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걸음 Jul 10. 2024

개벽강독회 차담회

[개벽통문24-33] 1. 오늘(7.10) 개벽라키비움-개벽학-개벽강독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진도를 나가는 대신, 모처럼 오찬을 함께하고, '개벽라키비움'로 자리를 옮겨 차담을 진행하였습니다. 한분은 3주, 4주 정도의 미국 여행을 다녀오셨고, 한 분은(오늘 점심주) '개벽' 지를 토대로 한 연구 주제로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여러모로 함께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2. 오늘 차담에서, 우리가 개벽강독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였습니다. 100년 전에 발행된 한 잡지를 6.25도 지나고, 로켓이 달나라에 착륙도 하고, IMF도 지나고, 21세기에 접어든지 20년도 더 지났으며, 코로나19 팬데믹도 지난 이 시기에 다시 읽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호 한 호 읽어나갈 때는 그 시대의 '아득히 먼 곳'임에 의기소침해진 적이 적지 않았으나, 이렇듯 공부의 연륜이 더해지다 보니 어느덧 '개벽' 지를 기반으로 한 가치(돈) 되는 연구에도 다가갈 수 있는 내공이 쌓였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를 동학의 용어로 하자면, 정성(誠)이라 하고, 다르게는, 좀더 적확하게 적공(積功)이라는 말이 그 의미와 원리를 잘 드러내줍니다. 


인사동쪽에서 바라본 천도교중앙대교당과 수운회관(240710)

3. 물론, 당연하게도, 100년 전 '개벽'을 읽는 것은 못다 이룬 꿈('개벽' 동인들)에 대한 회한이거나 '옛것'에 대한 낭만적인 취미 때문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한때 분명히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잃어버린 새나라에 대한 꿈과, 식민지 치하에도 굴하지 않은 의기와 동학 등으로 부터 단련된 데에서 나오는혜안과, 식민지 암울한 시대 환경 속에서도 꽃망을처럼 터지는 해학과 번득이는 날카로운 시대비평정신 등등이 갈피마다 깃들어 있습니다.  그것들을 채굴하는 과정은 오늘 우리, 심신이 모두 지치고 서구와 자본에 왜곡/오염된 우리를 정화시켜주고, 선배들의 노고를 살려 모시는 중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인류세의 대재앙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우리에게 '깨어나라'는 종소리를 들려줍니다. 


4. 한편으로 그 일은 '장소'(공간)의 마력이 빚어낸 성과이기도 합니다. 비록 많은 회차를 '줌'으로 해결하기도 하였으나, 포스트가 되어 준 '개벽라키비움(전, 지구인문학연구소)' 공간은 이 지루한 작업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될 수 있게 한 버팀목이라는 사실도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서울 한복판이면서도, 과거(100년전)과 현재가 공존하는(범위를 조금만 더 넓히면 500년 전과 현재가 공존하는) 경운동 88번지 천도교중앙대교당과 천도교중앙총부 본관 건물(수운회관) 속에서 '개벽라키비움'은 개벽의 플랫폼이기를 꿈꾸며 오늘도 묵묵히 (도망가지 않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공간이 더 많은 사람들(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5.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합하여, 이러한 모든 일들은 결국 '사람'이 이룩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 어마어마한 일이다. (중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 시, '방문객' 중에서)는 말처럼, 박은미 님이 올 때의 그 생동, 백아인 님이 올 때의 그 발랄, 그리고 가장 최근에 김응교 님이 올 때의 그 중후가 오늘의 이 시간과 공간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의 내 글이나, 지금 교정보는 책의 글에, 사람이 우주속에 일부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사람(인격, 인간격) 속에 있다고 말한 그 의미를, 조금은 알 듯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