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기다렸다 택시가 오면 손을 들어 잡아야 하는데,언제 올 지 모르는 택시를 잡으러 눈밭에 아기를 안고 짐가방을 둥개둥개 이고 지고 그럴 수가 없어, 예배가 끝날 때까지 무려 한 시간 반을 아무도 없이 휴일이라 난방도 들어오지 않아 썰렁한 산부인과 로비에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남편을 기다렸다.
교회 안에 살았는데, 예배 끝나고 데리러 온 남편과 집 (=교회 본당건물)에 들어서자 식사를 마친 성도들이 다들 아기 한번 만져보자고 다가오셨다.
(낳은 지 이제 55시간된 아기어요)
2호를 낳던 날은 우여곡절로 인해 제왕절개를 했고, 갑자기 태어난 아기라서 친정시댁 아무도 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술 후 병실에 올라가서 몇 시간이 지나면 첫 소변을 누러 가야 하는데, 남편은 성도 누구네 결혼식에 간다고 다른 도에 가고 하루종일 없었다. 나 혼자 후들후들 대는 온몸을 벽에 문지르며 화장실을 갔다, 이를 악물고 변기에서 겨우 일어나 다시 온얼굴과 몸을 벽에 문지르며 침대로 돌아왔다.
그다음 날도 주일이라 나는 혼자 병실을 지켰다.
영업하러 오신 아이통곡 선생님을 화들짝 반길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마음과는 달리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슬픈 건 슬픈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다.
부목사가 여섯이나 되는 교회에서, 그날 그 결혼식에 대신 가줄 사람이 없었다는 게, 그래서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목사가 사실 성도랑 아무런 애착도 히스토리도 없는데 그 자리를 지키러 도를 두 개나 넘어서 하루 종일을 들여서 갔어야 했다는 게 애석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