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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학학당

돌봄 경제 - 생명의 눈으로 보는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 3-2

by 소걸음


-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 강좌 3-2강, ‘돌봄 경제’ 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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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없다면 경제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2025년 3월 6일 진행된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 강좌의 제3강 두 번째 강의에서 정규호(생명학연구회) 연구자는 ‘돌봄 경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와 같이 강조했다.


이 강좌는 [호모 쿠란스 – 돌보는 인간이 온다]의 공저자들이 강사로 나서, 돌봄을 사회적 가치이자 경제적 원리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자리다. 같은 날 진행된 앞선 강의에서 임채도는 ‘좋은 돌봄과 한살림’을 주제로 발표하며, 돌봄이 어떻게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실천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어진 정규호의 강의에서는 돌봄과 경제가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중심을 이뤘다.


돌봄 경제란 무엇인가?


정규호는 기존의 ‘돌봄 경제’ 개념이 단순히 돌봄과 관련된 서비스나 산업을 의미하는 협의적 개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돌봄 경제를 단순한 경제적 활동의 일부가 아니라, 경제 그 자체가 돌봄과 결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경제는 단순히 ‘돌봄+경제’가 아닙니다. 경제활동의 중심이 돌봄이어야 하고, 돌봄이 경제를 움직이는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규호는 돌봄 경제를 ① 돌봄의 경제(economy of the care), ② 돌봄에 의한 경제(economy by the care), ③ 돌봄을 위한 경제(economy for the care)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정리했다.

돌봄의 경제: 경제 시스템의 핵심 가치가 돌봄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

돌봄에 의한 경제: 경제가 돌봄을 기반으로 유지된다는 인식

돌봄을 위한 경제: 경제활동의 최종 목적이 돌봄과 생명의 지속 가능성에 맞춰지는 구조


그는 이러한 개념이 단순한 이론적 접근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이 돌봄을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의 위기와 경제의 한계


현대 사회에서 돌봄이 경제 시스템과 분리되면서 ‘돌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정규호는 돌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① 가족 구조의 변화와 고령화, ② 지역공동체의 해체, ③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의 확산을 지목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돌봄 노동이 저평가되며, 불안정한 고용 구조로 인해 돌봄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돌봄 노동 인력의 부족이 심각해졌으며,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 저임금 돌봄 노동자를 수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저렴한 이민자 노동을 통한 돌봄 해결책은 단기적인 대책일 뿐이며, 이는 마치 기후위기 속에서 석탄 대신 값싼 천연가스를 수입해 해결하려는 방식과 같다”고 비판했다. 돌봄 경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노동력 수급 정책이 아니라, 돌봄을 경제의 핵심 원리로 재편하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돌봄 경제, 어떻게 가능할까?


정규호는 돌봄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 경제 체제의 틀을 넘어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는 돌봄 노동을 상품화하고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도록 유도했지만, 이는 결국 돌봄의 가치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돌봄 경제가 “돌봄의 변화를 통한 경제의 변화, 경제적 변화를 통한 돌봄의 변화”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① 돌봄의 공공성 강화, ② 돌봄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 경제 구축, ③ 돌봄 노동의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돌봄 경제를 단순한 시장 경제의 일부로 한정하지 않고, 시장 경제, 사회적 경제, 공공 경제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돌봄이 충만한(care-full) 사회”라고 명명하며, 돌봄이 단순한 노동이나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과 돌봄: 돌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


강의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돌봄 경제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의 난관과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한 참석자는 “돌봄 경제는 평시에는 국가나 시장에 의해 가려지지만,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고 언급하며,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생협(생활협동조합)이 주요한 사회적 돌봄 네트워크로 기능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정규호는 “돌봄 경제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위기 속에서 공동체가 생존하고 유지될 수 있는 핵심 원리”라고 답했다. 그는 일본 생협이 “재난이 있는 곳에 생협이 있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에서도 돌봄 중심의 공동체 기반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모 쿠란스’ – 돌봄을 실천하는 인간의 시대


강의를 마무리하며 정규호는 “우리가 의존하는 기존 경제 체제는 돌봄의 가치를 외면해 왔다”며, 이제는 “돌봄이 중심이 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돌봄 경제를 통해 돌봄이 충만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돌봄과 경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돌봄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강좌의 출발점이 된 책 [호모 쿠란스 – 돌보는 인간이 온다]를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제 돌봄을 논하는 시대를 넘어, 돌봄을 실천하는 시대, ‘호모 쿠란스’의 시대가 왔다.


이번 강좌는 총 8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후 일정은 다음과 같다.

4-1강 : 마을 돌봄을 위한 유쾌한 상상 (3월 13일)

4-2강 : 4km 돌봄: 내일도 누군가와 또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 있기를 (3월 13일)

5-1강 : 연결된 사회에서의 돌봄의 마음과 실천 (3월 20일)

5-2강 : 돌봄 정치: 공동의 돌봄에 의한 돌봄을 위한 돌봄 정치가 온 길, 나아갈 길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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