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총기난사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범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인간이 불안과 소외, 좌절을 경험할 때 마음속 갈등과 고통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 폭력으로 나타나는 심리가 숨어 있습니다. 즉, 마음속 고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 그것이 왜곡되어 폭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불안은 존재의 기반이 흔들릴 때 발생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속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 인간은 깊은 공허를 느낍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정체성 혼란과 무력감으로 나타나며, 이를 해소하려는 충동은 때로 외부를 향한 공격으로 바뀝니다. 폭력은 “내가 여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외와 좌절은 이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공동체와의 단절은 타인을 동등한 존재가 아닌 ‘적대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또한 지속적인 좌절 경험은 분노를 축적시키고, 이는 심리학적으로 ‘외부 투사’라는 방어기제로 연결됩니다. 즉, 내 안의 무력감과 분노를 타인에게 돌려 책임을 전가하고, 이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는 것입니다.
결국 폭력의 본질은 세 가지 욕구에서 드러납니다. 무시당한 상처를 되돌려주려는 보복의 욕구, 혼란스러운 내면을 외부를 지배함으로써 다스리려는 통제의 욕구, 그리고 존재를 강제로 드러내려는 주목의 욕구입니다. 이러한 욕구가 총기라는 치명적 수단과 결합할 때, 개
인의 내면적 분노는 사회 전체를 향한 비극으로 변합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권력을 잃은 자는 폭력으로 흔적을 남기려 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은 이를 ‘일시적 자기 보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폭력은 순간적인 해소감을 주지만, 그 뒤에는 더 깊은 공허와 죄책감, 그리고 사회적 파괴만 남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적 처벌이나 물리적 차단만이 아니라, 개인이 소속감을 회복하고 좌절을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을 사회가 마련해야 합니다. 불안을 해소할 통로가 부재할 때, 그것은 언제든 폭력으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조직문화에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