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과 무저항에 대하여
우리는 흔히 순응을 착한 태도라고 배운다.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 분위기를 깨지 않는 사람, 굳이 문제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 성숙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무저항의 자세로 세상을 통과한다. 맞서지 않고, 의문을 삼키고, 불편함을 농담으로 넘기며 살아간다. 겉으로 보면 부드럽고 평온한 삶이다. 그러나 그 안쪽에서는 조용한 마찰음이 끊임없이 울린다.
순응은 언제나 나쁘지 않다.
사회는 어느 정도의 합의와 양보 위에서 작동한다.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공동의 규칙을 따르는 일은 성숙한 시민의 태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순응이 선택이 아니라 습관이 될 때다. 생각하기 전에 고개를 끄덕이고, 느끼기 전에 적응해 버리는 삶. 그렇게 오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에 동의했고 무엇을 포기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게 된다.
무저항은 평화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자기 부정의 다른 이름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지속적인 무저항은 감정의 둔화를 동반한다. 화내지 않기 위해 참는 것이 아니라, 화낼 감각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느껴도 반응하지 않는 법을 학습한 상태. 그것은 평온이 아니라 무감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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