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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an 23. 2018

별이 빛나는 밤에

때론 멈춰 서기, 가만히 숨 고르기 




마음이 조금 느슨해져도 괜찮은 금요일. 일 년에 몇 번 없을 장관이 펼쳐질 거라는 기사를 봤다.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별똥별.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정말 우수수 떨어지는 걸까,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양이 떨어지는 걸까 궁금해진 나는 이번에는 꼭 직접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 근래 여러 번 꺼내볼 만큼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여느 때와 똑같이 보내기엔 아쉬웠던 그날, 별똥별은 꽤 괜찮은 핑계가 되어주었다. 



자정이 피크일 거라는 말에 열 시가 되기 전, 남편과 함께 차에 몸을 실었다. 우리는 불빛 가득한 도심을 떠나 꼬박 두 시간을 달렸다. 양주에 있는 스페이스 센터가 목적지였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주변은 점점 어둑해졌지만, 하늘의 별은 하나둘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없다는 건 그저 좋기만 한 건 줄 알았는데, 불필요한 빛들이 이토록 많은 별을 숨기고 있는지 몰랐다. 묵묵히 운전을 하던 그도 자동차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와, 별 이렇게 많은 거 처음 봐. 얼른 창문 열어봐."



그를 따라 나도 굳게 닫혀있던 창문을 내렸다. 가로등이 빼곡한 거리만 달려봤지, 이런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짙은 흙냄새도 아련한 풀벌레 소리도 아주 어릴 적 기억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잊고 지내기엔 너무도 아까운 추억들이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일찌감치 도착한 자동차들은 나란히 갓길에 세워져 있었다. 그 모습마저 다정하게 느껴졌다. 우리도 그들 틈에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자 익숙했던 소음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자, 지금부터 하늘만 보는 거다. 잠깐만 한눈팔아도 놓칠 수 있거든."



이 말을 한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아 기다란 꼬리를 가진 별똥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진짜 별똥별을 본 게 맞나 싶었다. 태어나 처음 본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여겨져 한동안 별똥별만 묵묵히 기다렸는데, 그 공간에 몰입하면 할수록 사방에 흩어져 있던 자그마한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눈길이 닿길 기다렸다는 듯 더 눈부시게 반짝였다. 느릿느릿 제 갈길을 찾아가는 구름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나뭇가지의 흔들림도 빠짐없이 완벽했다.



"있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하늘만 보는 거. 이렇게 좋은 거였나?"



오랜 침묵을 깬 내 말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방해 없이 지금 하고 싶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행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별똥별은 이러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하루에 한 번 보기도 힘든 하늘을 별똥별을 보겠단 핑계로 이렇게 몇 시간씩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날 본 별똥별은 고작 서너 개에 불과했지만, 우리는 마치 소원을 다 이룬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일상에 별똥별 같은 핑계가 몇 개쯤 더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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