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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Mar 15. 2024

예배를 드리러 간건지, 모니터링영상에 얼굴찍히러 간건지

짠내 나고 신물 나는 예배생활


작은 교회에서는 담임사모님과 심방전도사님께서 출석인원체크를 예배 중에 자연스럽게 다 하셨는데, 인원이 천 단위가 되는 큰 교회로 가니 목회자들이 예배출석인원을 다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예배 중에 회중 쪽을 전담으로 찍는 카메라가 있었다.

보통 목사님이 설교하시는 앞 벽 측면 정도에 씨씨티비처럼 자리 잡은 카메라가 모니터링 카메라다. 이 카메라로 예배 때마다 회중들 얼굴을 한 바퀴 싹 녹화해서, 결석인원도 파악하고 왜 못 오셨는지 어디가 아프시거나 입원하셨거나 무슨 일이 있으신 건지 심방도 가 보고 할 용도로 활용한다.

월요일에 쉬고 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첫 업무가 모든 목사들이 다 이 모니터링 영상을 들여다보며 자기 교구별 성도들 현황을 파악하게 된다.




나는 아무리 졸려도 설교 중에는 절대 졸지도 않고 딴짓을 하지도 않는 편이다. 학생시절부터 나 혼자 만든 규칙 같은 거였는데, 졸거나 하품을 하거나 하는 건 앞에서 말씀하시는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규칙을 아이엄마가 되기 전까지 매우 잘 지켜왔었다.


그런데 아이엄마가 되고 자모실에 들어가 보니, 그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어머나 세상에 교회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싶었다. 아이들은 빽빽 울어대고, 장난감을 유리창에 쿵쿵 부딪쳐대고, 과자를 쏟는 아이, 응가를 하는 아이, 수유를 하는 아이... 전쟁통도 그런 전쟁통이 없었다.

첫 애 하나 있을 때는 조용히 있게끔 훈련을 하도 시켜서, 카페에서도 나랑 친구들이 몇 시간씩 놀아도 이 아이는 뽀로로 음료수와 함께라면 예쁜 찻잔 구경, 화려한 조명 구경, 사람들 구경을 하며 조용히 있을 줄 아는 아이였다. 그런데 둘째까지 태어나니 아이 둘을 찍소리도 안 나게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자모실에 들어간 건데....


첫째가 충분히 조용히 할 수 있는데 둘째 때문에 자모실에 들어가야 한다니 간발의 차로 월드컵 본선에 떨어진 것보다 더 아쉽고, 자모실의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젖어 예배시간인데도 여태 엄마랑 훈련한 것은 다 까먹고 마냥 풀어져서 노는 첫째도 야속했다.


남편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힘들었고, 자기 애는 마땅히 자기가 봐야 하는데 이 비좁은 자모실에 장검을 들려 아이만 들여보내는 초등학생 엄마 집사님들이 정말 얄미웠다. 자모실 뜻 모르냐고요.

그 아이들이 휘두르는 장검놀이에, 아직 숨골이 발랑 발랑 하고 범보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휘청거리는 어린 아가들이 위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에 계신 다른 분들이 보다 못해 엄마랑 같이 들어와야지, 하며 아이들을 엄마한테 내보내기도 했는데_ 모르쇠다 모르쇠. 그래 그 정도로 알아먹을 사람 같았음 첨부터 이렇게 나대는 애를 이런 흉기에 가까운 장난감을 들려서 애만 덜렁 들여보내지를 않았겠지.


자모실 사람들이 다 흉을 봤다.

내가 뒤에서 유리창으로 진짜 엄청나게 째려봤는데, 뒤통수 빵꾸 안 나셨네. 아직 내 영빨이 신통치 않은갑다.

그냥 얼굴 철판 까는 사람만 이득 보는 세상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점이 너무 화가 났다.


보통은 신앙생활 하다 몇 번씩 교회에서 뚜껑 열어도 용납이 되는데, 나는 그렇게 하면 남편 앞길 막을 사모네 당장 쫓겨나고 싶냐 소릴 듣게 되니 더 분통이 터졌던 것 같다. 원래 성격이 온순하면 억지로 나를 누르고 스트레스받을 일은 아니었을 텐데, 예배시간에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분위기가 나는 정말, 정말, 너무 싫었다.



이럴 거면 그냥 편하게 집에 있지, 교회는 왜 온 거야?



밤낮 아이 키우다 보니 큐티도 독서도 온전히 나를 채워갈 시간이 마땅치 않은데 예배 갔을 때 설교라도 잘 들어야 되는데! 하며 애가 타고 화가 났다.

떠드는 모든 아이들이 예쁘지가 않았고 어른씩이나 되어서 아이들에게 예배드리는 본을 보여야 할 엄마들이 옆사람과 수다나 떨고 있는 모습들은 그 무엇보다 더 꼴뵈기가 싫었다.


나는 예배를 안 갈 수가 없는데, 자모실의 소란스러움에 휘말려 카메라에 자칫 잘못 찍히면 담임목사님을 비롯 모든 목회자들이 다 내 예배태도를 보실 테고.

딱히 예배에 집중도 안 하면서 왜 여기까지 애들을 굳이 끌고 와서, 자기들이 어린이들보다 오히려 더 떠드시는 건가.


옆엣분이 말을 붙여오셔서 대답을 했을 뿐인데, 그 찰나의 순간에 모니터링 영상에 찍히게 되면 "로다비사모는 왜 예배시간에 수다 떨고 있나?" 하며 곧바로 화요일 낮에 담임목사님께 피드백이 날아왔다.


그래서 자모실에 있는 사모들끼리 서로 아이 케어하며 집사님 말씀에 응대도 해가며 상황 따라 눈치를 계속 보고 있다가, 카메라가 중이층을 돌아서 자모실로 올라오면 온다 온다 하고 서로 사인을 주어 설교에 집중하는 척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설교를 제대로 못 듣고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성질을 부리는 이게 대체 무슨 우스운 쇼인지, 내 모습에 깊은 절망감이 들었다. 정말 그때를 생각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휴 속터져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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