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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일본 여행, 진심으로 말리고 싶은 이유

by 소류

도시락 싸들고 뜯어말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름휴가를 일본, 특히 관서지방으로 여행 가겠다는 분들입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진심을 다해 조언드리겠습니다.


일본 여름이 얼마나 덥냐고 물으신다면

“돕바 입고 습식사우나 안에 들어간 느낌”

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습기가 공기 중에 꽉 차 있고, 자외선은 나만 집중 공격하듯 꽂힙니다.

기미, 주근깨는 하루 만에 올라오고, 샤워하고 바로 나와도 땀이 주르륵 흐르거든요.


실제로 뉴스에서 “살고 싶으면 에어컨을 켜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소식도 매년 나옵니다.

20대 남성 사망


예전에 추석휴가 때 친구가 도쿄에 놀러 왔는데, 20년 동안 화내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던 친구가 “왜 이렇게 덥냐”며 저 세상 짜증을 내더라구요.


그늘이라고 딱히 시원하지 않아요.

손선풍기요?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더운 바람이 나올 뿐이에요.


한 번은 제가 심하게 냉방병에 걸려서 선풍기만 돌렸는데요,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더군요.


밤에는 에어컨을 29~30도에 맞춰놓고 잡니다.

밖이 얼마나 무더우면 29-30도가 쾌적하다 싶을 정도예요.

에어컨을 끄자마자 습기와 열기가 1초 만에 덮쳐오기 때문에 낮에는 27도 정도에 맞춰놓고 하루 종일 틀어놔야 생활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일본은 한국보다 전기 누진세가 약해서 전기세 부담은 덜하긴 하지만 싸지는 않아요.)


날씨 어플로 보면 “한국도 35도인데 일본도 35도면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수치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습도 차이가 엄청납니다. 일본은 정말 정말 말 그대로 ‘찜통더위’,

蒸し暑い(무시아쯔이)입니다.

대프리카출신이라 끄덕없다구요?

일본에서 살다가 여름에 대구로 간 친구가 대구가 살만하더랍디다.


여름에 한국 갔더니 놀라운 게 있더라구요!

세상 깜놀랬어요.

거리 미스트에 버스정류장 에어컨


일본은 저런 거 구경할 수도 없어요.


베란다에 빨래 너는 그 짧은 순간에도 땀으로 샤워합니다.

땀만 흐르면 다행이게요.

"모기"도 추가할게요.


얘네들은 왜 방역을 안 할까 싶을 정도로 모기가 기승이에요.

공원에서 애랑 놀다 보면 어느새 시꺼먼 모기가 다리 주변에 득실댑니다.

소리도 안내요.

어느새 조용히 달라붙어있는 게 모기도 국민성따라가나 싶을 정도입니다.

외출 전에 모기 퇴치제, 선크림, 냉감 스프레이 다 뿌리고 나가도 소용없어요.


연인과 헤어지고 싶은데 명분이 없다?
여름에 일본 여행을 추천합니다.
불쾌지수가 알아서 관계를 정리해 줄 겁니다.



열사병 예방하세요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뜯어말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그때밖에 안 나서,

일본여행 반드시 가야겠다고 하신다면

생존 아이템들은 꼭 챙기세요.

냉감 스프레이 & 쿨 시트

휴대용 선풍기 & 넥쿨러

양산 (남성도 요즘은 많이 씁니다)

쿨링 타월 (물에 적셔 목에 두르기)

그리고

냉면, 소면, 오차즈케, 히야시츄카 등 시원한 음식을 드세요.

가급적 건물에서 다른 건물을 통해 이동하시고 지하로 다니세요.


일본은 6월부터 10월 초까지는 더위 시즌입니다.

비가 오면 좀 낫지 않나?라는 생각은 당장 접으세요.

돕바 입고 습식 사우나 안에 앉아 있는데,
뜨거운 온천물에 모기를 섞어서 붓는 느낌


그게 일본의 여름입니다.


무턱대고 여행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부득이하다면 각오를 충분히 하시고 필요한 대비를 꼭 하세요.

돈 쓰고 시간 쓴 당신의 여행이 악몽이 되지 않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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