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의미

랭턴의 개미

by 쇼리

랭턴의 개미


랭턴의 개미는 단 두 가지 규칙만으로 움직인다.
하얀 칸에서는 오른쪽으로, 검은 칸에서는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매번 그 자리를 지나며 색을 반전시킨다.
이 단순한 행동을 무한히 반복할 뿐이다.


만약 랭턴의 개미 한 마리가 모든 칸이 흰색인 사각형 격자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개미는 약 10,000번 동안 마구잡이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104번 주기로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며 한 방향으로 무한히 나아간다.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이는 혼돈 속에서 질서가 탄생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반복이 결국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11,000 단계 후의 개미의 위치 (빨간점)



삶에서는


우리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 출근길의 커피, 잠들기 전 책 한 장을 넘기는 일.


그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는 그것의 의미나 방향성을 찾기 힘들고

그저 단순한 행위의 반복이지 그것들이 쌓인들 삶에 큰 의미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행동들은 하루하루 쌓이며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결정짓는다.
단지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그 안에는 방향이 있다

랭턴의 개미는 ‘정답’을 찾아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규칙을 따라, 오늘의 방향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복잡한 규칙을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단순한 규칙을 지속할 수 있는가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정한다.
혼란스러워도 괜찮다. 아니 당연히 혼란 스러울 것이다.

10.000번, 어쩌면 그 이상의 반복에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멜 수도 있다.


그 단순함이 반복되면, 삶은 결국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삶은 거대한 목표를 한 번에 이루는 게 아니라, 작은 행동을 매일같이 이어가는 힘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생각보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궤적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