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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경 Jan 21. 2024

잠깐 휘슬 불기, 여름편 중간 점검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

- 차 례 –

01. 소개팅과 글쓰기의 상관관계

02. 여름편과 함께해 줘요

 


 

부산에서 도쿄로.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


(1)번아웃된 미혼 여성이 할 일,

(2)난 20대가 아니다 - 아사쿠사, 라멘 벤케이,

(3)예민한 여자 - 국립서양미술관,

(4)우에노공원, 총성 없는 전쟁터 - 코메다 커피,

(5)나와 엄마, 오마카세 - 다이와스시,

(6)7년의 연애를 마친 날 - 가마쿠라 시치리가하마 해변,

(7)김연경과 김연경 上 - 가마쿠라 쓰루가오카하치만구,

(8)김연경과 김연경 下 – 시부야,

(9)언제든지 도쿄에 다시 와 – 시부야 차테이 하토우,

(10)자신이 인생의 지각생 같나요? – 밤의 도쿄 센소지.


여기까지가 김연경의 도쿄 여행 <여름편>이었습니다.

<겨울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휘슬을 불고, 멈추어 뒤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름편>은 여기서 끝이 나고, 다음 편부터는 <겨울편>이 올라옵니다.




01. 소개팅과 글쓰기의 상관관계


며칠 전 두 번의 소개팅을 했습니다. 이전 남자 친구와는 7년간 교제했는데요. 긴 연애와 이별 후 맞이한 소개팅이니 '소개팅'이라는 글자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오랜만에 알쏭달쏭한 마음을 몸소 겪으며 그간 몸과 정신이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자의로, 타의로 마음껏 느꼈습니다.


처음에 메신저로 대화를 나눌 때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너무 큰 기대를 지니면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을 때 자신이 초라해 보일 수 있으니까요. 고마운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고 대하자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전화를 하고, 실제로 만나서 차를 마시고, 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고, 현실과 철학에 관해 대화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고, 다시 전화하고, 


곧 제가 떠날 일본 여행을 이야기를 하고, 나카메구로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생의 꿈을 이야기하고, 아침에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서서히, 아니 사실은 조금 빠르게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가 깨어났어요. 물론 루틴이 정해져 있던 제 하루에 파란이 일면서 피곤함도 좀 느꼈어요. 불안함도 느꼈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지금 제 상황처럼, 글쓰기와도 썸을 타는 것 같습니다. 사귀지 않는, 흔히 말하는 ‘썸’인 상태에서는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신경 써야 했어요. 


대화할 때는 높은 톤으로 말하면 호감으로 보일까? '김연경'의 인생을 어디까지 보여 주어야 너무 솔직한 것이 아닌 진솔한 것이 될까? 방금 이야기했을 때 말투가 이상하지는 않았을까? 어제 한 이야기는 너무 공주병 같았나? 왜 이렇게 말했지? 메신저에서는 어떤 화제를 던지면 더 유연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 좀 더 예뻤다면 이런 고민은 안 해도 됐을 텐데!


아, 쓰다 보니 제가 상대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네요… 흐음. 더 정확하게는 썸이라는 가볍고도 무겁고 성공과 실패를 알 수 없는 관계에서 조금 더 결정권, 즉 칼자루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한편 글을 쓸 때는 칼자루를 독자님들이 쥐고 있기에, 일단 저의 뜻과 마음을 최대한 글에 녹아내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썸이라는 모호한 관계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차분하게, 마음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하기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뛰어난 말솜씨나 미모나 재주가 있는 게 아닌지라 마음을 다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글도 비슷합니다. 아주 뛰어난 글솜씨나 유명세가 없으니 매주 차분하게, 마음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해 왔습니다. 그리고 여름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전철 안도 아름답게 느껴졌던 도쿄.

브런치 북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도쿄 여행이라는 포맷 안에 저의 유년기와 성인 때의 고민, 불안, 희망, 부침, 꿈 등을 곁들인 에세이입니다.


좋아하는 것에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이는 아이디어는 글쓰기 강연에서 우연히 얻었어요. 강연 당시 여자 작가님이 굉장히 단아하고 똑 부러지는 인상을 지닌 분이셨는데, 깊은 늪에 빠져 있던 자신을 구해준 것이 책이기에 책 이야기에 인생 이야기를 곁들이는 ‘도서 에세이’를 썼다고 하셨거든요.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 평소 일본 여행을 항상 꿈꾸는 저는(특히 자주 방문하지 않은 도쿄 여행을 꿈꿨습니다) 도쿄와 인생 이야기라는 주제로 브런치 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이야기도 꼭 넣어 보고 싶었던지라 ‘좋아하는 것(일본 도쿄)+좋아하는 것(인생 이야기)’이 합쳐져서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를 쓰며 즐거웠답니다.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의 키워드를 뽑자면 일본 여행, 도쿄, 미혼, 삼십 대/사십 대, 번아웃, 프리랜서입니다. 이를 문장으로 쓰자면 마지막 편에 쓴 문구처럼 '비록 인생의 지각생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존재하기에 쓸 수 있는 글이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글을 작성했습니다.


과연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생각에 빠지니 가슴이 떨렸어요. 하지만 브런치 북을 쓰자며 의기투합한 ‘온라인 브런치 북 글쓰기 모임’에 참가해서 매주 글을 쓰니 많은 힘이 생겼습니다. 브런치 북에 글을 쓰면서 어딘가에 속해서 글을 쓰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네요.




02. 여름편과 함께해 줘요

새벽의 긴자.

<여름편>은 여기서 끝이 나고, 다음 회부터는 <겨울편>이 진행됩니다. 이름 그대로 겨울에 도쿄 여행을 다녀온 후 쓴 글이에요.


<여름편>을 보내기 전에 각 편의 이야기를 잠시 나눠 볼 시간을 주시겠어요?


(1)번아웃된 미혼 여성이 할 일

단 며칠이라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거울 속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면,

당신은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번아웃에서 탈피하기 위해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계기를 작성한 편이에요. 이 글을 쓴 후에도 가끔 거울 등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곤 해요. 어제도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다가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는데 여러 일로 인해 생긴 다크서클, 푸석한 피부, 퀭한 눈동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도쿄 여행을 결심했죠. 저는 거울 속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를 ‘일본 여행을 떠나야 할 시간’, ‘나만의 쉼을 줄 시간’으로 정했답니다.

 


(2)난 20대가 아니다 - 아사쿠사, 라멘 벤케이

아직은 맛있는 라멘 한 그릇에 다시 더위로 뛰쳐나갈 용기가 생기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이십 대 때와 삼십 대 때의 체력이 다르다는 것이 주제예요. 똑같이 무더운 날씨에 도쿄를 여행했지만 삼십 대인 이번에 간 일본 여행은 유독 고되더군요. 비단 여행뿐만이 아닙니다. 일을 할 때도 나이가 들었으니 예전과 다른 컨디션을 감안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전략 없이 정신력 문제만 탓하는 무능한 스포츠 감독처럼 자신의 정신력이 약해졌다며 자책만 했어요. 그 끝에는 번아웃이 기다리고 있었죠. 


 

(3)예민한 여자 – 국립서양미술관, 우에노공원

대자연이 선사한 풍경조차 빛이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데, 나도 자신의 예민함을 다른 시각으로 비추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은 예민한 성격인가요? 저는 예능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온 예민한 금쪽이들처럼, 어릴 적부터 조금만 마음에 거슬리면 예민함이 발동되는 성격이었어요. 괜히 예민한 게 부끄러워서 쿨병에 걸린 사람처럼 쿨한 척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명실상부 유명한 공원인 ‘우에노 공원’ 안에는 국립서양미술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의 마음을 빼앗은 작품을 보고 제 예민함을 풀 힌트를 조금은 찾은 것 같습니다.


 

(4)총성 없는 전쟁터 - 코메다 커피

비단 번역가뿐이겠는가. 주부, 직장인 등 수많은 사람은 치열한 노력이 당연시되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경험이 있을 테다.”

 

도쿄 여행을 떠나면 꼭 카페를 방문해요. 예전에는 해외에서도 우리를 반겨주는 스타벅스를 자주 갔지만, 지금은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한국에 없는, 일본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카페도 좋아합니다. 사실 카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일터 중 하나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코메다 커피’ 카페에서 오롯이 휴식을 취했어요. 코메다 커피에서 느긋하게 긴장의 끈을 풀고 쉬었죠. 그러니 이때와 상반되는 상황, 한국에서 치열했던 ‘번역 전쟁터’도 떠오르더라고요.

 


(5)나와 엄마, 오마카세 – 다이와스시

영원한 게 없는 세상인 줄 알았지만 바다는 영원히 이어졌다.”

 

오마카세를 아시나요? 주방장이 그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하나씩 만들어서 내놓는 코스 요리인데요. 일본에서 유명한 초밥 오마카세 전문점 '다이와스시'를 방문했습니다. 어제 잠을 설친 제가 달콤한 커피를 으레 찾는 것처럼, 초밥을 먹을 때는 오사카, 후쿠오카에서 함께 초밥을 즐겼던 엄마가 으레 생각납니다. 오마카세, 엄마, 다이와스시(초밥 전문점)을 엮어서 글을 썼습니다.

 


(6)7년의 연애를 마친 날 - 가마쿠라 시치리가하마 해변

다시 살기 위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뻐끔- 뻐끔-”

 

코메다 커피 편에서 ‘여행을 떠나면 언제나 카페에 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바다도 자주 찾아갑니다. 어릴 적부터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에 살아서인지,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반드시 저의 울먹임을 멎게 해주는 저만의 안전장치가 바다이기도 해요. 이번에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도쿄 시치리가하마 해변에 갔는데요. 괜스레 떠올랐어요. 저에게 많은 것을 선사해 준 7년간의 연애가.

나의 힐링 플레이스, 아사쿠사.

(7)김연경과 김연경 上 - 가마쿠라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우리를 멈추지 않고 기어가게라도 해주는 정신적인 원동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애틋한 사랑? 누군가를 지켜야겠다는 희생정신?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누군가에게 영감과 영향을 받는 존경심?”

 

글로 유려하게 담아내기 쉽지 않지만 ‘존경심과 사랑’에 관해 꼭 써보고 싶었습니다. 저와 동명이인인 배구 선수 김연경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고래’라고 칭하며 존경심이 우리를 어떻게 숨 쉬게 하는지를 써보았는데요. 여러분에게도 존경하는 ‘고래’가 있나요? 인생에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8)김연경과 김연경 下 – 시부야

좀 헤매면 어때. 좀 실패하면 어때. 또다시 새로운 곳을 마주할 수 있잖아. 혼자 여행하니까 누릴 수 있는 호사일지도 몰라. 여행만큼 실패도 달콤한 게 있을까?”


위의 김연경과 김연경 上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시부야를 언제 처음 알게 되셨나요? 골똘히 생각해 보았는데 언제 시부야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시기는 모르지만 어느샌가 머릿속에 유명한 관광지로 자리 잡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뜻한 유채색과 회색빛의 무채색을 모두 품은 시부야. 여러분에게는 시부야처럼 어느샌가 머릿속에 자리 잡은 사람이 있나요?

 


(9)언제든지 도쿄에 다시 와 – 시부야 차테이 하토우

일본도, 나도 도망가지 않으니 언제든지 다시 와.”

 

코메다 커피편에 이은 두 번째 커피숍 이야기입니다. 다른 점은 이번에 방문한 ‘차테이 하토우’라는 이름의 커피숍은 두 번째로 발걸음한 곳이에요. 심지어 첫 번째 방문 때 그다지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본능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멀리하고 그다지 좋지 않았던 곳에는 발걸음하지 않던 저를 다시 가게 만든 곳. 차테이 하토우의 매력을 여러분께도 담뿍 담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10)자신이 인생의 지각생 같나요? – 밤의 도쿄 센소지

“지금 내가 이렇게 존재하기에 쓸 수 있는 글이 있을 것이다.”


삼십 대 여자, 프리랜서, 미혼, 7년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진 사람. 어찌 보면 불완전할 수 있고 브런치 북의 주요 키워드이기도 한 이 단어들을, 이 무겁고도 꽁꽁 싸여 있고 여린 단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고민했는데요. 더운 9월 말 여름 도쿄, 밤의 센소지에서 조금은 그 답을 얻은 것 같습니다.




여름편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의 여름편을 함께해 주신 분들께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도쿄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는 <겨울편>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

저는 지금 겨울에 어울리는 이적의 노래를 듣고 있어요. 바깥에 눈도 내리면 분위기가 금상첨화이련만, 부산에는 을씨년스럽게 비만 쏟아지고 있네요.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에서는 어찌 보면 불완전할 수 있는 인생에 관해 다루었어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비가 쏟아지는 날씨처럼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브런치 북을 통해 조금이라도 불완전함의 미학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겨울편>에서도 뵙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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