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뭐라고... 집이 뭔데?
아주 길었던 이야기를 아주 천천히 써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6년 전 이미 시작되었고
딱 10분 전 이야기를 쓸 준비가 되어서 이렇게 타자기에 손을 올려본다.
이야기는 매우 지루하고 진부하며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고
매우 잔잔하고 차분하며 수많은 지루한 수식어들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다
19년 동안 한지붕 아래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집이라는 공간을 같이 공유하면서 살았다
그 집은 나의 명의로 된 나의 재산은 아니었지만 아빠라는 사람과 엄마라는 사람의 품이라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집은 매우 아늑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같이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매일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잠을 잘 수 있는 침대가 있었고 내가 매일 깨끗함 곳에서 살 수 있게
엄마는 나를 챙겨주었다
집이란 너무나도 당연하고 평범하고 뻔한 그런 장소이자 안전한 장소였다.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장소
나는 19년 동안 그런 곳에서 자랐다
그런 환경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집
내가 살 수 있는 곳 내가 살아야만 하는 곳
19년 동안 내가 이곳을 벗어나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은 1 %
수련회, 수학여행 할머니 댁에서 보내는 방학 등의 이유로 인한
그리고
6년 전 20살이 돼 던해에
나는 처음으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 달 동안 먹고 자고 싸고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곳은 따뜻한 이불 자리도 없었고
깨끗한 화장실도 없는 곳이었다
더럽고 더럽고 또 더러웠다
길가는 물론 내가 베고 있는 베개
내가 마시고 있는 물통을 불신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곳
처음 그곳에서 나는 부적응자였다
매일 나는 생각했다 왜 였을까 나는 왜 여기에 온다고 해서 이렇게 고생을 할까
겁쟁이처럼 울기도 하고 이곳을 피하고 싶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하루에 수십 번도 집에 갈까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진부하게도
나는 그곳에 적응을 했고
어느새 가족의 품이 아닌 새로운 공간들을 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공간에는 가족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나의 친구들이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집 아닌 곳을 집이라고 부르는 외도를 한 후에 난 서울에 돌아와서
엄청난 부적응 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뻔한 부적응 기였다
하루도 원래 집이었던 공간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곳은 따뜻했지만 너무 따뜻했고 깨끗했지만 너무 깨끗했다
신선했다. 집이 집 같이 느껴지지 않고 떠나고만 싶다니 말도 안 돼..
챙갸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건 챙겨줌이 아닌
간섭이었고 더 이상 나는 그런 간섭과 따뜻함이 필요하지 않았다
삼 개월이라는 나의 부적응 기는 가족들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남겼고
그 상처는 이상하게 가족들과의 틈이 아닌 이해와 공감이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집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가족의 품이라기보다는
내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가 되어갔다
집 = 잠시 쉬어가는 곳
현재의 나는 이제 많은 곳들을 집이라고 부르고 그곳들에서 일 년에 6개월 이상을 보낸다
그게 나의 직업이 되었고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의 집의 일부 아니 전부였던 가족들은
나를 더 이상 말리거나 나를 잡아두지 않는다 이상하게 안 잡아주면 섭섭하기 마련인데..
이건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상처와 아픔을 통한 이해와 공감은
항상 힘들지만 엄청난 포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님 이제는 포기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해와 공감을 통해서 나에게는 모든 곳을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유가 생겼고
어느 곳에 있든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무슨 파워레인저가 된 기분이랄까?
내가 생각만 하면 아니 상상만 아니 소량의 돈만 내면
내가 그곳에 묵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다면
나는 세계 곳곳에 집이라는 곳을 둘 수 있다
이 집은 가끔은 불편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편히 잠도 자고 깨끗하지 못 한 곳에서 샤워도 잘하고
우리 엄마가 아닌 다른 엄마가 해준 음식도 잘 먹는다
냠냠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일 년의 6개월을 집들에서 잘 지내며
내가 왜 이곳들을 집이라고 부르고 집이라고 할 수 있었는지 한 곳 한 곳 되짚어보면서 생각하며 글을 쓸까 한다
( 참 결론은 소박하지만 서론이 대단하다. )
과거의 나의 집은 어디 있는지
지금 나의 집은 어딘지
미래의 나의 집은 어디가 될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