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요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지 Apr 26. 2016

설득을 잘하는 법

협상의 10계명 요약

    우리 회사에는 지식 나눔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나누고 싶은 지식이라면 뭐든 주제가 될 수 있다. 업무 시간 중 원하는 시간에 세미나를 오픈하고 회사 동료들이 신청해서 들을 수 있다.


    최소 2주에 한 번씩 하기로 스스로 다짐하고 시작한 게 '책 읽고 내 맘대로 30분 내로 요약해드림.'


    첫 번째 책은 마침 손에 들고 출근했던 협상의 10 계명이다. 필요에 의해서만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난 항상 설득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설득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징징대고 있을 때 누가 추천해준 책이다.


협상의 10계명 표지


    내 지식나눔에 4명이 신청했는데 2명이 일 때문에 불참. 나포함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서 얘기하며 진행했다. 30분이 생각보다 후딱이라.


   협상이라는 말이 다소 무겁게 느껴져서 타이틀도 그렇고 일부 내게 와 닿는 단어로 바꿨다. 일부 요약에서 협상은 설득이라는 말로 종종 바꿔썼다.


지금부터 10 계명 요약해드림.



요구에 숨겨진 욕구를 찾아라



    설득을 할 때 상대방이 말로 표현한 요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요구사항 이면에 있는 욕구를 알아야 한다. 결국 요구사항은 욕구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한다면,  욕구를 만족시킬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쉬운 사례를 들어 보자.


편의점 알바 중인데 누군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A : 콜라 한 병 주세요!
나 : 저희는 콜라가 없습니다.


    물론 편의점에 콜라가 없는 경우는 없겠지만. A의 욕구에 집중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A : 콜라 한 병 주세요!
나 : 콜라는 없습니다만 사이다, 환타 다른 시원한 탄산음료가 있어요!


    만약 내가 A가 목이 말라 시원하고 톡 쏘는 탄산음료를 찾고 있다는 걸 파악한다며 다양한 다른 제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하나라도 더 파는 거다.


    재밌었던 사례 또 하나는 노벨상 거절했던 교수 의 이야기다.

    남들한테 주목받기도 싫고 혼자 연구에만 몰두하고 싶은 괴짜 천재 교수가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로 지목되었는데도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고 연구에만 몰두하고 싶어 했단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얼마나 노벨상이 대단한지 열심히 설득했는데도 듣지 않았다. 그런데 그 부인이 괴짜 교수를 설득했다. 노하우는 뭐였을까?


    부인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벨상을 안 받으면 노벨상을 거부한 세계 최초 과학작 되어서 더 귀찮게 될 거라고, 기자들이 취재하러 올 거고 노벨상을 받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야만 할 거라고.

    부인은 남편의 욕구를 저격해서 노벨상을 받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상대방의 욕구에 집중하면 설득의 문이 열린다.




양쪽을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라



    서로의 욕구를 안다면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창조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도 사례를 보자.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체결

    1967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벌어졌는데 불과 6일 만에 이집트가 항복을 하고 양국은 휴전에 들어갔다. 이것이 그 유명한 6일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이집트는 항복했을 뿐만 아니라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한 시나이 반도를 이스라엘에 고스란히 빼앗겼다.

    그 후 양국은 휴전이라는 불안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평협 체결을 여러 차례 시대다. 양쪽 모두 평화협정을 간절히 원했으나 협상은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양쪽 모두 시나이 반도를 반환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했다. 문제는 어느 정도 반환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이집트는 무조건 100% 반환을 요구했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일부만 반환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집트는 100퍼센트에서 단 1퍼센트라도 빠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고수했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협상은 타결되지 못한 채 결국 1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이 협상을 결국 타결이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1978년 미국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양측은 다시 협상의 자리에 앉았다. 이때 유능한 변호사가 이 협상을 맡았는데, 그 변호사는 그 이면에 있는 욕구에 집중했다.

    이집트는 왜 100% 반환을 고집했던 걸까. 그 이유는 전쟁에서 6일 만에 항복했던 게 쪽팔렸던 거다. 국민은 상처 입었고 정권의 위신이 바닥을 쳤다. 해서 1%를 물러서는 것도 정권의 위신을 위해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군사 전략상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일부 땅은 반환하지 않고 보요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던 것.


    변호사는 이집트의 위신을 살리면서 군사상 완충지를 만드는 제안을 한다.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100% 반환하되, 유엔 평화군이 상시 주둔하여 완충지 역할을 하는 것. 이렇게 11년 만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로 파이를 키워라.



    계속 비슷한 얘기인 것 같지만, 그만큼 중요하다.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찾았으면 이제는 자극해서 설득해야 한다.


    만약에 협상이 돈만 가지고 하는 일이라면 누군가 얻는 만큼 누군가는 손해 보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에 따라 돈만큼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그건 본능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옳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 공평하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 등등

    협상 테이블에 돈 외에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추가하자. 이것은 설득의 대상이 되는 항목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파이를 키우는 것)


    이번에도 사례를 보자.

제인 러셀의 계약

    하워드 휴스가 1940년 무법자라는 서부영화에 제인 러셀을 주연 여배우로 출연시키며 100만 달러의 접속료를 약속했다. 1년이 지나고 제인 러셀은 돈을 요구했는데 휴스는 당장 현금으로 바꿀 자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루었다. 문제가 생기자 휴스는 100만 달러를 주되, 20년 동안 분할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60만 달러를 지급하는 셈이었다. 제인 러셀은 하워드 휴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러셀을 설득했을까?


   휴스 감독은 먼저, 러셀의 명예욕을 자극했다. 1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로 러셀의 몸값은 엄청 뛸 것이 틀림없었다. 지급을 번복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방법을 굳이 말하지 않고 100만 달러 슈퍼스타가 되는 편이 낫다고 설득했다.

    또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자극해서 연금식 지급에 동의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일시불로 지급할 경우 세금폭탄을 맞아 세금으로 반은 날아갈 것이라는 것을 발견해서 설득했다.

    100만 달러 일시불이 20년간 5만 달러로 설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돈 외에 상대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야 한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국컨소시엄의 멕시코만 유전 인수

    2008년 1월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연합한 한국 컨소엄이 미국 테일러 에너지사가 내놓은 멕시코만 유전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쟁자인 미국의 아파치와 스폰사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고도 인에 성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국컨소시엄은 테일러 에너지사 CEO가 장학사업 등 꾸준히 사회사업을 중시하며 진행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수를 제안하는 발표를 할 때 회사연혁에 설립자의 사회사업 공적을 포함시키고, 인수 이후에도 사회사업을 지속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경제적 이득'이라는 욕구뿐만 아니라 설립자의 '숨겨진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도 인수가 가능했던 것이다.



윈윈 협상을 만들도록 노력하라



    윈윈이라는 말 자체가 다소 식상할 수 있다. 윈윈이 아닌 상황을 생각해서 문제를 상기해보자.


    협상에서 이겼다는 말은 누군가는 졌다는 뜻이다. 반대로 당했다는 말은 내가 손해를 봤다는 거다. 손해를 본 협상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협상의 결과에는 세 가지가 있다. 다른 한쪽만 이득을 보고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경우, 윈윈, 그리고 협상 결렬. 책에서는 이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 한쪽만 이득을 본 경우라고 말한다.

    협상의 결과는 나왔는데 내가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보자. 그게 어떤 일이라면 성의껏 임하기가 싫어질 거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계약서의 작은 부분 때문에 수정 요청을 한다 해도 들어주고 싶지 않을 거다. 인간적으로도 다시 상대하고 싶지 않아질 수 있다.

    이처럼 적어도 상대방이 준만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결론을 만들지 못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어쩌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미래 관계까지도 말이다.



외부의 객관적 기준을 가져와라



    외부의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일들이 많다.


    예를 들어 중고나라에서 판매자랑 딜을 한다고 하면 둘이 15만 원이요 10만 원이요  할 것이 아니라 평균 시세를 들고 얘기하면 된다.

    외부에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들 중 서로가 기준으로 합의할 수 있는 내게 유리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설득에 도움이 된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상대방이 제시하는 숫자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는데 객관적인 기준은 의심을 걷어내는 좋은 수단이 된다.



 논거를 많이 준비해라



    합리적 논거를 사전에 많이 준비해야 한다.


    전쟁으로 치면 탄약, 폭탄 등 다양한 무기들을 장전하고 가는 거다. 합리적 논거의 예로 객관적인 데이터, 권위나 전문성이 뒷받침되는 데이터, 관습, 전통, 내규 등이 될 수 있다.



협상 결렬시 대신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을 활용하라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대신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을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reement)라고 한다. (책에서는 배트 나라는 단어를 반복 언급하였으나 여기서는 익숙하고 쉬운 말로 대안이라고 썼다.)


    우리 쪽에 좋은 대안이 있다면 상대방의 협상력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까르푸 매각 사례가 재미있다.

한국까르푸 매각협상

    1996년 한국에 진출한 까르푸는 처음 포부와 달리 10년 가까이 한국 시장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략... 까르푸는 2006년 한국에 있는 모든 점포를 이랜드에 팔고 완전히 철수했다. 업계에서 입을 모아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아주 좋은 값을 받고 성공적으로 매각했다는 것이다. 망해서 철수하는 기업이 어떻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었을까?  

    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하려고 할 때 까르푸 인수에 관심 있던 곳은 롯데마트 밖에 없었다. 까르푸는 일본 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도 거의 헐값에 회사를 매각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가치를 높게 받으려면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들이 더 많아서 경쟁이 벌어져야 하는데 업계 1위인 이마트는 롯데마트랑 까르푸 합쳐봐야 별 타격이 없는 정도여서 처음엔 관심도 없었다.


    까르푸는 이러한 이마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궁리했다. 그러다 한국에서 나갈 준비 하는 마당에 신규 점포를 개점해서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다. 롯데마트와 합병시 이마트가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시장을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꽤 성공적이어서 매각이 공식화되자 이마트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까르푸는 롯데마트에게 협상이 결렬될 경우의 대안으로 이마트를 내세우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이마트가 월마트라는 대안을 내세우며 까르푸를 압박했다. 이마트가 월마트의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까르푸는 또 다른 대안을 찾는데, 의류업체로 성공하고 유통업으로 확장을 준비 중이었던 이랜드다.


    그렇게 이랜드와 롯데마트의 대결구도를 만든다. 결국 까르푸는 이랜드에 좋은 가격에 인수되었다.


    이를 통해 '협상 결렬시 대안'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적인 관계를 협상의 토대로 삼아라



    당연히 인간적인 관계나 호감은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30분 요약에 좇기거나 글을 쓰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당연한 얘기인 것 같아 이 정도로.



질문하라


     숨겨진 욕구는 질문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때때로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이나 모순을 발견했을 때도 질문을 통해 부드럽게 이를 지적할 수 있다.


    협상의 주제를 떠나 인간적인 관계를 가지는 자리에서 던지는 가벼운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성향이나 상황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  



준비하라



    미국에서 전문 협상가들을 대상 '협상가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결과로 1위로 꼽힌 것이 협상 준비 능력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IGM 협상스쿨(IGM books에서 이 책을 출판함)에서 만든 협상을 도와주는 도구를 소개한다.


    Negotiation Preparation Table, 줄여서 NPT이다. 앞서 설명한 협상의 중요한 요소들이 담겨있는 테이블이다. (협상계의 린 캔버스?)


NPT 양식 (출처 : IGM 협상스쿨)

    이 표를 통해 서로 앞서 계속 설명한 협상에 있어서 주요한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고, 팀원들 간에 컨센서스를 맞춰 같은 협상 테이블에 있는 팀원들 간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30분 요약은 끝.


    지식 나눔을 들은 성훈님은 사업을 하고 영업을 하면서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협상의 10 계명  같은 것) 행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글보다 실전!) 재훈 님은 갑자기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을 추천했다. (나 그렇게 욕심 없는데...)

    회의할 때 의식적으로 적용하려고 했더니 내 스스로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뇌의 버퍼링. 위에서 정리한 협상의 방식이 체화되서 반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유용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글의 업무규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