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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샤워를 해

불안함을 요리하는 법

by SHUN Mar 07. 2025

 오늘은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이전 집보다 훨씬 비싸진 월세를 집주인에게 입금하고 나서야—큰돈이 쑥 빠져나간 통장을 확인하고 나서야—비로소 새로운 곳에 왔음을 실감했다.


 이사를 결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동네를 옮기고 싶다는 점이 가장 컸다. 전에 살던 동네는 자동차 공업 단지로, 차량 수리 소음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잦은 곳이었다. (주말은 예외였다. 모든 카센터가 문을 닫아서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게 유일한 장점이긴 했다.) 집에서 가까운 동네 카페, 식당을 드나들며 산책과 러닝도 즐길 수 있는 정갈한 주거단지에 살고 싶다는 욕구가 1년 정도 살았을 무렵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것 같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짐도 한몫했다. 물건 때문에 집 안에서 연이어 네 발자국을 걷기 힘들 정도였다. 1인 가구치고 짐이 적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사 당일 생각보다 더 많은 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꽉 찬 1톤 트럭 두 대를 바라보며 '한 사람을 먹여 살리는 데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한 건가' 하고 잠시 자아성찰까지 해봤다.


 전부 뒤집어엎고 새로운 판을 깔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작년 중순부터였나. 몰아치는 일들을 순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덮어쓰기'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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