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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성숙 Oct 11. 2020

뽀로로를 좋아하는 두 돌 손녀

아들 부부는 뽀로로만 보겠다고 떼쓰는
딸에게 뽀로로 시청 금지령을 내렸다.

그런데 어느 날.
손녀는 우연히 엄마의 폰을 가지고 놀다가 
뽀로로를 만나게 되었다.

오늘 할머니 집에 놀러 온 손녀는 
할머니의 핸드폰을 접수했다.

지난번과 같은 우연한 행운을 기대하며 
할머니 옆에서 열심히 핸드폰을 조작한다.

할머니가 옆에 있으니 신경이 쓰인 손녀는 
작은방으로 들어가며 말한다.

“할머니- 내가 좀 바쁘니까 쪼-끔만 기다려요.”

그리고는 작은방에 들어가 열심히 클릭 클릭.

손녀는 바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거실에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거실로 다시 나온 손녀는 또다시 말한다.

“할머니, 내가 지금 바쁘니까 쪼금만 기다려요.”

웃음 짓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열심히 클릭.

“우리 손녀 이제 들어가서 잘 시간이네.

할머니 핸드폰 주세요.”

“안돼. 안돼. 나 더 할 거야.”

“할머니꺼니까 이제 주세요. 내일 또 빌려줄게.”

“나 더할 거야. 내가 가져갈 거야.”

할머니와 손녀는 실랑이를 벌였다.

다음날 아침.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할머니의 핸드폰을 발견한 손녀.

또다시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빠를 발견한 손녀.

아빠에게 뽀로로를 보려는 맘을 들켜버렸다.
당황한 손녀는 아버지를 향해 한마디 한다.

“무-물러가라!”

말을 갓 배운 손녀는 자신이 아는 표현 중
가장 단호한 말을 고른 것 같다.

보는 우리는 언제 또 저런 말을 배웠을까
깜찍한 손녀가 마냥 영특하게 보인다.

손녀는 그 뒤로도 계속 행운을 기다렸지만 
할머니 핸드폰에 뽀로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손녀는 
또래 친구들보다 말도 잘하고 
상황에 맞게 의사표현도 잘한다.

지금처럼 티 없이 예쁘게 자라주렴.
사랑하는 우리 손녀 두 돌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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