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독서가 생존 독서가 되기까지
저는 약 10년 동안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습니다. 편집자라는 일은 (대개의 편집자들이 그렇듯이) 책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었죠. 종합출판사에서 일하면서 각종 인문서와 경제경영서, 아동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이후 드라마 작가로 일할 때도 자료가 필요하면 유튜브를 켜는 대신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달려가고는 했습니다. 요즘도 쉴 때면 드라마를 보는 대신 책 읽기를 택할 만큼, 영상매체보다 활자매체를 좋아하고요. 이런 직업적 배경과 취향 덕분에 지금까지 꽤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 제가 스스로의 책 읽기에 의구심을 품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낳은 후였습니다.
출산 후 아이가 돌 무렵이 될 때까지는 육아와 드라마 집필을 병행하느라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매일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으니 당시의 저에게 책 읽기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였죠. 자료조사를 위한 책 읽기를 제외하고는 짧은 뉴스레터조차 읽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으니까요.
그렇게 1년여를 보내고 나니 스스로가 고갈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풋 없이 아웃풋만 내려니 점점 제 속의 무언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죠. 아이가 첫 생일을 맞을 무렵,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독서는 취미에 가까웠습니다. 편집자로서 일을 위해 읽는 책이나 작가로서 자료조사를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면 그때그때 끌리는 책을 손길 닿는 데로 읽었으니까요. 책 자체를 좋아했고, 그래서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후에는 ‘시간이 남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려면 없는 시간을 쪼개야 했고, 그 황금 같은 시간에 책을 읽는다면 뭐 하나라도 남는 독서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 인생이 손톱만큼이라도 변하는 그런 독서 말이죠.
그런 다짐을 하고 나니 책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졌습니다. 좀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르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책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 나에게 남는 방식으로 읽게 되었죠. 독서의 자기화를 실현하게 된 셈입니다.
그렇게 독서법을 바꾸고 몇 권의 책을 읽으니 저도 모르게 이런 탄식이 나오더군요. “지금까지 책을 헛읽었네!”
10년 동안 편집자로 일하면서도 깨닫지 못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제가 존경하는 모 대표님의 좌우명 ‘배워서 남 주자’를 떠올리며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독서를 취미가 아닌, 생존을 위한 무기로 바꾸고자 하는 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