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도시의 미래

낡은 내연기관 도시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by 이형주 David Lee

[2021. 11. 26 모빌리티 장안 웨비나 포럼에 앞서]


우리는 지금 웜홀 안에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우주 공간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연결된 통로를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시공간을 넘어서는 통로가 바로 웜홀이다. 그 어느 인류가 지금보다 더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대를 통과했을까. 쇼핑에서 체험으로, 판매에서 공유로, 그리고 AI와 5G, 로봇과 자율주행, 전기차가 결합한 지점에 모빌리티가 있다.


왜 모빌리티가 앞으로의 미래를 선도하는가? 인간은 늘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부유해지고 싶은 것도, 철학을 하는 이유도 결국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싶은 인간은 늘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탈것을 원했다. 바퀴의 발명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행기로, 그리고 이제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모빌리티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모빌리티의 핵심은 바로 무한한 연결을 통한 확장이다. Connected, Autonomous, Share, Electric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CASE가 모빌리티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른바 소유할 필요가 없는 친환경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시대가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을 대변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CASE라는 개념이 실현되려면 몇몇 완성차 회사나 IT 서비스 기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자체가 모빌리티의 실현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도요타는 지난 2020 CES에서 모빌리티로 구축된 스마트 시티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의 모빌리티는 도시와의 결합이 핵심이다.


모빌리티 도시가 갖춰야 할 모습


낡은 내연기관의 도시가 모빌리티의 도시로 바뀌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들이 있다. 우선 스타트업이 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이 태동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뜻과 같다. 그래서 도시마다 새로운 스타트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시 지원센터나 창업센터를 운영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업은 늘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없으면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 단순히 창업기업을 위한 입주공간뿐 아니라 지역 자동차 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테스트베드 구축이 필요하고, 이와 동시에 모빌리티 관련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 활동과 투자유치 지원 등의 프로세스가 뒤따라 주어야 한다.


대체로 성공한 창업지원센터는 이러한 시스템을 지향해왔다. 대표적으로 서울창업허브 성수나 창동은 특화된 산업을 지정, 운영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서울창업허브 성수는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입주 시스템과 임팩트 투자 연결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창업허브 창동은 콘텐츠 기업을 위한 집중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여 글로벌 마케팅 및 디지털 콘텐츠 제작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고 운영 중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산업을 바탕으로 한 지원 시설들이 도시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지역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미래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내연기관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적어도 10년간은 내연기관과 전기, 수소차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을 지역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소프트랜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빌리티 관련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으로 일자리 전환과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도시의 상징과도 같았던 디트로이트는 모빌리티 도시로 전환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역 자동차 산업 근로자들의 일자리 전환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시간 모빌리티 인스터튜트(Michigan Mobility Institute)와 디트로이트 모빌리티 랩(Detroit Mobility Lab)의 설립을 통해 자율주행, 인공지능, 배터리, 로봇 등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의 일자리 전환과 신규 인력 창출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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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내연기관의 도시 디트로이트는 모빌리티 랩을 통한 지역의 미래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테슬라, 현대, 기아 같은 선도 기업들과 지역이 협력하는 시스템 역시 필요하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전체 차량 가액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다. 이런 고부가가치 부품의 교체나 수리, 정비 기술을 제조사가 쉽게 민간 업체들에게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역 차원에서 제조사와 협력하여 고급 기술자를 파견하는 ‘flying doctor’ 서비스나 기술 단계별 정비 협업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셋째, 모빌리티 도시를 추진하는 지자체와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전문 운영사와의 협업 시스템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는 행정과 예산 지원을 통해 도시 활성화의 기반을 조성해주고 전문 민간 회사를 통해 창업지원센터나 지원 시설 등을 운영한다. 이때 지자체가 단순히 행정과 예산 지원뿐 아니라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전시회나 컨벤션의 참가 지원 또는 아예 글로벌 행사의 유치를 통해 국내에서 세계와 교류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또한 민간 운영사는 전문 마케팅 역량이나 콘텐츠 기획 역량에 초점을 맞춰 모빌리티 산업에 특화된 투자유치 지원 프로그램과 마케팅, 디지털 콘텐츠 개발 등에 주력한다면 지자체와 민간 운영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부산의 F1963은 옛 고려제강 폐공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꾼 것인데, 부산시의 행정 및 예산지원과 더불어 부산문화재단의 특화된 문화콘텐츠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코로나 이전 평일 기준 약 1천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림1.jpg 부산 F1963의 협업 지원 시스템

지역 핵심 산업과 연결하라.


모빌리티 도시는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빌리티 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의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지역 업체들과 협업할 수 있고 글로벌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지역의 자동차 기업들 스스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 조성, 그리고 지자체와 민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모빌리티 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역량을 모을 때 그 미래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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