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특례시 마이스 산업 활성화 토론회(2022. 7. 27)_토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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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텍스의 3 전시장 건립은 단순히 추가적인 또 하나의 전시장 확장의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킨텍스가 2003년 발족할 때부터 품었던 1,2,3 전시장의 건립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무역 전시장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의 완성입니다. 다시 말해 킨텍스의 3 전시장 건립은 원대한 그랜드 마스터플랜의 마지막 퍼즐과도 같습니다. 금번 3 전시장 기본설계 공모 당선작의 이름이 ‘킨텍스 더 그랜드’인 것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킨텍스는 지난 2005년 제1전시장 개장 이후 지금껏 쉼 없는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비록 코로나를 비롯해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글로벌 컨벤션센터 비즈니스 스터디에도 성공사례로 언급될 만큼 지난 20여 년의 시간은 컨벤션 베뉴의 건립과 운영, 그리고 마이스 비즈니스의 지식과 경험이 농축된 소중한 자원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킨텍스는 국내에서는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독점적 성장이었습니다. 킨텍스는 10만 sqm라는 유일무이한 규모의 공간을 활용하여 중소형 전시회의 통합을 통한 대형화와 이를 통한 국제화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 주요한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만약 킨텍스가 2만에서 3만 sqm 규모의 중소형 전시장이었다면 이와 같은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쟁 구도가 될 것입니다. 잠실 마이스 복합단지가 10만 sqm 이상의 전시 면적을 갖추고 태어날 것이고, 마곡에도 2만 sqm 이상의 전시 면적을 갖춘 컨벤션센터가 현재 활발히 건립 중입니다. 킨텍스만이 가졌던 규모의 경제를 통한 독점적 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킨텍스는 잠실 마이스 복합단지의 운영권을 한화 컨소시엄과 함께 확보했습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사업 확장이란 측면에서 좋은 일이지만, 잠실 전시장이 완공되면 마냥 기쁠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잠실과 킨텍스가 비슷한 규모로 운영될 경우 킨텍스 대형 전시회들의 이탈과 복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잠실은 킨텍스와의 경쟁력에서 규모뿐 아니라 교통과 문화 인프라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킨텍스가 수도권에서 운영해야 할 전시 면적이 증가하면 베뉴 간 차별적 경영 전략이 없을 경우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물론 글로벌 전시 주최자와의 협력 등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겠지만, 앞으로의 초경쟁 시대를 대비하여 새로운 경영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킨텍스는 마이스 기업이라는 포지셔닝을 완전히 버려야 합니다. 마이스 참가자의 동선이 컨벤션센터에서 지역 비즈니스 투어와 로컬 문화 체험으로 연결되는 것을 고려할 때, 킨텍스는 지금의 마이스 영역을 넘어 지역 문화콘텐츠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현재 킨텍스를 중심으로 반경 20Km 이내, 즉 차로 30분 거리 내에 CJ E&M, SBS A&T, 상암 MBC와 마곡 LG 타운 등 문화와 비즈니스 기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해야 합니다. 마이스 참가자는 더 이상 정보 습득이나 제품 구매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에, 오프라인의 베뉴가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줄 수 없다면 컨벤션 센터는 미래 경험 경제 시대에 뒤처진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단순히 행사 유치건수나 참관객 숫자로 베뉴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마이스 참가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고양시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킨텍스에 연간 1천만 명이 방문하더라도 단지 몇 시간을 머물고 다른 도시로 떠난다면 고양시가 마이스 비즈니스를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체류시간이 늘어나야 소비지출이 느는 것은 모든 베뉴 마케팅의 기본 법칙입니다. 따라서 지자체와 베뉴가 함께 마이스 참가자의 도시 체류시간을 늘리는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마이스 도시의 경제 파급효과를 늘리는 길일 것입니다.
킨텍스는 하드웨어의 완성을 넘어 베뉴 콘텐츠의 지식과 경험을 자본화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이스를 넘어설 때에만 가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킨텍스는 하드웨어 운영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업으로 변신해야 합니다. 베뉴는 수많은 기업과 바이어들이 흔적을 남기는 데이터 공간입니다. 지금 전 세계의 전시회와 컨벤션은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한 1:1 맞춤형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습니다. 방문객의 개인정보를 분석하여 내가 방문해야 할 부스와 세미나를 추천해주고, 관심사가 비슷한 참가자와 1:1로 연결해주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와 결합한 마이스는 더 이상 마이스 고객들을 광활한 전시장에서 헤맬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오프라인의 전시장 면적이 커질수록 어떻게 하면 방문객들이 효율적으로 행사를 관람하게 할 것 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철저하게 베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데이터 기업으로 변신할 때 그 솔루션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제 킨텍스는 하드웨어의 완성을 넘어 베뉴 콘텐츠의 지식과 경험을 자본화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이스를 넘어설 때에만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