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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Oct 18. 2020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기 : 간결하고 강력한 말하기

서평 시리즈 #61 : <3분 룰> 브랜트 핀비딕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최종 PT 면접을 앞두고 있다. 지난 몇 주간 활동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요약하고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자리.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듯 자연스레 이야기하라고 하시지만 어찌 됐든 당락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그게 말처럼 쉽진 않다. 

더 많은 것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욕심이 난다. 다른 사람들은 5분을 꽉 채워 잔뜩 이야기했는데 나만 조금 부족해 보이면 안 좋은 결과가 있을까 봐 걱정이 된다. 결국 높은 사람들을 모시고 한 예행연습은 하고 싶은 말만 둥둥 떠다니는 껍데기가 되고 말았다. 

<3분 룰>을 한 며칠만 일찍 읽어봤다면 좋았을 텐데.


<3분 룰 :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은 500개가 넘는 방송 컨텐츠의 피칭을 성공시킨 브랜트 핀비딕의 책이다. <3분 룰>의 가장 핵심을 말하자면 저자는 피칭을 할 때 결코 '3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 많은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내 비즈니스는 5분 만에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해', '10분 가지고 내 멋진 아이디어를 모두 설명할 순 없어!'라고. 저자는 그렇다고 않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그리고 더욱 중요한, 상대방이 흠뻑 빠져들기에는 단 '3분'이면 충분하다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피처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3분은 너무 짧은 시간처럼 느껴지긴 한다. 3분 만에 수억 달러의 방송 프로그램을 따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분 만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필요한 말을 추리기 위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식화하여 여러 개의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늘어놓고는 가차 없이 잘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3분 룰>은 이처럼 중요한 이야기일수록, 간절한 피칭일수록, 더 많은 것을 덜어내고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방법을 논하는 책이다. 덜어내고 덜어내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도 14개의 챕터가 각각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글 또한 간결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결코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WHAC'이라 부르는 개념 및 키워드를 걸러내는 기법부터 심리적인 부분까지 골고루 잘 섞여 있어 가벼운 이야기를 전해 듣는 느낌마저 난다. 


■ 피칭이나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흔한 오해

오해 1 : 번뜩이는 감각, 화려한 수식어, 산뜻한 아이디어가 담긴 문구로 슬라이드를 채워야 경쟁을 뚫고 주목받을 수 있다. 

Nope!(요즘 유튜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그 놉!이다.)

멋진 말과 그림, 도표로 가득 찬 슬라이드를 보고서 저자가 하는 말, '그래서 이 PT로 이루려는 게 뭐죠?'

이어지는 답은 피처가 꿈꾸는 거창하고 아름다운 저 먼 미래의 목표이다. 저자와의 질문 주고받기가 어느 정도 끝이 나면 피처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 보다 단순한 것이었다. 본인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멋진 것들만 장표에 '때려 박아' 놓은 것이다!

(p.29~30)

오해 2 : 내 사업이나 제품, 서비스는 너무 복잡해서 3분 안에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으니까. 

많은 대표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3분은 너무 짧다고. 

3분은 기획안을 간결하게 다듬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상대가 의사결정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끌어들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첫 3분 안에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p.31~32)

■ 꼭 말해야 할 단어를 찾아라

모든 것을 다 말하는 것은 낭비일 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본인 스스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그것을 자신의 머릿속이 아닌 공간에 말로, 글로 늘어놓는 것에 최악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자신은 그 아이디어를 100번도 넘게 자신의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처음 듣는 사람들은 마치 모르는 사람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쳐서 만드는 리듬만으로 노래 제목을 맞추는 일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간결하게, 필요한 내용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은 나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들이다! 요즘 말로 1도 모르는 사람에게 100을 설명하면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갑자기 적분을 접한 수포자 학생이 되고 만다. 때문에 저자는 포스트잇을 이용하든, 불릿 포인트를 이용하든 이야기의 요점을 간결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정리 작업을 통해 얻어낸 간결함을 적절한 순서로 배열할 때, 거기에 적절한 훅을 섞었을 때 피칭은 놀라운 힘을 가지게 된다. 


■ 짧고 강력한 말하기 불패의 법칙 (WHAC 기법)

정보를 정확한 순서로 정렬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내 머릿속에 늘 맴돌던 순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순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WHAC은 정보를 예쁘게 늘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1. W(제안 내용은 무엇인가)

- 당신의 제안이나 요구가 무엇인지 서술하는가?

- 당신이 하는 일이나 수행하는 서비스에 관한 내용인가? 

2. H(구현 방식은 무엇인가)

- 제안의 구성 요소들이 왜 가치 있거나 중요한지 설명하는가?

- 제품의 목표 달성 과정에 관한 언급인가?

3. A(확신하는가)

- 당신이 가진 정보의 일부를 뒷받침하는 사실이나 수치인가?

- 뭔가를 입증하는 단어인가?

- 잠재적 가능성을 증명하거나 확증해 주는가?

4. C(실행 가능한가)

- 실행력이나 상대방을 위해 제안을 실행할 수 있음을 언급하는 내용인가?

- 당신 자신이나 당신의 실행력에 관한 내용인가?

- 가격에 관한 것인가?

이상적인 3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정보를 이해하도록 적극적으로 이끌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메시지를 단순화해서 사람들이 제안에 담긴 핵심 가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당신이 바라보는 방식대로 그 제안을 바라보게 만들어야 한다.

(p.77)

이를 위해서는 피칭을 통해 사람들이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실현 가능한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WHAC의 4가지 포인트는 사람들이 이러한 의사 결정을 논리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적절한 도구가 될 것이다. 

■ 감탄을 이끌어내는 훅의 위력

멋진 연사들을 보면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듣고 있자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궁금해진다. 기후 변화가 오늘의 주제인데 소가 트림을 꺼억 꺼억~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졸리던 정신이 잠깐 맑아진다. 그러다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가 사실은 자동차의 매연만큼이나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아!'하고 연사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새겨진다. 

훅의 위력은 대단하다. 가요계 또한 '후크송'이 지배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저자는 단순히 훅을 통해 자신이 미식축구 경기장에 WWE 경기를 유치한 케이스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훅을 던져야 하는 적절한 시점들, 훅에 무언가를 더해 상대방을 완전히 매료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니 지난 발표는 '훅'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덕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품을 했던 걸까.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멋진 이야기와 정보들을 잘라내는 데에 극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A, B, C를 모두 이야기해야 하는데 A만 이야기하면 상대가 흥미를 못 느끼지는 않을까 안절부절한다. 브랜드 핀비딕은 이러한 걱정이 오히려 피칭을 망쳐 놓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간결하게, 대신 강력하게 전달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 등의 컨텐츠를 볼 때에도 사람들이 더욱 많이 찾는 것은 점점 더 짧아지는 컨텐츠들이다. 영상의 길이를 보고 10분 15분이 넘어가면 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아예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집중력이 점차 짧아지는 까닭이다. 재밌는 컨텐츠를 빠르게 접하고 다른 컨텐츠를 보고 싶은 까닭이다. 

수많은 피칭을 들어야 하는 벤처 캐피탈리스트,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여태 수만 번의 피칭을 들어왔다. 다 들어봤던 이야기이고 아는 이야기이다. 친한 친구가 하는 이야기이더라도 5분이 넘도록 밋밋한 톤에 뻔한 이야기가 이어지면 고개를 끄덕끄덕,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힘들다. 간결해야 한다. 3분이면 충분하다. 3분을 알차게 만들어라. 상대를 홀딱 반하게 만드는 데에는 단 '3분'이면 충분하니까. 

상대를 매료시키는 말하기의 법칙, <3분 룰 : 원하는 것을 말하기의 기술>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비즈니스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bzdhc5b3Bxs?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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