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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데어 Jul 10. 2020

이게 다 체력 때문이다.

윤태호, 웹툰 '미생'


아이들이 잠들었다.

이제부터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 그런데 체력이 바닥났다.  "Thanks God It's Friday!!" 환호와 함께 버티고 버티던 체력이 동이 나버렸다. 아쉽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든 아이들과 함께 쓰러져버렸다.


체력이 바닥나니 신경은 좀 더 예민해졌다. 잠자기 전 양치질을 조금 있다 하겠다는 둘째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화를 냈고, 잠들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에게 무심하게 "엄만 잔다"며 등을 돌렸다. 방전된 체력이 돌아옴과 동시에 후회가 몰려온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별 거 아닌 일에 짜증을 내버렸다. 이게 다 체력 때문이다. 핑계가 아니다. 사당오락을 들먹이던 고3 시절에나 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40년을 살아낸 전업맘이 이야기한다. 정말 체력은 국력이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충격을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라.
‘정신력’은 ‘체력’ 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되지 않으니까.


(윤태호, 웹툰 '미생' 중)


사람의 몸과 마음은 신기하게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몸이 힘들면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 반대로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체력이 떨어지면, 지푸라기 같은 무게에도 쓰러지기 쉽다. 아이들 앞에서 슬그머니 짜증이란 놈이 고개를 들 때 먼저 체크해보자. 난 오늘 밥은 잘 챙겨 먹었나. 잠은 충분히 잤는가. 오늘 무리한 일은 없었나. 내 몸의 체력이 바닥났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  체력에 끌려 내려가던 마음도 정신을 차린다.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구나.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출처 : 웅진책방


16kg가 넘는 둘째 아이는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에게 안겨 침대 밑으로 내려와 화장실까지 가야 한다. 찾아보니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어린이 킥 보드의 무게는 대략 10kg이란다. 아이가 둘인 나는 도합 20kg 무게의 킥보드 두 개를  손가락 마디 사이에 겨우 걸고, 다른 한 손엔 가방과 아이 손을 잡고 걸었던 경험도 다반사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는 매일매일 아이든, 짐이든 무언가 무거운 것들을 번쩍번쩍 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유명한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라는 동화책에서 양 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서 있는 엄마의 그림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힘센 여자죠! 정말 멋진 우리 엄마"라는 문구를 발견했을 땐 경악했다. 분명 과장해서 그린 그림인데 너무나 사실적이어서...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힘이 세지 못한 엄마는 멋지지 않은 건가?


엄마의 육체적인 노동과 함께 아이들은 끊임없이 엄마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엄마랑 놀래"를 입에 달고 사는 4,5살 아이의 부모는 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결코 끝이 없다는 것을... 여기에 아이가 둘이라면? 나의 시간과 감정의 밸런스를 잘 지켜야 한다. 어느 한 아이에게 치우치지 않도록 말이다. 직속 상사가 두 명인 직장인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이 두 상사가 라이벌 관계라면...?


그래서 엄마에겐 내가 아닌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체력의 여유, 그리고 마음의 여유 말이다. 아이에게 사랑의 몸 짓, 말 한마디 한 번 더 전해주고 싶다면, 엄마들이여 체력을 키우자. 혼자서 밥도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틈틈이 운동도 하자. 이미 눈치채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다. 이 글은 나에게 하는 혼잣말이다. 제발 좀... 체력을 키우자.



Photo by Vlad Tchompal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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