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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휘 Aug 14. 2023

까만 크레파스의 마법

까만 크레파스 독후활동




까만 크레파스 -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출판


나카야 미와 작가의 작품은 귀엽고 다정합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따스함이 느껴져요. 이번 까만 크레파스도 그렇습니다. 까만 크레파스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했지만 결국 자기만의 특기를 살리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좋아했습니다. 샤프형과 함께 만든 불꽃놀이 장면은 아이들이 감탄하며 봤지요.


 그런데 그 장면을 보던 첫째 아이가 크레파스를 꺼내 오더니 마지막 장면처럼 해보고 싶다네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검정 크레파스를 긁어내면 그 가루를 치우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부터 듭니다.  이내 아이가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 더 기특하다고 마음을 바꿔 봅니다.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도 도와주었습니다. 샤프 같이 날카로운 것도 필요했는데 집에는 그런 도구가 없어서 배달음식에 딸려왔던 미니 칼로 하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쫑알거리며 즐겁게 그림을 그립니다. 슬슬 팔이 아팠는지 점점 대충 색칠하는 모습도 웃음이 납니다. 검은색으로 칠하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얼른 사진도 찍었습니다.


알록달록했던 정원은 화려한 밤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꽃들이 있던 그림은 환상의 푸린이 되었습니다.


저는 바닥에 널린 검정 가루를 치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검정 크레파스를 긁고, 저는 수세미로 바닥을 긁었네요.


퇴근한 아빠한테 아이들은 자랑하며 작품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마디 합니다.


“아빠 멋지지? 우리가 한 거야. 그런데 엄마는 오늘 좀 힘들긴 했을 거야.”


'너도 알긴 아는구나.'

저의 노동이 조금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즐거운 추억입니다.


학습지라던가 숙제같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을 제가 시켜서 할 때는, 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스스로 시작하는 활동은 학습지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은데도 즐겁게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어 때가 바로 아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고 성장하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면 아이는 더 신나서  활동합니다.  


저 또한 지켜보며 즐겁습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신나서 했지만 중간에는 팔이 아파서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완성하고 아빠한테 자기가 해낸 것을 자랑합니다. 아이가 생각하기에도 자기가 해낸 그 자체가 뿌듯했기 때문일 거예요.


영화 "고통과 환희" (The Egony & The Ecstacy)의 원작 소설인 The Egony & The Ecstacy(르네상스인 미캘란젤로 - 한국번역제목)의 작가 어빙스톤은 말합니다. 어린 시절 무언가를 완성한 경험은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이죠.


어빙스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https://youtu.be/dlhn_Kxgm8g

어빙스톤은 아홉 살 때 단편소설을 완성한 적이 있었다고 해요. 현재 그 원고는 없지만 완성도에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빙스톤은 완성도가 좋았든 좋지 않든 하나를 완성했을 때의 그 순간은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어요. 그 완성을 해 본 경험은 내가 이 것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고, 그 순간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계속해서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오늘의 기록이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대견하고, 기특한 하루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찮아 보이고, 집에 쌓이면 쓰레기가 돼버리는 아이의 활동들을 매번 다 기록하고 모아둘 수는 없지만 아이가 공을 들여 오랜 시간을 보낸 활동이라면 바로 버리기보단, 사진을 찍어두거나 평소보다 오래 진열하는 방법으로 아이의 노력을 인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의 기록도 아이의 노력을 응원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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