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레반 당국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역사적 영화관인 ‘아리아나 시네마’를 철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60년대 건립된 이 영화관은 전쟁과 정권 교체의 혼란 속에서도 시민들이 영화를 통해 세계와 자신을 바라보던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상업시설 개발을 명분으로 한 이번 철거는 단순한 노후 건물의 해체가 아니라, 한 사회가 축적해 온 문화적 기억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문화의 소멸은 예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영화관은 오락 시설을 넘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자신의 현실을 상대화하며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장소가 사라질 때 사람들은 상상할 기회를 잃고, 삶은 점차 규율과 순응의 틀 안으로 수축됩니다. 문화는 인간이 단순히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라, 왜 살아가는지를 묻는 존재임을 확인하게 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한국 사회의 역사 속에서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어 말살과 공연·출판 통제는 문화 정책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을 제거하기 위한 통치 전략이었습니다. 군사정권 시기 영화와 음악, 연극에 가해진 검열 역시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질문과 상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 시기 삶은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견디는 과정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는 길로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검열 속에서도 은유와 상징으로 말을 건네는 노래와 영화, 문학이 남았고, 그 축적된 기억은 사회 변화를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문화는 억압될 수는 있어도, 기억으로 남을 때 쉽게 제거되지 않습니다.
아리아나 시네마의 철거는 먼 나라의 비극이 아니라, 문화의 공간을 잃을 때 사회가 얼마나 쉽게 얇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입니다. 문화는 여유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입니다. 질문할 수 있는 사회만이 미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 소식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