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3주기가 다가온다. 음력 7월 4일, 올해 양력으론 8월 4일 일요일이다. 6일이 내 생일이니 꼭 이틀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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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력 7월 6일에 태어났다. 견우직녀가 일 년에 한 번 오작교 다리를 건너 만나는 칠월칠석 하루 전날이다. 견우직녀를 위해 세상의 까마귀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 머리를 맞대 이쪽 하늘과 저쪽 하늘을 잇는 다리를 만드는 날, 일 년의 그리움이 꽉 차게 부풀고 일 년치의 인내가 만남의 기쁨으로 승화하는 날, 칠월칠석에는 세상에 까마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전설은 그래서 만들어졌다.
“선한 인연이 오랜 시간 너를 향해 걸어와 바로 네 앞에 있는 날이야. 하루만 자고 나면 가장 행복하고 기쁜 날이야. 세상의 까마귀들이 머리가 벗겨지는 고통을 참으며 너를 위해 다리를 만든 날이야. 그래서 너는 언제나 기다리고 소망하는 모든 것들을 반드시 만나게 될 거야. 하늘을 나는 새들이 모두 함께 날아올라 너의 기도가 걸어오는 다리를 만들어주고 있으니까. 너는 행복한 직녀야.”
어릴 때부터 줄줄 외울 정도로 어머니가 해 주신 말이다. 견우와 직녀, 오작교, 까마귀는 그래서 알게 됐다. 몇 살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단어보다는 뜻을 먼저 알게 된 후 나는 내 생일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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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살아온 시간이 늘어나고 오작교에 대한 설렘과 견우직녀의 사랑에도 무감각해지면서 생일도 내겐 그냥 ‘하루’가 되어 갔다. 지나칠 수 있으면 서너 해쯤은 그냥 지나치고 싶어 진지도 오래됐다. 하루는 그대로인데 일주일은 하루만큼이나 짧고, 또 한 달은 일주일만큼 짧아져, 일 년이 한 달처럼 짧게 왔다가는 지금,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태어난 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작교도 견우직녀도 그들의 사랑도 세상의 까마귀들도 나는 자연스럽게 잊어갔다.
엄마가, 어떻게 내 생일 하루 전날 죽어? 생일만 지나면 좋은 날이 올 거라며? 까마귀들이 나를 위해 하늘에 다리를 만들어 준 날이라고 가르쳐 준 엄마가, 행복한 직녀라고 나를 불렀던 엄마가, 어떻게 딸 생일 하루 전날 이렇게 갈 수 있어?
숨이 끊어져 미동도 없는 어머니를 껴안고 참 많이 울었다. 십육 년을 병석에 계시면서 내 생일이면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 생일인데 엄마가 미역국도 못 끓여주네.’를 하루 종일 말씀하시던 어머니, ‘그래도 생일 지나면 곧 좋은 날이 올 거야. 새들도 너를 위해 다리를 놓고 있어.’라며 환하게 웃어주시던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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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어머니 가시고 삼 년이 다가오는 이 즈음, 나는 그동안 소원해졌던 견우직녀와 오작교, 까마귀를 다시 만나고 있다. ‘생일이 지나면, 좋은 날이 올 거야. 선한 인연이 올 거고 바라던 게 이루어질 거야. 하늘의 새들도 너를 위해 다리를 놓고 있어.’라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그렇게 하시려고 어머니는 내 생일 하루 전날 하늘로 가셨는가. 오작교의 마지막 1 밀리미터를 어머니의 몸으로 메우시려고, 그렇게 더 튼튼한 다리를 딸이 건너게 하시려고, 가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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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칠월칠석엔 진짜로 행복한 직녀가 되어 오작교를 걸어볼 것이다. 그 마지막 1 밀리미터가 되어 온몸이 벗겨지면서도 튼튼한 다리를 놓아준 어머니를 안아볼 것이다.
그리고 말하리라. 소망과 기도가 어머니가 메워준 1 밀리미터로 드디어 내게 왔다고... 어머니의 딸은 어머니로 하여 평생이 행복한 직녀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