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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맥도날드

by anego emi

일본의 인기 드라마, 심야식당의 인트로에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흐르지요. 퇴근길에 왠지 집이 아닌 딴 길로 세고 싶어 지는 날이 있다고요. 저는 그런 날이면 지하철역 근처 대로변에 있는 맥도날드에 들립니다. 무엇보다 통창이라 어둑어둑해지는 밤하늘을 마음껏 올려도 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매번 햄버거 대신 사이드만 먹는 저에게도, 통 크게 할인 쿠폰을 쏴주거든요. 맥 너겟, 감튀, 맥 윙… 퇴근길에 적당히 출출해진 허기를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지요. 대부분 제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저는, 저녁 무렵의 맥도날드에 찾아든 사람들이 만드는 시끌시끌함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습관적으로 챙기는 책을 펼쳐 들고 갓 튀겨준 너겟을 오물오물 거리며 라디오 소음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매로 보이는 두 어린이들이 핸드폰 속 캐릭터를 보며 자지러질 듯 큰 소리로 웃습니다. 그 웃음소리가 제법 넓은 매장을 꽉 채워도 그 누구 하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네요.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아이들을 향해 빙긋하고 한번 웃어주고, 앞에 놓인 음식을 맛있게 먹어치웁니다. 저는 책을 덮고 스케치북을 꺼내 아이들의 모습을 스케치해 봅니다. 엄마가 되지 못했지만 엄마의 눈으로 아이들을 보고, 엄마가 아니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이 아이들이 앞으로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기도하면서요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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