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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탐방 후 광화문 ‘아뜰리에 광화’로 밤마실 어때요

세종문화회관 미디어파사드 이중섭ㆍ장줄리앙 전시 볼만

작은 화로에 구워 먹는 재미 ‘후라토식당’  

한 여름 이열치열파의 성지 ‘화목순대국’    

  

저녁 식사 후 입가심으로 차까지 한잔하고 밖으로 나오니 그제야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했다. 폭염 속에 온종일 노출된 도시는 밤이 돼도 여전히 열기로 후끈거린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식사를 하고 일행과 계단부를 통해 회관 전면으로 나갔다. 회관 전후면 이동을 위해 터놓은 연결통로가 있어서 거대한 건물을 돌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엄덕문이란 건축가의 작품이다.      


연결통로 상부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이다. 지난 1일부터 체임버홀 외벽 전면과 본관 외벽 미디어갤러리에서 ‘아뜰리에 광화 : 2023 광장으로의 초대’란 제목으로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소 그림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이중섭과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Jean Jullien) 2인전을 서울시에서 시민들을 위해 마련했다.     


밤 되자 벽면에 이중섭 작품 펼쳐 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외벽과 본관 미디어갤러리에 이중섭의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오후 8시 벽면에 미디어파사드가 펼쳐지자 지나던 시민들이 발길을 세우고 유심히 쳐다본다. 음악이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일단 관심을 끌기는 충분했다. 몇몇 시민은 동영상과 사진으로 작품을 담았고 또 한 가족 일행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이중섭의 작품을 감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광화문광장에 놓여 있는 목재 데크 위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작품을 감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앞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는 첫 기획전으로 ‘봄으로부터’를 열어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당시는 김보희 작가의 ‘The Days’, 이돈아 작가의 ‘Beyond_Korea Bright_Future’, 우박 스튜디오의 ‘Hang a ri’를 전시한 바 있다.      


이번 2회 초대 전시는 세계적으로 유명세 있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정한다는 방침아래 두 거장을 엄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에 거장을 초대함으로써 광장을 ‘예술가의 광장’으로 만들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중섭은 20세기 대한민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9월 16일 평안남도 평원군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평양의 공립종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닌 후,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서양화가 임용련에게 미술을 배웠다.      

1936년 일본 도쿄 교외의 제국미술학교에 입학하며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이듬해 도쿄 문화학원으로 옮겨 1941년까지 수학했다. 이 시기 자유미술가협회전에 ‘서 있는 소’(1940), ‘소묘’(1941), ‘망월’(1943)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1950년 한국 전쟁을 피해 월남하면서 대다수의 작품을 원산에 두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도, 부산 등지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 전후에는 통영, 서울, 대구 등지를 전전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56년 만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중섭의 대표 작품 ‘황소’ 등 27점을 선정해 원작의 감동을 대형 미디어파사드로 경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이중섭은 소를 비롯한 은박지나 엽서에 꽃게와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닭 등 향토적인 소재와 가족 등 자전적인 주제들을 즐겨 다뤘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해학과 천진무구한 소년의 감성을 잃지 않고 밝은 그림을 그렸다.      


전시 작품명은 ‘중섭, 한국인이 사랑한 화가’다. 총 5부작으로 ’생의 기쁨과 위로‘, ’중섭이 머물던 풍경‘, ’편지화, 그릴 수 없는 사랑의 빛깔‘, ’은지화에 담긴 예술혼‘, ’가족, 마음으로 그린 그림‘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이중섭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황소’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역동적인 황소의 근육 질감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섭섬이 보이는 풍경’은 그림 속 마을을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해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수준 높은 미디어아트를  접할 수 있다. ‘현해탄’, ‘길 떠나는 가족’, 각종 은지화 등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작품도 원작 이미지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시민들로 하여금 이 시대 가족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한다.    

 

사유의 길로 인도하는 장 줄리앙     

 

장 줄리앙 역시 그의 익숙한 원작 작품들이 다양하게 변형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 그래픽 아티스트로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설치, 의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은 두 개의 작품이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된다. ‘Le weekend’는 산악 여행에 뛰어든 캐릭터가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며 사유하고 동시에 그 끝이 어디일지 우리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작품인 ‘Adieu’는 여성의 다양한 삶의 단계를 시곗바늘이 흘러가는 모습에 빗대 서사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초대전 주제는 대담하고 거친 선묘지만 해학과 천진무구한 소년의 정감이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이중섭의 원화 작품과 자유분방한 표현력, 단순한 형태로 그림에 재미를 더해 재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장 줄리앙의 작품을 광화문광장으로 초대해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는 올 연말까지 4개월간 이어진다. 8월은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9월부터는 한 시간씩 당긴다.  

    

장 줄리앙의 나이가 올해 40살이다. 이중섭은 40살에 죽었다. 광화문에서 그리 멀리 지 않은 서대문 적십자병원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회는 40세에 죽은 이중섭과 40년을 산 장 줄리앙의 만남이란 면을 생각하며 감상하면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한편 서울시는 ‘아뜰리에 광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장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여성 취향저격의 캐주얼 일식당

화로에 되작이는 재미가 있는 스테키정식, 큐가츠정식과 폭신한 오므라이스.

작품 감상 전 일행들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 앞 로얄빌딩 지하 식당가에 있는 ‘후라토식당’ 본점을 찾았다. 네이버에서 예약을 해놓은 터라 기다림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로얄빌딩은 정림건축 김창일 건축가의 작품이다. 1986년 서울시건축상 동상을 받은 경고하고 유려한 건물이다.      


후라토식당 창업 이야기가 재미나다. 세 명의 청년들이 어느 날 '훌쩍' 떠난 일본 도쿄여행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후랏토가 일본어로 ‘훌쩍’이란 의미다. 그들은 도쿄 작은 식당들이 주는 맛의 즐거움과 일식당 특유의 아늑함에 반했다.     


이들은 일본의 작은 식당을 많이 찾아다녔다. 유명한 식당들의 대표메뉴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들만의 메뉴를 재탄생시켰다. 셋은 서울 경복궁 근처에서 그 느낌을 재현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지금 식당이 경복궁 본점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메뉴는 작은 화로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다분히 여성 취향을 저격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스테키정식, 큐가츠정식은 화로에 구워 먹을 수 있고 오므라이스는 폭신한 계란 토핑을 터트려 먹는 재미가 있다. 캐주얼한 일식당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펄펄 끓는 빨간 순댓국의 매력

    

빨간 국물이 맵고 짤 것 같지만 순한 맛의 육수 균형이 좋은 ‘화목순대국’의 순댓국. 한 여름에도 대기줄이 길다.

광화문 변호사회관 앞 화목순대국 광화문1호점. 한 여름 땡볕아래 대기 줄이 장사진이다. 이 더위에 무슨 순댓국이냐고 하겠지만 그만큼 이 식당의 맛이 강력하단 증거다. 펄펄 끓는 뚝배기가 독특하게 양은 쟁반에 담겨 나온다. 숟가락을 넣어 휘저으면 국물이 빨갛게 변하고 밥알이 뒤섞이면서 먹음직스럽게 변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후루룩 한 입 떠 넣으면 ‘어라?!“하고 놀란다. 맵고 짤 것만 같은 비주얼과는 달리 맛이 순하고 달달하니 혀에 착 감긴다. 육수 균형이 아주 잘 잡혔다. 메뉴에 순대탕과 순대국이 있는데 건더기로 순대만 넣으면 순대탕, 내장까지 섞은 것이 순댓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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