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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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보기에 아름답고 좋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행사에 필요한 시설과 지원 서비스를 갖추지 않았다면 행사 기획자나 참가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컨벤션센터나 호텔이 비록 밋밋하고 특색이 없다 하더라도 행사 장소로 선정되는 이유는 결국 행사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있고 접근성과 행사 진행의 편리함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공간이 행사하기에도 편리하다면 주최자나 참가자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국적으로 지자체마다 행사하기에 특색 있는 장소들을 선정하여 ‘유니크 베뉴’로 지정하고 있다. 지정된 베뉴들에게는 홍보 및 마이스 콘텐츠 개발 등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진다. 한국관광공사의 코리아유니크베뉴를 비롯하여 현재 지정된 베뉴들만 약 300개 이상이나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공간들이 ‘유니크 베뉴’란 이름으로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정작 마이스 행사 유치에 적극적인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유니크 베뉴 사업은 선정된 공간들에게는 본업이 아니다.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고궁 등은 그 자체의 설립 목적 하에 운영되어 유니크 베뉴 지정을 통한 마이스 사업은 그들에게 전문 영역도, 핵심 사업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의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마이스 유치 및 기획 능력과 베뉴 마케팅 역량을 보유하여 지속 가능한 마이스 사업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드물지만 이러한 지속 가능한 마이스 유치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베뉴가 바로 제주 민속촌과 해비치 호텔이다. 민속촌과 럭셔리 호텔이라는 상반된 이미지의 두 베뉴가 어떻게 공동으로 마이스 유치를 하고 있을까? 아래는 제주 민속촌과 해비치 호텔이 보여준 3가지 공동 마케팅 전략이다.
1. 전통과 현대 건축의 미적(美的) 활용
제주 민속촌과 해비치 호텔은 그 이름만 들어도 극과 극의 대척점에 있는 공간들이다. 제주 민속촌은 19세기 제주 전통가옥 약 100여 채를 보존, 전시하고 민속공예 장인들의 공예품들을 전시하는 약 5만여 평에 이르는 대규모 야외 박물관이다. 그에 반해 해비치 호텔은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로 표선 바다를 조망하는 곳에 자리 잡은 5성급 호텔 리조트이다. 이렇게 상반된 두 베뉴는 공교롭게도 서로 도보로 약 4분 거리에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상반된 두 베뉴가 불과 걸어서 4분 거리 내에 있다는 특징이 마이스 행사 유치에 큰 강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게 제주도에서 마이스 행사를 개최하면 비즈니스 행사와 더불어 휴식을 위한 레저 이벤트가 동반되는데, 해비치 호텔과 제주 민속촌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 컨벤션 시설과 민속촌의 전통 시설을 활용하여 현대와 전통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통해 마이스 행사 유치를 위한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 시간대별 실내외 공간의 전략적 활용
컨벤션센터를 dedicated venue(전형적 베뉴)라고 하고 박물관이나 고궁 등 독특한 행사 공간을 non-dedicated venue(비전형적 베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컨벤션센터는 원래부터 마이스 행사를 목적으로 지은 시설인 반면 박물관 등의 유니크 베뉴는 마이스 목적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이스 주최자는 이런 비전형적 유니크 베뉴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행사를 개최하기 원한다. 이때 행사의 비전형성은 시설 그 자체뿐 아니라 시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시간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비치 호텔의 그랜드볼룸 등 실내 공간은 낮 시간의 컨벤션에 활용하고, 저녁 만찬은 제주 민속촌의 야외 행사장을 활용하여 낮 행사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컨벤션을, 만찬 등의 행사는 석양을 배경으로 저녁 시간대에 민속촌의 야외 공간을 활용하여 마이스 참가자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두 베뉴 사이의 이동 동선을 더욱 줄이고자 베뉴 사이에 연결 통로를 내어 마이스 참가자의 원활한 이동을 도울 계획도 갖고 있다.
3. 직원들의 베뉴 마케팅 역량
베뉴의 하드웨어가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이를 살릴 수 있는 베뉴 마케팅 역량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유니크 베뉴는 마이스 사업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이스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그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제주 민속촌과 해비치 호텔은 올해 제주 유니크 베뉴에 선정되었는데, 제주 CVB는 선정된 베뉴들에게 홍보 콘텐츠 등의 제작 지원뿐 아니라 베뉴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각도로 베뉴 마케팅 역량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두 베뉴는 직원들이 마이스 행사 유치를 위해 코로나 시기를 활용하여 행사 시설 보강 및 전기차 도입, 마이스 콘텐츠 개발 등의 준비를 한 것이 코로나를 벗어나는 올해 빛을 발하고 있다. 더구나 제주 민속촌과 해비치 호텔은 서로 행사 정보 교류와 공동 행사 운영을 위한 협력 등을 통해 성공적인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미래 마이스 유치를 위한 하드웨어 보강 및 직원들의 베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 것이 두 베뉴의 차별적인 마이스 마케팅 전략 실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오프라인 공간은 점차 온라인과는 차별화된 길을 모색하고 있다. 주거 공간은 집과 업무 공간의 공존을 위해 창의성을 탐하고 있고, 상업 공간은 쇼핑과 체험의 경험 마케팅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그리고 행사 공간으로서의 베뉴는 비즈니스와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유니크한 공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비록 유니크 베뉴가 전문 마이스 시설이 아니어서 행사하기에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베뉴들이 협력하여 마이스 참가자에게 즐거운 기억을 선사할 수 있다면 유니크 베뉴는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마이스 베뉴로서 컨벤션 센터와 함께 도시의 마이스 마케팅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컨벤션센터가 한국의 마이스 1.0 시대를 연 인프라였다면 유니크 베뉴는 마이스 참가자에게 잊지 못할 체험을 제공하는 행사 공간으로 경험 마케팅 시대에 새로운 마이스 2.0 시대를 이끌 것이다. 제주 민속촌과 해비치 호텔은 공동 마이스 유치 전략을 통해 마이스 도시로서 제주가 발전하는데 중요한 기반 시설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