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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y 17. 2020

 코로나 19로 드러난 교육의 민낯

우리는 과연 미래 교육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

당신의, 자녀들의 학업은 안녕하십니까?

  이 질문에 아무런 걱정 없이 Yes를 외칠 수 없다면, 우리의 교육은 성급하게 변화하느라 어딘가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당장 지난 2-30년을 돌아본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온 국민의 마음속에 '교육'에 대한 걱정이 앞선 것은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가지 못한 지 3달째에 들어가면서부터일 것이다. 요즘 학생들(초, 중, 고등학생은 당연하고 대학생, 심지어 공부를 해보려 했던 성인들까지)은 학교에 가지 않고 자율적으로 공부하자니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학업 계획을 짜야하는지 막막함에 사로잡혀 하루 이틀 미루기 일쑤일 것이다.


그런데 이 원격 교육, 50년 전부터 이미 앞으로의 대안적 교육으로 대두되어 왔다. 1833년 처음 스웨덴의 신문사에서 시행했던 통신교육이 시초인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부터 여러 학자들이 원격 교육의 개념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이 정리한 원격 교육에 대한 특성은 이렇다.

1.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물리적 격리로 인해 교수매체를 이용하여 의사소통한다.
2.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한다.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의사소통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록 학습자가 교수자의 도움 없이 학습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각종 피드백, 면대면 출석강의, 상담, 토론 등이 필수적이다.
3.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개별학습이다. 공학적인 기제를 사용하여 사전에 계획, 준비, 조직된 교재로 개별학습이 이루어진다.
4. 학습자는 학습에 자율성을 가진다. 학습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학습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5. 지원조직이 필요하다. 원격 교육은 형식적인 학교 교육과 달리 각종 교재 개발과 학생 지원 서비스를 위한 물리적 조직, 인적 조직 등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기술을 사용하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교육이라는 것인데, 우리가 요즘 새롭게 도입하고 적응하고 있는 '온라인 비대면 교육'의 모습을 정확하게 예견한 것 같다.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아니 그 덕분(?)에 우리는 50년 전부터 대비했어야 했던 원격 교육을 급작스럽게 상용화시키느라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럽게 엄청난 학습자 수를 미처 수용하지 못했던 온라인 강의 서버도 문제이거니와, 비싼 등록금을 주고도 교수자에게 만족스러운 강의를 받지 못한 채 쏟아지는 과제의 양에 묻혀 시달리는 학습자도, 기껏 온라인으로 강의하겠다고 열심히 준비했더니 수업을 켜놓은 채 게임을 하거나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자도..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원격 교육에 대한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 및 강의 학습퀄리티에 불만 폭주한 학습자들 (출처 : SBS, MBN, Channel A 뉴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우리 교육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든 걸까?

감히 지적해보자면, 개인적 견해로는 교수자와 학습자의 역할 변동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교육 상황에서 교수자는 교육 내용을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며, 학습자는 교수자가 전달하고 지도하는 대로 학습 내용을 수용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전제는 학교가 생기기 시작했던 초기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교라는 곳은 사람들이 농장 혹은 공장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생겨난 곳이다. 오와 열을 맞춰서 가만히 앉아 교수자의 지시를 듣고, 의견이 있을 때는 손을 들고 얘기해서 집단에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하는, '일관성과 통일성'을 훈련하는 장소였던 것이다. 이 기제는 당시 정치적 이념에 적합한 교육방법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바뀌어 왔고 이제 우리는 주도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비판적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의사소통을 통해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우수한 인재'라고 부르며 이렇게 되기를 격려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여전히 전통적으로 교육한다.


교육공학이라는 분야에 확신을 갖게 해 준 영상 (by. NESTE - https://youtu.be/-qbYv9BX0UI)

위의 사진은 우리의 교육 현실에 걱정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동기부여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영상의 캡처본이다. 이제는 우리도 조금 다르게 교육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 교육, 비대면 교육을 이론뿐이 아닌, 현실로 옮겨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좋든 싫든 전통적인 방식의 교수자-학습자의 역할을 벗어나 새로운 역할로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교수자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 즉 코치(Coach)의 역할이어야 하며,
학습자는 배우는 사람이 아닌 '학습을 실천하는 사람', 즉 행동가(Doer)의 역할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국 교육상황에서는 학습자를 아직까지 수동적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나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면서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선생님이 몇 쪽을 펴라고 얘기하거나 무언가를 시키기 전까지는 전원이 꺼져있는 로봇처럼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항상 "학교이든 학원이든 수업은 선생님 공부이지, 듣고 있는다고 절대 너희들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핀잔이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 만약 자녀 혹은 제자가 미래에 잘 살아내기를 바라는 학부모나 교수자라면, 단순히 이래라저래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르치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기다리고 옆에서 동기부여해주는 코치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이제 수업을 듣는 것은 그만하고, 일어나서 너희만의 수업을 구성해서 직접 강의해보면서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내라고 미래를 향한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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