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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자 Nov 23. 2023

잘 팔리는 제품을 일부러 더 안 만드는 이유

퇴사 후 나만의 작고 귀여운 브랜드를 창업해보았습니다 6

창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반응이 왔다. 내가 좋아하는 화사한 색감의 플로럴 패턴으로 된 가방을 만들어서 판매를 했는데 인기가 꽤 좋았다. 


나는 배송을 할 때 상품 포장에 엄청 시간을 많이 들이고, 당일 배송 접수라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문이 들어오면 그 날 바로 배송을 나가느라 꽤 바빴다. 어떨 때는 힘이 들어서 '오늘은 좀 쉬게 주문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라는 배부른 생각도 했었다.


지금은 더 이상 그 제품들을 안 만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유기농 면이 아닌 이상 순면도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폴리에스터, 나일론 같은 합성 섬유는 해양 오염의 주범 중 1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에코'백이라고 생각했던 면가방도 살충제, 고엽제 등을 쓰지 않은 유기농이 아닌 이상 환경에 유해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내가 퇴사를 한 후 가방을 판매하게 된 계기는 동물의 옷인 가죽을 사용하는 게 싫어 가죽가방 대신 내가 직접 면으로 에코백을 만들었고, 주변에서의 반응이 좋아 판매를 하게 된 것인데, 동물보호만큼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진는 않지만 그래도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알게된 이상 판매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인기가 많았던 그 제품을 제작하지 않는다. 대신 버려진 페트병을 깨끗히 씻고, 분쇄하고, 녹여서 실이 된 원단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전에 만들었던 화사한 플로럴 패턴으로는 만들기 어렵게 되어 판매되는 수량이 과거에 비해 대폭 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환경친화적 가방을 만드려고 준비 중인데, 역시나 여러 장애물이 생겼다. 페트병 리사이클 원단 속에 솜을 넣어서 보송보송한 누빔 가방을 만들 계획이었다. 집에서 뚝딱뚝딱 시안을 만들어보았는데 마음에 들었다. (손으로 누빔하는 건 넘 어렵기에 패스) 유기농 목화솜을 사용해야 환경에 덜 해롭기에 그러려고 했더니 요즘에는 그런 솜으로 누벼주는 곳이 없단다. 왜냐면 목화솜은 비싸며, 무엇보다 솜이 부서진다고 했다. 가능한 솜은 폴리에스터(합성섬유)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버려진 페트병 리사이클 솜으로 누빔패드를 만드려고 했더니, 그 상태로 판매하는 곳이 잘 없고, 그렇게 만드려면 여러 공정을 추가적으로 거쳐야 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는만큼 생산 비용이 늘어나고, 판매가도 높아진다. 



최대한 환경에 덜 해롭게 만드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 과정이 참 쉽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과연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친환경적인 가방을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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