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주 David Lee Jun 23. 2017

할리우드는 왜 전시회를 만드는가?

어벤저스, 해리포터, 아바타, 픽사 - 그들이 문화를 수출하는 방법

봉준호 감독과 한 시간 정도 같이 걸었다. 그는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무척이나 체구가 컸다. 목소리는 마치 저 깊은 바다의 일렁임처럼 한없이 부드럽고도 깊었다.


6년 전, 나는 킨텍스에서 전시장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었다. 어느 날 봉준호 감독 측에서 전화가 왔다. 킨텍스로 영화 촬영을 위한 현장 답사를 오고 싶다고 했다. 당일 안내를 위해 전시장으로 갔다.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나왔다. '설국열차'의 영화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 답사였다.

그로부터 약 한 달간, 설국열차의 킨텍스 촬영 유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그는 결국 체코로 갔다. 장소는 완벽했지만, 3개월간의 대관료와 배우, 스탭 체재비용 등을 감안해서 체코가 더 싸다는 게 그쪽의 이유였다.


답답했다. 단순히 대관료 수입 때문에 유치하고자 한 게 아니었다. 촬영이 끝나고 남을 수많은 영화의 유산들 - 열차, 의상, 소품, 촬영장비, 배우와 감독의 고민이 담긴 시나리오, 사진, 메이킹 필름 등-이 무척이나 갖고 싶었다. 아니, 그것들로 오브제를 삼아 설국열차 전시회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홀연히 떠났고, 지금은 지나간 과거로 남아있을 뿐이다.


새로운 시도 -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전시회


킨텍스에서 10년을 꽉 채우고, 2013년 첫 창업을 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SBS에서 연락이 왔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시회를 만들자는 제의였다.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을 일약 최고 한류 스타로 만든 그 드라마를 전시회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될 거라는 감이 왔다. 드라마 스토리가 이미 아시아에서 알려졌고, 김수현, 전지현이라는 두 배우와 OST의 인기, 한류 붐 등 모든 것이 좋았다. 동대문 DDP 전시장을 6월부터 8월까지 대관하고, 드라마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600평짜리 전시회를 만들었다. 내국인이 아닌, 처음부터 해외 관광객 - 특히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기획/제작한 전시였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전시회를 오픈한 지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 하루에 중국 관광객들이 1,000-1,500명씩 들어왔다. 주말은 2,000명을 넘겼다. 그것도 단체가 아니라 대부분 개인 관광객(Foreign Independent Tourist)이었다. 3개월간 약 11만 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별그대 전시회를 방문했다. 아마도 국내 전시회 중 해외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온 것은 별그대 전시회가 최초였을 것이다.


새로운 전시 비즈니스 모델의 발견 - 전시 판권 수출 및 관련 기업들의 동반 해외 진출


그러나 전시회에 관람객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현장에는 거의 하루에 한 팀씩 아시아에서 온 비즈니스맨들이 방문했다. 그들은 별그대 전시회의 현지 개최를 원했다. 한류 드라마 전시회의 현지 개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오기를 원하는 백화점, 쇼핑몰 등 집객시설 사업자들이 그들이었다.


전시 판권의 수출, 전시회의 현지 개최를 위한 한국 전시/IT/디자인/식품/패션/뷰티 등 관련 기업들이 같이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 그렇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냈지만, 그 당시 그 어떤 누구도 전시회의 판권을 얼마를 받고 팔아야 할지, 또 어떻게 수익을 나누고 현지 운영을 할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지부진한 협상으로 마지막에 중국 두 도시에 전시 판권을 팔았지만, 그 후 메르스, 사드 등의 악재로 아직까지 전시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별에서 온 그대' 전시회는 미완의 성공으로 끝이 났다.


할리우드 - 영화와 전시의 무한한 만남


하지만 위의 모델은 한국에서만 새로울 뿐, 이미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전시로 제작하여 전 세계를 투어하는 비즈니스가 꽤 오래되었다. 해리포터는 소설-영화-전시의 사이클을 통해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한다. 나는 미국의 GES란 전시기업을 10여 년 전부터 가깝게 지내왔다. 미국의 제1 전시서비스 기업이기도 하지만, 직접 영화의 판권을 사들여 전시회를 제작한다. 제작은 미국에서만 하고, 전 세계 도시에 약 20억 원씩 판권을 받고 전시회 판권을 수출한다. 제작/운영 비용은 현지 업체가 별도로 부담한다. 그리고 티켓/MD/기념품에서도 로열티를 가져간다. 해리포터 전시회는 2020년까지 아시아 투어 예약이 모두 끝이 난 상태다.

Harry Potter Exhibition
The Chronicles of Narnia Exhibition 

이 기업은 비단 해리포터뿐만이 아니라 카, 나니아, 볼트, 업 등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가리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의 전시 판권을 사들여 전시회를 제작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 지속적인 판매를 통해 '영화 배급-미국 문화 전파-전시 수출-관련 기업 및 기술 수출'의 선순환 효과를 거두어들인다. 그들은 최근 또다시 새로운 블럭버스터급 전시회 - Avatar Exhibition을 제작했다.

이 전시회는 이미 대만에 수출되어 현재 타이베이의 한 백화점에서 전시 중이다. 그들은 현재 한국에서도 전시회를 같이 할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 전시 : 전방위 문화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수익 창출


나는 '별그대'전시회를 끝내고 나서야 문화 전시의 힘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아시아의 백화점들이 앞다투어 별그대 전시회를 사려고 했던 이유- 아시아가 공감하는 문화 이벤트를 통해 고객에게 소구하고, 그들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융합하려는 시도-는 지극히 현명하고도 스마트한 문화 마케팅 전략이다.


미국의 영화산업은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전파한 자연스러운 문화가 전 세계 매체를 통해 상영되고, 이를 다시 전시 회사들이 전시회로 제작, 전 세계에 전시 판권 및 각종 로열티를 팔아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인다. 영화-전시-기업의 동반 수출이 바로 할리우드가 전시회를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멀티플랫폼으로서 영화와 전시가 만나 수익을 극대화한다.

한류(韓流)는 끝이 나고, 중류(中流)의 세상이 올 것이다.


나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한류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중국은 자체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고, 자신들의 문화와 콘텐츠로 자신들의 중류(中流)를 만들 것이 분명하다. 3년 전 별그대 전시장에서 중국 투자자는 우리에게 혹시 '삼국지'로 전시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들이 전시회를 우리처럼 못 만드는 것은 문화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우리처럼 세련되게 영상을 제작할 인력이, 그리고 우리처럼 깔끔하게 전시회의 벽체 마감을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손기술은 3년이면 따라잡는다. 이미 싱가포르의 중국계 전시 회사는 80억 원을 들여 어벤저스의 전시 판권을 샀다. 지금 라스베이거스 트레저 아일랜드에 가면 중국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어벤저스 전시회를 볼 수 있다. 후속작으로 트랜스포머 전시회까지 준비 중이다. 어느 배우가 영화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했지만, 중국인들은 지금 가오를 잡을 돈도 있고, 문화로 돈을 버는 기술도 갖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는 방송을 하는 사람은 전시를 모르고, 전시를 하는 사람은 대중의 영상 콘텐츠 문화를 잘 모른다. '태양의 후예'를 전시회로 제작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역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시아의 중심 문화국가를 부르짖기 위해서는, 말로만 융복합을 외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 어떻게 전 세계를 상대로 진짜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 시간짜리 무대 퍼포먼스를 위한 융합이 아닌, 우리의 세련된 문화 플랫폼을 무기로 비즈니스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Descendant of the Sun Exhibitoin : 태양의 후예 전시 스케치중 일부

기술은 콘텐츠를 확장하고, 콘텐츠는 기술을 발전시킨다.


별그대 전시회가 열렸던 동대문 DDP에서는 지금 '픽사'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몇 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팀 버튼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전시회가 한 대기업을 통해 들어왔다. 나는 해외 콘텐츠 전시회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때마다, 우리에게도 최소한 아시아인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전시회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콘텐츠가 있음에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6년 만에 봉준호 감독이 '옥자'를 들고 다시 왔다. 부디 그의 영화가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극장 간의 싸움 속에 조용히 사그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나의 문화적 오브제로 남아 오래 지속되기를 고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대체 어떤 전시회가 좋은 전시회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