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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쓰는 대신, 마음을 쓰기로 했다

AI 시대, 인간 글쓰기의 의미

by 온기록 Warmnote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보고서나 기사, 간단한 에세이 정도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손쉽게 완성되는 시대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심지어 논리적으로 정교한 글조차 인공지능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 인간이 굳이 직접 글을 써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글쓰기가 단지 정보를 정리하고 문장을 만드는 기술적 작업이라면, 굳이 인간의 손을 거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인간의 글쓰기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글을 쓰는 행위는 단순한 결과물의 창조를 넘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해석하며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즉, 글쓰기는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확장해 나가는 사유의 도구이자, 동시에 타인과의 깊은 소통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삶을 살아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 고통을 겪어낸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의 온기와 진정성은 인공지능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빠르고 정확한 문장이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느리지만 진심을 담은 한 문장이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글쓰기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일이 되었다.


인공지능 글쓰기의 강점과 한계


AI의 글쓰기 능력은 이미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단순한 문법 교정이나 문장 다듬기를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핵심 내용을 빠르게 요약하고 정리하는 데 능숙하다. 여행 코스 추천이나 온라인 강의 요약, 논문 정리 등 정보 중심의 글에서는 인간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인간처럼 지치지 않으며, 언제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점도 AI의 큰 강점이다. 특히 반복적이고 객관성이 요구되는 작업에 유용하며, 글의 스타일과 구조가 일관돼 안정된 결과물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인 글쓰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AI는 여전히 감정과 경험에서 비롯된 이해가 필요한 글쓰기에선 한계를 드러낸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문장에 담긴 감정의 결이나 분위기, 작가가 왜 특정 문장이나 어휘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내면에서 비롯된 의미까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상실의 아픔을 다룬 수필이나, 사회적 분노를 담은 칼럼, 혹은 이별의 정서를 그린 시처럼 삶의 감정이 밀도 있게 담긴 글에는 단순한 문장 생성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경험을 통한 사유와 삶의 흔적이 글 속에 스며들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으며, 이는 패턴 학습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무엇보다 AI는 글을 쓰는 존재로서의 동기나 책임을 가질 수 없다. 왜 이 글을 써야 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은 인간만의 영역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글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관점을 열어주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은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문장에 깃드는 윤리적 책임과 삶과 세계를 마주하는 시선의 깊이는 인간 작가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이다.


인간적 글쓰기의 본질


글쓰기는 정보를 전달하는 일 이상의 가치다. 진정한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때로는 마음을 움직이며,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창조적 행위다. 우리는 글을 통해 위로를 받거나, 낯선 세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런 경험은 글 속에 담긴 감정, 목소리, 진심이 담겨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학 작품이나 수필에는 단지 정보가 아니라, 작가 개인의 삶과 경험, 고뇌와 통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루를 살아내며 느낀 작디작은 흔들림,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들,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상처들이 문장 속에 배어들 때, 글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삶의 기록이자 예술이 된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누군가는 그 안에서 외로움을 보고, 또 누군가는 희망을 본다. 인간의 글쓰기는 이렇게 각자의 시선에서 출발한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글쓰기는 작가가 자신과 마주하는 내면적 탐색이기도 하다. 우리는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자기 이해의 도구이며, 감정과 기억, 사유와 공감이 결합된 창조 행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데이터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이 따라갈 수 없는, 오직 살아 있는 인간만이 쓸 수 있는 글을 가능하게 한다.


글쓰기는 작가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내면적 탐색이기도 하다. 우리는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무엇을 느끼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단순한 글자들의 조합을 넘어 자기 이해의 도구이며, 감정과 기억, 사유와 공감이 결합된 창조적 행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장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살아 있는 인간만의 영역이다.


진정한 글쓰기의 미래


AI가 글을 쓰는 시대는, 오히려 인간적인 글쓰기의 가치를 더 선명하게 비춘다.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비슷한 말들이 반복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진짜 이야기'를 갈망하고 있다. 진정한 글이란 정보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생각의 깊이이자, 흔들리고 부서지며 살아낸 시간의 흔적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타인을 향한 다정한 시선이 얹혀 있어야 한다. 그런 글은 빠르게 소비되지 않고, 조용히 오래 남아 누군가의 삶을 바꾸거나, 하루를 버텨낼 힘이 되기도 한다.


AI는 앞으로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똑똑해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도, 상실에 대해 직접 울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 사랑을 떠나보낸 뒤에야 꺼낼 수 있는 말들, 자신조차 이해되지 않던 감정을 하나씩 매만지며 써 내려간 글은 오직 인간만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제 더 빠른 글쓰기보다, 더 깊고 진실한 글쓰기를 선택해야 한다. AI와 함께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써야 할 문장은 오히려 더 깊어진다. 속도보다 방향을, 형식보다 마음을 택하는 글쓰기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창작의 본질이다.


결국 우리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어떤 글이 진짜 글인가?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AI가 아닌 오직 당신만이 말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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