력인 듯하다. 일상의 모든 잡생각과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건강한 치료약인 듯한다.

10km를 지나서 허리에 들고뛴 이온음료를 마시기 시작했고 15km에서 가져온 젤을 먹었다. 다행히 이번에 산 러닝용 물통벨트가 몸에 맞아서 번거롭지 않게 물과 핸드폰 그리고 젤을 담아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14km 지점에서 돌아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가야 할 거리가 7km가 남았다. 6분 30초에서 7분 사이 페이스를 유지하며 계속 달리기를 이어갔다. 발바닥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고 여기저기 아픔을 느끼면서 풀코스를 뛰는 분들이 대단함을 다시금 느끼면서 나는 하프까지만 하겠다는 얕은 다짐을 해가며 달렸다. 한 발 한 발 돌릴 때마다 발바닥이 아파 천천히 겨우겨우 한 걸음씩 달리기를 이었갔다.

2월 10일 수요일 21km를 6분 59초의 페이스로 2시간 26분 43초에 들어왔다. 오늘도 하프 제한 시간을 겨우 맞춰서 들어왔다. 내가 처음 10km를 달릴 때마다 느꼈던 온몸의 피곤함을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

몇 번의 하프 연습을 통해서 힘들고 어려움도 느꼈지만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첫 하프마라톤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설렘과 함께 두려움으로 뒤섞여 있다.

오늘도 나는 온 힘을 다해 하프마라톤 연습을 완주하였다.

그리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4월 10일 마라톤 연습 후 너무 힘들어 글을 못쓰고 있다가 토요 회사 행사로 하루를 보내고 왔고 일요일 밤 겨우 늦은 나의 이야길을 남깁니다. - 달리는 사회복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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