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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을 Oct 25. 2024

약이 되는 책을 찾아라

'남는 독서'의 첫걸음, 읽을 책 고르기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중 으뜸은 바로 남편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24시간 붙어 일하면서도 이렇게 싸우진 않았거늘, 아이가 태어나고 첫 돌을 맞이할 때까지 정말 숱하게 싸웠습니다.


상황은 다양했지만 이유는 늘 같았습니다. 남편이 보기에 저는 너무 무뎠고, 제가 보기에 남편은 너무 예민했습니다. 아이에 대해서도, 아이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에 대해서도 말이지요.


사실 이건 각자 가진 성향의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라 해결이 더욱 어려웠죠.


어쨌든 그날도 남편과 한바탕 하고 씩씩거리며 집 근처 서점을 찾았습니다. (편집자 생활이 남긴 직업병인데, 난제에 부딪치면 저는 일단 책부터 찾습니다) 심리학 코너에서 책등의 제목들을 죽 훑어보는데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몇 번 김경일 교수님 강의를 재미있게 본 터라 목차를 살펴보았죠.


그랬더니 세상에, 마치 저를 위해 준비해 두었다는 듯이 '1부 타인에 대처하는 자세' 하위 목차로 '예민한 사람 VS 둔감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닙니까!


홀린 듯이 해당 챕터를 읽으며 저도 모르게 "맞아, 그래, 그래서 그런 거였어" 중얼거렸습니다. 제가 직접 겪는 문제다 보니 책의 내용이 단순한 지식으로 다가오지 않더군요. 그보다는 당장 적용해야 할 실전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아, 약이 되는 책 읽기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비타민이 아니라 약이 되는 책 읽기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질환에 맞는 약을 처방받듯이, 내 삶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할 책을 읽는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확실하게 '남는 독서'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사실 인생에 별 문제가 없어도 책 읽기는 그 자체로 유용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테고요. 따라서 독서의 유용함을 여기서 구구절절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평상시 하는 독서는 마치 영양제를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꾸준히 챙겨 먹으면 여러모로 좋죠. 하지만 책을 읽는 즉시 무언가 남고,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독서를 원한다면 영양제가 아니라 약 같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약이 되는 책을 찾으려면, 먼저 내 병명을 정확히 알아야겠죠?


지금 내 삶에서 문제가 되는 혹은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이 무언지 생각해 보세요. 꼭 문제로 한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현재 나의 관심사에서 출발해도 좋습니다.


저처럼 부부 관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거나, 육아의 방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 혹은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조금 더 발전하고 싶은데 한계에 부딪친 느낌을 받을 때 등등 내가 맞닥뜨린 문제를 떠올려보세요. 혹은 '요즘 AI가 난리라는데 구체적으로 그게 뭐지?' 하는 관심사에서 출발해도 좋습니다.


후자의 경우, 이게 정말 약이 되는 책일까 의아할 텐데요.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해당 분야의 책을 읽는 것과,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읽는 건 전혀 다르답니다.


구체적인 문제가 있으면 좋지만, 당장 그런 문제가 없다면 관심사로 좀 더 범위를 넓혀 보세요. 문제나 관심사를 떠올렸다면, 해당 내용을 다룬 책들을 검색해 보세요. 구체적인 책이 없다면 분야 정도로 한정해도 좋습니다.


이제 서점 혹은 도서관에 갈 차례입니다. (기왕이면 큰 곳이 좋습니다)



서점 혹은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야 하는 이유


'남는 독서'는 완독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책 안의 내용을 두루 훑어봐야 합니다.

 

또 소화제나 감기약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기 때문에 여러 책을 비교하면서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최근 '집 정리'에 관심이 생겨서 해당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곤도 마리에의 책을 염두에 두고 도서관에 갔는데요. 의외로 곤도 마리에의 책보다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는 책의 내용이 저에게 더 와닿았습니다.


따라서 책은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비슷한 책들을 두루 살펴보고 고르시기 바랍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나의 문제나 관심사를 정하고

(2) 인터넷으로 해당 문제를 다룬 책을 검색하고

(3)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주변에 꽂혀 있는 다른 책들을 두루 살펴

(4) 나에게 맞는 내용의 책을 고른다.


이게 바로 약이 되는 책을 고르는 저만의 노하우입니다. 문제나 관심사는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거나 정보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문제나 관심사로 넘어가게 됩니다.


자, 여러분도 '나에게 약이 되는 책'을 고르셨나요?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 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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