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는 작은 친절들
"택배 왔어요!"
한 카페 안, 택배 아저씨가 커다란 박스를 내려놓으신다. 사장님이 급하게 달려 나가시며 묻는다.
"아이스로 드릴까요?"
응? 사장님이 택배 기사님이 주문을 하신 걸로 잘못 들으셨나. 이내 카페 사장님의 물음에 손사래 치는 아저씨와 이를 보고도 커피를 내리시는 사장님을 보며 그제야 이해가 갔다.
"오늘은 너무 더우니, 아이스로 드릴게요!"
크게 웃지도 않으시고, 사장님은 무덤덤하게 커피를 건네셨다. 한두 번 베푼 호의가 아니듯 했다. 감사해하며 커피를 받아 드는 아저씨의 마음은 얼마나 따뜻해졌을까. 뜨거운 날씨에 덩달아 후덥지근해졌던 마음도 조금은 시원해지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애씀에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감사를 전하는 사장님의 작은 움직임에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졌다.
그런 순간들이 있다. 급박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엠뷸런스 안의 생사를 오갈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내어준다. 홍해처럼 갈라진 길을 서둘러 달려가는 엠뷸런스를 보며, 이 길 위의 모두가 지금만큼은 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엘리베이터 안, 빽빽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어쩔 줄 모르는 엄마에게 "아이고 예뻐라~" 하며 아이에게 활짝 웃어 아줌마의 너그러움에 나도 따라 너그러워진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분주해 떨어뜨린 지갑을 냉큼 달려와 주워주는 분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뿐인가. 깜깜한 밤,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바짝 쫓아와 긴장한 나에게 내 차의 후미등이 나갔다고 소리쳐주는 아저씨들은 또 몇 분이나 계셨던가. 돌아보면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한 작은 움직임들은 끊임없이 존재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향한, 그저 한 인간을 향한 움직임,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순간 내 마음은 몽글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작은 선행들이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겠구나...
자동차가 자동차에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도심 한복판을 사이렌으로 헤치며 나아가는 소방차의 대열은 아름답고 고귀한 풍경이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절박한 신뢰이며 사랑이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구조받을 권리가 있고, 또 인간이기 때문에 재난에 처한 인간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자명한 윤리가 매일매일의 도심에서 확인되고 있다.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 김훈 '바다의 기별')
너무도 무섭고, 각박하고, 긴장되는 세상으로 가득 찬 뉴스와 SNS에서 눈을 돌리면 사람이 있다. 서로 기대어야만 설 수 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 설 수 없는 인간(人)이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서로를 향한 작은 선행들이 끊임없이 반짝이고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을 내는 반딧불이처럼 서로의 존재를 알리고, 서로를 구하며, 사랑하고 있다. 그 찬란하고 따스한 풍경 속에 나도 있길 바래본다.
행복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커다란 행운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작은 친절이나 기쁨 속에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사진: Unsplash의 Renaud Confavre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