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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Oct 15. 2024

현대 미술 전시의 발자취

살롱에서 NFT 아트, 그리고 산업전시와의 융합까지

예술은 시대와 함께 변해왔다. 예술가들은 변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자신만의 창의성을 표현해 왔으며,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도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사교와 문화의 장으로 활용했던 살롱에서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 전시와 NFT 아트에 이르기까지, 전시의 형태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큰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의 대중화와 접근성의 확장,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미술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글에서는 살롱에서 시작된 전시의 기원부터 현대의 NFT 아트에 이르기까지, 미술 전시의 흐름과 그 속에서 예술가와 청중 간의 교류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살롱, 예술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다


18세기 프랑스의 살롱 전시는 현대 미술 전시의 기원으로, 예술가들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을 선보이던 중요한 장이었다. 1737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파리 살롱은 미술가들에게 작품을 공개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미술의 대중화와 공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는 예술 작품이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살롱은 단순한 미술 전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사교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당시 살롱에서는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실내악 연주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같은 가곡이나 쇼팽의 피아노 연주는 살롱의 소규모 청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음악회는 미술가와 음악가, 그리고 청중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예술가들은 상류층의 후원을 받아 작품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살롱의 이러한 문화는 당시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업에 영감을 주고받는 중요한 교류의 장으로 작용했다.

18세기 살롱 문화 (출처: movingclassics.tv)

박물관과 갤러리의 시대, 살롱을 넘어서다


살롱 전시 이후 19세기에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미술 전시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시기에는 국가와 공공 기관이 주도적으로 박물관을 설립하며 미술을 대중에게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대표적인 예로는 1793년 프랑스혁명 이후 설립된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이 있다. 루브르는 원래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지만, 혁명을 통해 공공 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다. 이 박물관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품들을 수집하고 전시하며, 대중에게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루브르의 개방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공공 박물관 설립의 모델이 되었으며, 미술이 귀족과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널리 공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루브르 박물관 (출처: contexttravel.com)

한편 미국에서는 1870년에 뉴욕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이 설립되며, 미술 전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유럽의 박물관 모델을 따라 다양한 미술 작품과 유물을 수집하며,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기관으로 성장했다. 이곳은 유럽 미술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 미술, 아시아 예술, 그리고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대중에게 폭넓은 미술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특별 전시를 통해 예술 교육과 대중의 미술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는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술관이 문화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설립된 박물관과 갤러리들은 전 세계적으로 미술의 대중화를 촉진하며, 다양한 예술 사조와 작품들이 한 곳에 모여 전시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이들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 교육과 연구의 중요한 장이 되었으며, 대중과 예술가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루브르 박물관이 혁명의 정신을 반영하며 공공 박물관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미국에서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미술의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며 예술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시의 장으로 발전했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전시의 혁신


시간이 흐르며 미술 전시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전시 형식이 다변화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은 'The Met 360°'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가상 전시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미술관을 탐험하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18년부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장을 맡은 맥스 홀라인(Max Hollein)이 있었다. 그는 다양성을 무기로 미술관을 과감하게 개혁해 호평을 받았고, 그 결과 2023년부터는 CEO 직책도 겸직하게 되었다. 그의 리더십 아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전통적인 미술관의 틀을 넘어서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며, 대중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해 왔다. 이는 미술관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디지털을 통해 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가상 전시 The Met 360° (출처: metmuseum.org)

구겐하임 미술관과 테이트 모던 역시 가상현실(VR)과 증강 현실(AR)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전시 공간의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는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예술의 접근성을 크게 넓혔고, 전 세계 관람객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전통적인 예술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관람객들에게도 예술을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NFT 아트, 새로운 미술 시장의 개척


한편 최근에는 NFT(Non-Fungible Token) 아트가 등장하면서 미술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6,930만 달러에 판매되며 NFT 아트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또한 파리 힐튼 호텔에서는 NFT 전시를 진행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예술 수집 문화를 선보였다. NFT 아트는 디지털 작품에 고유한 소유권을 부여하면서 전통적인 미술 시장과는 다른 형태의 거래와 수집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예술 작품의 소유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디지털 시대의 미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비플(Beeple)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 pugetsystems.com)

예술과 산업 전시의 융합이 미래다. 


이처럼 전통적인 미술 전시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현대 예술계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테이트 모던과 같은 전통적인 미술관들은 물리적 전시와 디지털 플랫폼을 병행하며 두 형식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관람객들이 물리적 공간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며, 더 넓은 관람층에 접근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살롱에서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지던 문화와 비슷하게, 현대 미술 전시 역시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관람객들과 더욱 깊이 있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현대 전시 문화는 예술 전시와 산업 전시의 경계를 허물며 융합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디지털 기술, 가상현실(VR), 증강 현실(AR) 등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융합을 더욱 촉진했다. 예술 전시는 감성적 경험을, 산업 전시는 기술과 실용성을 강조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 분야가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선보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CES와 같은 산업 전시에서는 예술적 요소를 활용한 설치미술과 인터랙티브 아트를 통해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CES에서 선보인 인텔의 미디어 아트 부스 (출처: stimulant.com)

반대로, 아트 바젤(Art Basel)이나 프리즈(Frieze)에서는 AR과 VR을 사용한 전시가 예술 작품과 함께 소개되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은 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단순한 작품이나 제품 감상을 넘어 체험과 몰입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예술과 산업의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는 전시가 브랜드와 문화, 기술이 결합된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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