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남아도 남는 독서다
저는 본래 물욕이 많은 사람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도 본 전시보다 기념품샵에서 더 마음이 설레는 그런 부류죠. 게다가 관심사도 많고 취미도 다양해서 집 안 곳곳에 잡다한 물건을 쌓아두고 살았습니다.
결혼한 후에도 이 점은 고쳐지지 않아서 가뜩이나 좁은 신혼집 곳곳에 잡다한 물건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런 저를 정리의 길로 이끈 건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인터뷰였죠.
즐겨 듣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정리전문가가 나왔는데 그분의 한마디가 뇌리에 딱 와서 박힌 거죠.
사람들은 보통 물건을 정리하라고 하면 물건을 버린다고 생각해요. 발상을 전환해서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니라 공간을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외 유용한 팁들도 많이 알려줬지만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저 한마디만큼은 분명히 제 머릿속에 남아 이후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불필요하게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들은 과감히 정리했고, 물건을 살 때도 공간과 등가교환한다는 생각을 하자 전보다 더 신중해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남는 독서'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무언가 남고, 그게 제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진정한 '남는 독서'죠.
무언가 남겨야 한다고 하면 부담감이 들 수 있습니다. 읽는 것도 버거운데 무언가 남기라고? 게다가 삶의 변화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독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부담감일 확률이 높습니다. 바로 정독, 완독, 다독이죠.
저 역시 그랬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만 "이 책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제게 필요한 내용을 이미 취했는데도 그 뒷내용을 꾸역꾸역 읽을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독서를 일처럼 한 거죠.
반면 독서를 즐기는 다독가들은 대부분 발췌독을 합니다. 책에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다는 말이죠.
"나 다 읽었어"라는 뿌듯함보다 더 중요한 건 "그래서 뭐가 남았는데"에 답하는 것이라는 걸, 저도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다 취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초반에는 '딱 하나만 남기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접근해 보세요.
저 역시 최근 그런 책이 있었는데, 바로 <1분 명상법>이라는 책입니다. 아침마다 10분 명상을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 빼기도 빠듯하고, 명상도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찰나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죠.
이 책은 총 8개의 부로 되어 있는데 저는 프롤로그와 1부만 읽고 책을 반납했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내용은 딱 거기에 들어 있었거든요.
'왜 1분 명상인지, 1분 명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워밍업과 쿨링다운의 방식'까지가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내용이었습니다. 2부부터는 중급 연습을 다루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1부 이후의 내용은 제가 1분 명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남는 독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예전처럼 책을 읽었다면 그 뒷내용도 어떻게든 읽었을 겁니다. 혹 그 뒷내용이 재밌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남는 건 거의 없었을 겁니다. 지금 당장 저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니니까요.
이 책을 읽고 제가 다음 날부터 '1분 명상'을 시작했으니 이 책은 저에게 '1분 명상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려주고, '매일 1분 명상'을 하게끔 변화를 유도한 셈입니다. 그래서 다이어리에 '읽은 책'으로 표시하고 독서노트에도 책 내용을 남겼습니다.
완독이나 다독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딱 한 권을 읽더라도, 단 하나라도 제대로 남아서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남는 독서'의 핵심입니다.
그러려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을 찾아내야겠죠? 다음 글에서는 적재적소의 책을 찾는 법을 공유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