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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Jan 05. 2024

애 낳을 때 남자는 기분만 냈지 뭘!

아기 낳은 날마다 남편이 없었던 사연



아이를 두 번 임신하고 출산했다.



1호를 낳은 날은 금요일 새벽 동이 틀 무렵이었고

새벽예배를 마치자마자 담임목사님이 심방대원들을 꾸려서 내 병실로 오셨다.

밤새 아기 낳느라 땀이 뒤범벅인 채 아직 세수도 못하고 물도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참이었다. 회음부가 불편하고 아픈데, 목사님은 한참 동안 찬송을 부르고 설교를 하고 가셨다. 그리고 목사님이 가시는 길에 우리 남편도 달랑달랑 따라가, 금요철야예배까지 교회에 있었다.


퇴원을 하는 날은 주일날이었다.

병실을 열한 시에 빼야 하는데, 그 시간은 주일예배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사역자가 우리 남편 한 명도 아닌데 담임목사님 설교 중에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병원에서라도 그날은 신규로 올라오는 환자도 없는데 조금 봐줬으면 좋았으련만, 퇴실시간이 엄격했다.

밖은 눈이 펑펑 오고 있었고 지금처럼 카카오택시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나가서 기다렸다 택시가 오면 손을 들어 잡아야 하는데, 언제 올 지 모르는 택시를 잡으러 눈밭에 아기를 안고 짐가방을 둥개둥개 이고 지고 그럴 수가 없어, 예배가 끝날 때까지 무려 한 시간 반을 아무도 없이 휴일이라 난방도 들어오지 않아 썰렁한 산부인과 로비에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남편을 기다렸다.


교회 에 살았는데, 예배 끝나고 데리러 온 남편과 집 (=교회 본당 건물)에 들어서자 식사를 마친 성도들이 다들 아기 한번 만져보자고 다가오셨다.

(낳은 지 이제 55시간 된 아기어요)



2호를 낳던 날은 우여곡절로 인해 제왕절개를 했고, 갑자기 태어난 아기라서 친정시댁 아무도 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술 후 병실에 올라가서 몇 시간이 지나면 첫 소변을 누러 가야 하는데, 남편은 성도 누구네 결혼식에 간다고 다른 도에 가고 하루종일 없었다. 나 혼자 후들후들 대는 온몸을 벽에 문지르며 화장실을 갔다, 이를 악물고 변기에서 겨우 일어나 다시 온얼굴과 몸을 벽에 문지르며 침대로 돌아왔다.

그다음 날도 주일이라 나는 혼자 병실을 지켰다.

영업하러 오신 아이통곡 선생님을 화들짝 반길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마음과는 달리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슬픈 건 슬픈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다.

부목사가 여섯이나 되는 교회에서, 그날 그 결혼식에 대신 가줄 사람이 없었다는 게, 그래서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목사가 사실 성도랑 아무런 애착도 히스토리도 없는데 그 자리를 지키러 도를 두 개나 넘어서 하루 종일을 들여서 갔어야 했다는 게 애석할 뿐.





#부목사의 삶

#성도들은 목사랑 사모가 초인인 줄 알아




#자기 애가 태어나도 성도네 집 애경사가 먼저일 수밖에 없는.


#사실

무연고지에서 조용히 내 앞가림만 잘해도 기특하고 성공인 건데 말이에요_










아기는 와이프가 낳았는데 왜 네가 쉬냐

기가 막힌 논리에 눈물이.

이 아기 저 혼자 만들었나요

https://brunch.co.kr/@sidebyddun/24



그때는 미처 몰랐던, 둘째 출산 예정일 날짜를 지킬 수가 없었던 슬프고도 웃긴 사연

https://brunch.co.kr/@sidebyddun/11



어머 선생님!! 저 선생님 너무 만나고 싶었어요!!!

영업 나오신 아이통곡 선생님을 주춤하게 만들었던 이야기

https://brunch.co.kr/@sidebyddun/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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