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스위스 맥도널드 - 마지막 심야알바
10월까지 한다고 하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알바 시프트 세 번 남은 것 중에 마지막 심야 알바하러 왔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이 시간도 즐겨야지 싶고 다시는 안 올 시간이라 충실해야겠다 생각이 든다.
그렇게 다짐한 것도 잠시!
맥도널드 일이 제일 짜증 나는 건, 한참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걸 시킨다는 거다.
감자를 열심히 튀기고 있는데, 갑자기 로비 가서 청소하라고 한다.
그럼 앞치마, 머리망사 다 풀고 밖으로 나가서 청소하고 쓰레기통 비우기가 얼추 끝난다 싶으면 쉴틈도 없이 다시 주방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그러면 다시 손 씻고 머리망사하고 앞치마 입고 버거 만드는데 그렇게 한 시간쯤 하다 보면 갑자기 감자 튀기라고 한다. ㅜㅜ
하아.. 감자 튀기거나 버거 만들다가 두어 번 정도 로비가라고 해서 마지막에는 짜증 난 표정을 지었더니 그제서야 쏘리, 비테. 란다.
뭔가 한 스테이지를 끝내고 약간의 숨돌림. 이런 것도 없이, 밀어닥치는 손님이 조금 잠잠해졌다 싶으면 바로 다른 파트에 집어넣는다.
일이 조금 한가해지는 것 같으면 바닥 쓸어라, 물청소 해라. 이러면서 1초도 쉬는 틈을 주지 않는다.
아이티 할 때는 멍 때리는 게 다반사였는데 ㅠㅠ
심지어 점심시간으로 4시간 외출하고 오기도 했고, 기한안에만 일을 끝내면 내 세상이었는데 ㅠㅠ
아~, 돈 벌기 세상 쉬운 일 없다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일도 있었던 거야.
그렇게 일을 하다가 시계를 보니..
앗? 아니... 아직도 2시라고? 아까도 2시 아니었나?
시간이 왜 이렇지?
생각해 보니 오늘부터 서머타임이 끝난 거였다.
그럼 21시부터 5시까지라고 했지만 사실은 6시까지 일한 셈인데 시스템상으로는 1시간 빼는게 되는 거다.
분명 그런 설정 안 해놨겠지.
믿을수가 없어!
안 그래도 시급 꼴랑 20프랑 밖에 안되는데 시스템상 한시간분이 까여서 그것마저도 못 받게 되는 거다.
실제로는 9시간 일했는데 시스템상 8시간만 일하게 된 서머타임 해제당일!
게다가 또!
4시 반도 안 돼서 손님이 줄어들자, (그렇겠지, 실제로는 새벽 5시 반이니까...)
집에 가라고 한다.
안 갈 거라고!!!!
시간 다 채울 거라고!!!
안 가고 싶어서 일부러 매니저 눈 피해서 일하는 척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매니저랑 눈이 딱 마주치자
"du muss gehen."
ㅅㅂ 왜 muss냐고!!!
결국 못이겨 4시 45분 돼서 나왔다.
옷 갈아입고 나오니까 필리핀여자랑 헝가리할아버지가 테라스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네.
나도 옆자리에 앉았더니,
필리핀여자 : 왜 그만둬~. 시프트 바꿔달라고 해. 알리한테 말해봐.
나 : 아냐 단지 시프트문제만은 아니야. 한 시간 때문에 출근하는 것도 짜증 나고. 너도 알겠지만 딱 그 시간이 애가 밥 먹으러 집에 오는 시간이잖아. 혼자 놔두기 싫어.
헝가리할아버지 : 그건 맞아. 애를 혼자 놔두면 안 되지.
필리핀여자 : 그럼 건물 청소일은 어때? 그건 35프랑이래.
헝가리할아버지 : 건물청소나 공항은 구하기 힘들어. 특히 나같이 연금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힘들지. 맥은 올해로 10년째인데 나는 이런 데만 할 수 있어.
필리핀여자 : 난 청소자리 있으면 바로 갈 거야. 35프랑이니까.
헝가리할아버지 : 암, 갈 수 있으면 좋지.
얘기를 듣고 있는데 하마터면 혹할 뻔했다.
제발 정신 차리자. 내가 지금 청소나 구할 때냐고!
이 부류에 있으면 청소, 맥 이런 일에 관한 얘기만 하는구나.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계속 이 안에 있으면 내가 만나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도 다 이런 부류이고, 나도 청소업무 같은 얘기나 하고 있겠지. 싶어졌다.
"최근 만난 다섯 명의 평균이 본인"이란다.
눈감고 심호흡을 크게 하니 또 한 번 명언처럼 생각나는 말이 있다.
버거를 미친 듯이 좋아하거나
여기 외에 일할 곳이 없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