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우자 Nov 01. 2023

나 이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드디어 골방에서 탈출하기까지 걸린 시간 30년

매주 수요일의 글쓰기


나는 자타공인 집순이다. 완전 comfort zone에서만 사는 우물 안 개구리랄까. 평일에는 집 밖을 나서는 순간은 강아지 산책과 아침 독서를 하러 아파트 단지 속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공간에 가서 책을 읽으러 나가는 것,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게 다이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남자친구의 나가자는 성화에 못 이기는 척 끌려나가곤 한다. 못 이기는 척 하고 나가는 이유는 내 생각에도 내가 삶과 젊음을 못 즐기는 것 같아서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줄곧 이런 식이었다. 여러명과 관계를 맺기보다는 소수의 몇명과만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다. 심지어 한국의 대학으로 편입을 하고 나서는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기 전까지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 그런 나를 보고 주변에서는 친구를 좀 사귀라고 걱정했지만, 그 당시 나는 진정으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혼자서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결이 안 맞는 아이들과 친구를 맺고 지내는 게 오히려 불편했다.


그렇지만 혼자서 지내는 것의 단점은 정보력이 부족해진다는 거였다. 혼자서 다 알아서 척척 잘하는 사람이면 잘 먹고 잘 살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이 못된다. 그래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도 필요한 학점에 해당되지 않는 수업을 들어서 예상치 못하게 한 학기를 더 다니게 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경험도 있다.




나의 6공주 이모 중 셋째이모는 사업가이다. 내가 작은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모의 조언을 많이 구하곤 하는데, 이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안에서만 있으면 안된다고 나가서 일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나는 지금껏 쭉 집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그저께)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 이유는 나의 브랜드처럼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것으로 유명한 키링 브랜드의 대표와 함께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내가 끈질기게 들이댔고, 너무 고맙게도 인연이 생겼다.)


그저께는 그 브랜드의 사무실에 가서 나의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왔다. 바쁠테니 시간을 많이 뺏지 않도록 최대 1시간만 있다가 와야지!라고 미리 마음을 먹고 들어갔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고 나오고 보니 1시간 30분이나 이야기를 했다. 브랜드의 대표는 열정이 넘쳤고, 좋은 아이디어가 분출했다.


나에게 해준 여러 팁과 조언들 중 하나가 사무실을 얻거나 공유 오피스 등 외부에 나가서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세번째 공주이모가 해준 말과 똑같았다. 나는 바로 공유 오피스를 알아보았고, 지금은 그 공유오피스에서 글을 쓰고 있다.


열심히 집중해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고, 즐겁게 탁구를 치는 사람들도 있고, 영어를 쏼라쏼라하는 외국인도 있다. 이제 집에서만 박혀서 혼자 고립되어 일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자극도 받고, 정보도 얻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하루가 다르게 나이를 먹고 있고, 젊음은 유한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집 밖을 나가 외부에서 활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지긴 했는데 지금까지는 실천이 잘 안되었다. 업사이클링 키링 브랜드 대표와의 만남 이후 실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래서 오늘은 드디어 집을 나서서 여러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으로 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먼저 말도 걸어 볼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생 대부분을 독고다이 인생을 살아온 내가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인싸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어볼 것이다. 


나 자신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내가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사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