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벡 카페(WILBECK). 이 카페 앞을 지날 때면 늘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보게 된다. 범인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커피향이다. 방금 커피를 마셨더라도 '한 잔 더?'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향이다. 백마디의 호객보다 강한 손짓이다.
게다가 기웃거리며 훔쳐 보는 윌벡 카페(WILBECK)는 맛있는 커피 가게라는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카페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작은 공간, 좁은 테이블, 불편해 보이는 의자 등 '오래 있지는 말아주세요'라고 하는 듯한 소리 없는 메시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오래 자리를 지키는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여긴 것이다.
그러다 마침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은 어느 날 드디어 윌벡 카페에 들어갔다. 마음 졸이던 기웃거림에 너무 익숙해져 쓸데 없이 오래 서성이며 망설였다. 차와 오토바이가 오가는 부산스런 먹자 골목 초입의 분위기는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차원인 듯 전혀 다르게 바뀌었다.
시간의 템포, 공기 내음, 마음의 진동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카페에 갈 때 원하는, 잠깐의 휴식과 적당한 비일상이 그곳에 있었다. 커피 한 잔에 딸려오는 부록치고는 너무도 값진, 카페에 가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그리 넓지 않은 카페인데 한쪽에 커피 로스터가 놓여 있다. 늘 내 고개와 코 끝을 끌어당기던 향의 진원지인 듯 하다. 그 공기에 파묻히면 금세 코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따금 짙은 향기가 피고 진다. 터프하다.
윌벡 카페(WILBECK)의 에스프레소는 강렬했다. 한 모금 홀짝이는 순간 강한 산미와 쌉싸름함이 침략하듯 입 안에 번졌다. 카카오 함량 높은 초콜렛을 바드득 씹었을 때와 같은 잔향도 개성지다. 정신이 드는 맛이다. 첫 인상의 짙은 향을 맡으며 기대하던 그 맛이다.
윌벡(WILBECK)은 작지만 내실있는 카페다. 야무지다는 인상이다. 커피 맛과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이 근처 카페 중 단연 상위권에 손꼽힐만하다. 다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오래 앉아 느긋함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있다. 의자는 딱딱하고 엉덩이 붙일 곳이 좁다. 테이블도 커피잔을 두고 나면 책 한권, 그것도 끄트머리 정도 간신히 올릴만한 크기다. 무엇보다 그닥 시원하지 않다. 땀이 주륵 흐른다.
테이크아웃하거나 잠깐 앉아 짧은 수다나, '커피 한 잔' 정도를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다. 그 정도 목적이라면 최적의 선택이다. 다만 오래 머무를 생각이라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카페 주인은 전혀 눈치 주지 않지만 공간이 나를 밀어낸다. 스쳐가는 인연일 때 가장 좋은 기억을 남길만한 카페다.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겠느냐 하면 '그렇다' 대답할 것 같다. 커피가 맛있고, 머무는 동안의 즐거움은 확실하기에.
1. 윌벡카페(WILBECK Cafe)
2. 주소: No. 2號, Alley 158, Lane 30, Yongji Road, Xinyi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0