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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Feb 27. 2018

저마다의 시선

당신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얼마 전, 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자리가 있었다. 만난 지 십 분도 채 되지 않은 낯선 사람이 내 글을 읽은 적이 있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겪는 일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직은 이름을 밝히고 글을 쓰는 일이 익숙지 않은 데다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읽었다니 괜스레 행동 하나 말 하나도 조심스러워졌다. 내내 글을 통해 받은 내 첫인상은 어떨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상상하고 있을지 긴장한 채로 이야기를 나눴다.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은, 식사를 하고 카페로 옮길 때쯤 들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활달한 분이신 것 같아요. 글만 읽었을 땐 차분하실 줄 알았거든요."



나와 나란히 걷던 그녀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내가 초면에 너무 수다를 떨었나. '생각보다'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려 또 다른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나답지 않은 글을 썼던 걸까. 어떤 글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나를 만나기 전, 그녀가 상상했던 이미지를 나는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할 무렵엔,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도 함께 떠올랐다. 절친한 친구로부터 낯선 말을 들은 날이었다.



"너 원래 이런 성격 아니잖아."



내가 어렵게 꺼낸 말 뒤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니까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 거라고, 그래서 새로운 해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 고민은 결코 너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서운한 감정은 아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 건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 것이었다. 친구가 만들어둔 나란 사람에 대한 틀. 그러니까, 어떤 일이든 허허 웃어넘기고 어떤 고민이든 알아서 해결하는 사람. 그 틀을 벗어나면 나를 낯설어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경험은 나를 자주 주춤하게 만들었다. 이런 말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스스로 거둬버린 말들도 참 많았다. 그때그때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둔 어느 때의 나로부터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처음 인사를 나눈 그녀의 말대로 나는 대체로 발랄할 성격이지만, 그날만큼은 그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진 못했다. 애써 차분해지려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수십 명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면 나에 대한 이미지도 수십 개가 생길 거라는 걸 모르는 나이도 아니지만 여전히 나는 주춤했다. 그럴수록, 내가 유난히 말이 많든 적든, 자주 웃든 시무룩하든 오늘의 너는 그런가 보다,라고 자연스럽게 바라봐주는 이들이 그리운 날도 많아진다. 내가 생각하던 너에게서 조금 벗어났더라도 지금 보는 네가 가장 너다운 거라고,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져도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이제는 남이 아닌 나 자신이 들려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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