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서

빛은 통과하고 감정은 머무르지 않는다

by 구시안

햇빛이 나를 비출 때 색깔이 항상 똑같고

밤이 깊었을 때 윤곽은 언제나 변함없는

성당에 드리워진 고요한 스테인글라스로 남을 것이다.


도시의 말없는 색유리창은 여전할 것이며

새로운 문명이 생겨났다 소멸하는

축제의 회오리바람이 일고

온순한 서민들의 일상이 흘러갈 것이다.


어떻게

어디서

얼마 동안일지는 몰라도

의미를 새겨놓은 대리석 안에

오래전에 잠들었던

어떤 예술가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영원한 색 유리창 그림 속에서

사유는 작동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사랑보다 더 부담스러운 건 없다.

솔직히 다른 사람의 증오도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지 않다.

증오는 사랑과 달리 지속되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불쾌한 감정이라서 사람의 본능은

이런 감정이 줄곧 지속되도록 놔두지 않는다.

내가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인생을 살고 현실의 삶에서는 휴식을 누리는 것이다.


책에서도 감정을 읽고

현실에서는 감정을 무시한다.

상상력이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은

소설 속의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진정한 감정을 누리기도 하겠지만,

진실하고 열렬한 마음으로

적어도

나하나는 진실되게 사랑해 주려 쉴 뿐

달리 무엇할 수 있겠는가.


일상의 강요된 여행이라도

쉬는 시간은 주어진다.

관심 가는 책에 눈을 돌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잠시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느껴보기도 한다.


부드럽지만은 않은 초원이지만

오늘의 온기가 감도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올 때면

내 입술이 다른 입술에 웃음 짓는

오솔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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